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들, 일․육아병행제도 정착 요구 커
국민 77% “프랑스 동거제도가 도움될 것”

합계출산율 0.78. 단연 OECD 국가 중 가장 꼴찌다. 우리나라의 저출생 문제는 해외에서도 우려의 눈으로 바라볼 정도다. 그렇다면 우리 국민들은 저출산 문제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와 문화체육관광부가 최근 전국에 거주하는 만 18세 이상 79세 이하의 국민을 대상으로 저출산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는 데, 모든 연령층에서 90% 이상이 한국사회의 저출산 문제가 심각하다는데 공감했다. 그 원인에 대해서는 ‘경제적 부담과 소득 양극화’라고 응답한 비율이 가장 높았고, ‘자녀 양육·교육 부담감’ ‘만혼과 비혼 증가’ 등이 뒤를 이었다. 

결혼에 대한 인식도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조사에서 응답자 10명 중 2명만이 ‘결혼은 반드시 해야 한다’고 응답한 반면, ‘본인이 원하지 않는다면 하지 않아도 된다’는 비율은 38.1%나 됐다. 특히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는 비율은 남성보다 여성이 거의 두 배 정도 높은 것으로 조사돼 남에게 얽매이지 않고 주체적 삶을 추구하는 변화된 사회상을 반영하고 있다. 사실혼 등 결혼제도의 다양한 형태를 인정해야 한다는 응답자도 80%을 넘었고, 결혼과 거의 동일한 법적권리를 보장받는 프랑스의 팍스(동거제도)제도를 도입하면 저출산 문제 극복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이들도 76.8%나 됐다.

경제적인 이유는 결혼은 물론 자녀 출산도 꺼리게 하는 주원인이라고 한다. 조사에서 20~40대 중 절반 가까이(49%)는 ‘자녀계획이 없다’고 답해 2명(20%), 1명(12.2%), 3명 이상(3.5%)보다 월등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자녀계획이 없는 이유는 ‘아이 양육과 교육 부담’이 가장 높았고, 경제적 불안정, 출산나이 초과, 무자녀 생활의 여유와 편함 등을 꼽았다. 말 그대로 ‘무자식 상팔자’ 현상이 팽배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혼기가 차면 당연히 결혼해야 하고, 결혼을 하면 아이를 낳는 게 당연시됐던 과거의 결혼관, 출산관은 이제 박물관 속 박제처럼 낡은 유물이 된 요즘 세태다.

그럼 국민들은 저출산 해결 정책 중 어떤 것을 효과가 높은 것으로 인식할까. 응답자 25.3%가 ‘육아휴직, 근로시간 단축 등 일·육아병행제도 확대’를 가장 많이 꼽았다. 특히 이 응답은 여성들의 응답비율이 높아 여성들에게 자녀출산이 경력단절의 주된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한편, 국민권익위원회 산하 중앙행정심판위원회는 육아휴직자에게 지급한 육아휴직 장려금을 환수한 한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명백한 근거 없이 불이익 처분을 내린 것은 위법·부당하다”며 행정처분을 취소했다. 장려금 환수 규정이 있다고 해도 이를 확대 해석하는 것은 위법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자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중앙정부나 지자체 등이 각종 지원책을 내놓으면서도 또 다른 족쇄로 발목을 잡는 것에 대해 제동을 건 것이다. 

이번 저출산 인식조사 외에도 출산 문제의 원인을 진단하고 해법을 찾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백날 고민만 해서는 문제 해결이 되지 않는다. 원인과 해법이 제시됐으니 과감한 정책과 지원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 정부는 국민 90% 이상이 지금의 저출산 문제를 심각히 바라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