■ 신년기획 - 여성의 선한 영향력이 공동체 활성화한다_ 장춘화 한누리꽃담 대표

장춘화 한누리꽃담 대표는 이주여성들의 희망이자 본보기가 될 수 있는 기반이 되고자 노력하며 지역과 함께 상생하는 방안을 궁리한다.
장춘화 한누리꽃담 대표는 이주여성들의 희망이자 본보기가 될 수 있는 기반이 되고자 노력하며 지역과 함께 상생하는 방안을 궁리한다.

광주광역시 서구 마재마을에는 이주여성들이 모여 공동육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마을과 사람, 꽃과 음식문화를 함께 배우며 커가는 마을기업이 있다. 한누리꽃담(대표 장춘화)이 그곳이다. 다문화가족 아이들이 하교 후 쉽게 접근할 수 있고 이주여성이 안심하고 일할 수 있도록 화개초등학교 길 건너편에 자리 잡았다. 한누리꽃담은 평일 오후 2시부터 4시까지 소모임 공간이나 돌봄 장소로, 독후활동 등의 돌봄 프로그램도 운영한다.

이주여성 대표로서 희망·본보기 역할 톡톡

아이 돌보며 안정적·전문적인 지속가능 일자리 창출

지역·시장 상생 다짐… 퓨전메뉴 개발 박차

“이주여성이 한국에서 아이 키우며 산다는 건, 여러 가지로 힘듭니다.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으로 한국 생활이 즐겁지만은 않았어요. 이곳에 처음 왔을 무렵, 노인정에서 봉사하다 만난 새마을 부녀회장님이 봉사활동도 다니고 지역 내 여러 행사에 참여해 보라고 권하더라고요. 그런 활동을 통해 한누리꽃담 가족들을 만났고 7년 전 마을기업을 시작하게 됐죠.”

정착 어려운 타국 삶, 함께 일하며 위안 
중국 교포인 장춘화 대표는 2004년 결혼하면서 외로운 한국생활을 시작했다. 두 아이를 낳아 어린이집에 보낼 때쯤, 이주여성들과 서구 다문화센터에 한글 수업을 듣기 위해 정기적으로 모였다. 그럴 때마다 하나같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갖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했다. 그러나 할 수 있는 일이라곤 간간이 중국어 과외 또는 식당이나 마트에서 불규칙한 시간제 아르바이트 정도밖에 없었다.

“남편이나 시댁에선 한국의 며느리, 아내, 아이 엄마로서 역할을 잘 해내길 바라죠. 그래 취업을 해보지만 막상 우리가 할 수 있는 안정적인 일자리는 많지 않아요.”

장 대표는 지역의 이주여성과 지속적인 만남을 이어가며 그들의 고충을 헤아리려고 노력했다. 육아와 일을 동시에 할 수 있고, 안정적이며 경력까지 쌓을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했다. 그래서 이주여성 7명과 복지 관련 업무를 담당하던 한국인 5명이 모여 마을공동체를 만들었다. 대표와 실무진이 모두 이주여성으로 구성된 국내 유일의 공동체로서 이주여성에게 집 같은 안식처가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시작했다.

정부에서 지원받은 사업비 6천만원은 건물 보증금을 제외한 간판이나 인테리어 비용, 1년간 인건비로 쓰였다. 가장 힘든 것은 지속적인 마을기업 유지와 소득 창출이었다.

경영 회계를 전공한 장 대표는 실패를 줄이기 위해 전국의 마을기업 성공사례와 경영지표를 분석하며 준비과정부터 철저히 했다. 그 결과, 열쇠는 ‘사람’이라는 걸 깨달았다.

“사회적기업이 무너지는 이유는 ‘사람’ 때문이었어요. 자발적인 공동체여서 작은 갈등에도 해체되기 쉽죠. 선장이 여러 명이면 배가 산으로 간다잖아요. 그래서 ‘선장은 한 명이어야 한다’고 미리 언급해 놨죠.”

꽃에 대한 기본상식과 전문 역량을 갖추기 위해 국비지원 화훼교육기관을 6개월간 찾아다녔다. 한누리꽃담은 지역 화훼농가에서 생산한 꽃을 광주 화훼공판장을 통해 수매한다. 화환이나 드라이플라워로 가공한 꽃들은 관내 소매 꽃집으로 납품하고 있다. 이로써 이주여성에게 아이를 돌보며 전문적이고 안정적인 일자리를 제공, 플라워 다문화 푸드 체험 등 꽃을 활용한 다양한 사회 활동까지 사업을 확장할 수 있었다.

한누리꽃담은 꽃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펼치고 있다.
한누리꽃담은 꽃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주여성의 일과 육아, 두 마리 토끼
“아이들 오는 시간에 꼭 퇴근해야 하고요. 졸업식이나 결혼식과 같은 간혹 주문이 많이 들어오는 날에는 직원 중 한 명이 아이들을 보살피고 나머지 직원들은 일에 집중하죠. 아이 키우면서도 할 수 있는 ‘안심 일터’라고 직원들이 말합니다.”

장 대표가 추구하는 한누리꽃담의 근무조건이 따로 있다. 실제 문 앞에 걸려있는 운영시간은 평일 오전 9시~오후 2시30분, 토요일에는 미리 만들어 높은 분량만큼 대표만 출근해서 판매한다. 그 외 시간에 들어오는 주문은 미리 대형저온저장고에 만들어 놓은 꽃을 택배 기사가 직접 꺼내 배달하는 방식이다.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줄이고 탄력적으로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게 하기 위해서다.

승승장구하던 한누리꽃담에도 4년 전 코로나19를 겪으며 큰 위기가 찾아왔다. 대면 행사가 취소되니 자연스레 꽃 소비가 줄어든 것. 한누리꽃담을 살리기 위한 대안이 필요했다. 어려운 화훼시장의 위기를 힘을 모아 극복하기로 다짐하고 배달 가능한 다문화 음식점 ‘마선생’을 차리기로 결정했다.

“결혼식, 졸업식, 장례식 등 굵직한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니 우리는 굶어 죽을 판이었죠. 직원 인건비는커녕 매달 임차료조차 낼 수도 없었으니까요. 코로나19 시기에 다른 건 힘들어도 배달음식은 성행한다는 것에서 착안한 거죠. 공동체를 유지해야 하니까요.”

장 대표는 ‘한 우물을 파는 것보다는 훨씬 낫겠다’란 생각으로 도전했다. 그런 와중에 ‘월세 80만원씩 내고 어떻게 할래?’ ‘꽃이 안되니까 음식점을 하는구나’라는 주변의 걱정 어린 시선과 비아냥은 부담으로 다가왔다.

게다가 2022년 6월 마을기업으로 선정된 후 지난해 하루 차이로 일자리 지원사업 신청 기간을 놓쳐 올해 예산지원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그러나 책임감 하나로 버텨온 장 대표. 직원들이 출근할 때 “나는 일터 가는 발걸음이 가벼워” “일터에서 치유가 되니 나이 들어서도 함께하고 싶어”라는 말에 큰 보람을 느낀다.

한누리꽃담은 수익금 일부를 이주여성 다문화아동쉼터 운영에 기부한다. 복지협의체와 다문화도서관 등에 후원한 금액이 지금까지 1천만원을 넘는다. 더 많은 이주여성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사업 확장에도 노력하고 있다.

서구 양동시장에다 전통시장활성화사업지원금 5천만원과 자본금 7천만원을 더해 한·중 퓨전식당을 오픈하면서 이주여성 5명이 또 새로운 일자리를 얻게 됐다.

한누리꽃담은 이주여성들이 모여 공동육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마을과 사람, 꽃과 음식문화를 함께 배우며 커가는 마을기업이다.
한누리꽃담은 이주여성들이 모여 공동육아, 공동체 활성화를 위해 마을과 사람, 꽃과 음식문화를 함께 배우며 커가는 마을기업이다.

“앞으로 이주여성의 지속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고 지역, 시장이 상생 발전할 수 있는 한누리꽃담이 됐으면 좋겠어요. 이를 위해 유기농 탕후루와 삼색만두 메뉴 개발에 집중하고 있고요.”

장 대표는 “지원금 없이도 자립하는 것이 꿈”이라며 “한누리꽃담이 이주여성들의 희망이자 본보기가 될 수 있는 기반이 되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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