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당신이 있어 2023년이 빛났습니다 - 경북 김천 임소록 한국생활개선김천시연합회장

다사다난했던 2023년이 저물고 있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서 농촌여성신문은 전문농업인으로 거듭나고, 각 지역에서 온기를 불어넣으며 2023년을 빛낸 여성 4인을 조명한다. 각자의 영역에서 본인의 역량을 발휘해 지속가능한 농업·농촌을 만드는 그들의 묵묵한 노력을 알리며 다가오는 2024년의 희망을 그려본다.

임소록 회장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에 온기를 불어넣고 농사고수로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임소록 회장은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에 온기를 불어넣고 농사고수로 이름을 드높이고 있다.

남편과 농사고수로 유명…수익배분 철저히
‘대통령 표창’은 김천의 자랑이자 생활개선회 업적
김천의료원과 의료 사각지대 해소에 동참

김천에서 손꼽히는 농사 고수부부
임소록 회장(56)과 남편 강진규(60)씨는 오로지 본인들의 힘으로 지금의 성과를 일군 장본인들이다. 지금은 어엿한 대농으로 인정받으며 억대 수익을 거두고 있지만 그 과정이 결코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봄에는 노지감자와 파, 양파를, 여름은 샤인머스캣, 가을은 양파, 겨울에는 당근과 상추농사를 지으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사계절 내내 들녘과 하우스에서 피땀 흘렸다. 몸은 여기저기 고장 나며 골골소리를 달고 살지만, 부부의 노력은 고소득과 함께 지난해 농협중앙회 새농민상 수상이란 결실로 돌아왔다. 한눈팔지 않고 한 우물만을 우직하게 판 결과물인 것이다. 30년 넘게 흘린 피와 땀이 온전히 인정받았다는 사실에 너무도 기뻤다고.

“새농민상을 받으며 우리 부부 이름이 같이 새겨진 명패를 농장에 걸 때 그 보람은 이루 말로 다 할 수 없었어요. 함께 노력한 세월이 헛된 게 아니었더라고요. 새농민상은 값진 훈장이에요”

임소록 회장이 농사로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좋은 땅도 한몫한다. 경북 김천 조마면은 대대로 물이 풍부하고 물 빠짐이 좋기로 유명했다. 덕분에 재배하지 않는 작물이 거의 없어 ‘작은 가락동시장’이란 말이 나올 정도로 다양한 작목이 모두 고품질을 자랑한다.

“조마면은 물도 많고 흙이 좋아서 농사가 골고루 다 잘 돼요. 규모로 치면 3만3천㎡ 정도 되는데 수박까지 했을 땐 3모작까지 지었으니 그보다 3배는 더 됐겠네요. 젊었을 땐 악으로 깡으로 농사를 지었는데 점점 골병이 들더라고요. 쉬는 달이 없어서 농사를 좀 줄였어요.”

가짓수를 줄였어도 농사는 상추와 자두, 노지감자, 양파, 샤인머스캣, 당근, 쌈채소 등 10가지나 된다. 타고난 농사꾼인 남편은 농림축산식품부의 조마감자 원종생산단지 지정을 받을 정도로 농사실력이 정평이 나 있다. 물론 임 회장도 그 못지않다. 하우스농사를 책임지며 전국 각지로 출하하고 있다.

대신 수익은 철저히 나눈다. 임소록 회장의 수익은 고스란히 그의 통장으로 입금된다. 남편은 그가 얼마를 버는 줄 정확히 모를 정도로 서로의 경제활동을 철저히 보장한다. 거기다 20여년 가까이 생활개선회 활동에 열정적으로 참여하는 임 회장을 성심성의껏 뒷바라지하며 그의 사회생활을 인정해 준다.

 

임소록 회장은 제28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임소록 회장은 제28회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상했다.

생활개선회장이라 큰 상 받아
큰 경사는 또 있었다. 지난달 역대 최대 규모로 개최된 제28회 농업인의 날에서 대통령 표창을 수여받은 것이다. 기념식에서 단상에 올라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직접 상을 받았다. 농촌 생활환경 개선과 복지에 이바지한 공로를 인정받은 임 회장은 이날 대통령에게 직접 표창을 받은 8인 중 유일한 여성이었다.

“생활개선회장이란 직책이 큰 역할을 했죠. 제가 잘해서가 아니에요. 선배님들이 잘 닦아놓은 길을 걸었을 뿐인데 대표해서 받은 것뿐이죠.“

그는 세월이 지나면 임소록이란 이름은 자연스레 잊혀지겠지만 생활개선회장이 받았다는 사실만은 오랫동안 남게 될 것이라며 인터뷰 내내 생활개선회의 업적이라고 겸손을 잃지 않았다.

대통령 표창이란 큰 상을 받은 임 회장은 특히 2명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바로 생활개선회 담당으로 오랫동안 인연을 맺어온 오은경 김천시농업기술센터 자원경영팀장과 제9·10대 한국생활개선중앙연합회장을 역임한 이미자 전 회장이다.

“이미자 회장님은 시회장부터 도회장, 중앙회장 막중한 자리를 맡으면서 후배 생활개선회원들의 자랑이자 롤모델이세요. 어려울 때마다 조언을 아끼지 않는 편한 동네 언니이기도 해요. 이번에 농식품부 공무원이 현장심사 나왔을 때 1시간 넘게 ‘임소록 회장이 꼭 상을 받아야 한다’고 말씀을 해주셨더라고요. 이미자 회장님이 그렇게 말해주셨으니 신뢰가 가지 않았겠어요. 덕분에 제가 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네요.”

오은경 팀장도 업무로 바쁜 와중에도 주말을 반납하고 공적조서 작성에 심혈을 기울이며 임 회장의 수상에 큰 보탬이 됐다. 마치 자신의 일처럼 공적조서 표현 하나하나에 심사숙고를 했고, 역시 현장심사 때도 열과 성을 다했다며 감사함을 꼭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생활개선회는 김천의료원과 함께 찾아가는 희망병원 봉사를 통해 지역의 부족한 의료혜택을 베푸는 일에 함께하고 있다.
생활개선회는 김천의료원과 함께 찾아가는 희망병원 봉사를 통해 지역의 부족한 의료혜택을 베푸는 일에 함께하고 있다.

의료혜택 사각지대 줄여나가
올해 제15대 한국생활개선김천시연합회장에 오른 임소록 회장은 취임일성으로 모두가 행복한 김천을 만들어가자는 목표를 이루겠다고 회원들과 약속했다. 생활개선회뿐만 아니라 지역사회 모두가 행복한 삶을 이뤄가는 데 온 힘을 쏟아 온 임 회장.

그중 대표적인 활동이 김천의료원과 함께 한 ‘찾아가는 희망병원’ 봉사다. 고령화율이 40%가 넘는 농촌의 현실에서 고령의 노인을 대상으로 한 돌봄은 농촌여성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다. 2021년부터 김천의료원 의료진들과 ‘찾아가는 희망병원’을 통해 회원들과 진행되는 이 봉사활동은 취약한 농촌의 의료혜택 사각지대를 줄여나간다는 점에서 지역사회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빈혈과 간기능, 신장기능 등 혈액검사와 방사선 촬영과 골밀도 검사, 투약, 초음파검사 등 전문적인 진단이 이뤄진다.

“전임 회장님 때부터 시작한 찾아가는 희망병원 봉사활동은 우리 생활개선회의 트레이드마크가 됐어요. 아무래도 집과 멀기도 하고 어르신들은 왠지 병원 가기를 두려워하세요. 마을회관에 의사분들이 찾아와 친절하게 대해주니 반응이 얼마나 좋은지 몰라요. 미리미리 큰 병을 찾아내면 어르신 본인뿐만 아니라 가족한테도 큰 도움이 되죠. 회원들은 어르신들이 순서대로 진료 받을 수 있게 안내해 드려요. 어르신들에게 대접하는 간식은 훈훈한 정이죠. 어느덧 3년차가 되니까 회원들이 알아서 하고 있어요.”

1992년 임소록 회장은 생활개선회에 첫발을 내딛으며 대표 여성농업인 단체장으로 역할을 충실히 하는 한편, 전문농업인으로 우뚝 섰다. 다가오는 2024년에 그의 활약이 더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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