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풍당당 - 김은순 전국여성복지대상수상자협의회장(경기 안성농협 지도상무)

김은순 전국여성복지대상수상자협의회장은 농협의 여성복지 업무가 전문적이면서 지속적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김은순 전국여성복지대상수상자협의회장은 농협의 여성복지 업무가 전문적이면서 지속적이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농촌 현장에서 농업인들과 직접 소통하는 농협의 여성복지 업무는 전문적이면서 지속적이어야 하는 영역이다. 농촌복지 전문가인 이들은 도시에 비해 여러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에서 특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최일선에 있었다.

농협의 여성복지대상 수상자 협의체인 ‘전국여성복지대상수상자협의회’ 김은순 회장은 여성복지 업무를 저평가하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며 내실 있는 교육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장기요양보험 도입 이전 요양보호사 과정 신설
농협이 가장 잘하는 복지서비스 기틀 마련
내실 있는 ‘여성복지전문가 과정’ 필요성 강조

농촌 맞춤 복지사업 주도
농협의 풀뿌리 여성조직 부녀회는 1974년 내부조직으로 정식 인정받았다. 남성중심의 보수적 농협에 여풍 바람의 시초였다. 부녀회 육성을 책임지는 부녀부장은 1200여명에 육박하며 1985년 전체 농협의 80% 이상이 부녀부장을 확보하고 있었다. 덕분에 농촌에 생활환경과 영양선, 가족계획과 모자(母子)보건, 도농교류의 중추역할을 했다.

1세대 부녀부장들이 퇴장하던 무렵 2000년 김은순 회장은 2세대로서 여성조합원 포함 여성농업인 역량강화에 힘을 보탰다.

“1986년 금광농협에 일반직으로 입사했는데, ‘상냥하고 친절하다’며 여성복지 부녀부장으로 추천을 받았어요. 그때만 해도 안성은 길이 잘 닦여있지 않던 시절이라 두 발로 논두렁으로 밭두렁으로 교육을 다녔죠. 일은 힘들어도 사명감이 넘칠 때였어요.”

농촌만의 복지사업에 남다른 열정과 추진력을 발휘한 김 회장은 실버생활관리사, 요양보호사, 원예치료사, 자원봉사자과정 개설을 주도했고, 수료생을 주축으로 한 ‘농촌사랑봉사단’이란 결실을 맺었다. 특히 2008년 노인장기요양보험제도 실시 이전에 요양보호사 과정을 만드는 선견지명으로 농촌의 초고령화에 맞춰 편안한 노후생활을 뒷받침할 수 있었다.

“요양보호사 자격증을 취득한 40명으로 시작해 지금은 전문성을 가진 여성들이 배출돼 안성 곳곳에서 수준 높은 요양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죠.”

안성농협 재가노인복지센터 이동목욕차는 지역의 어르신을 위한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안성농협 재가노인복지센터 이동목욕차는 지역의 어르신을 위한 다양한 복지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농협이 가장 잘하는 복지사업
여성조합원 대상으로 ‘시간 때우기’ ‘생색내기’ 복지나 소극적인 사업이 아닌 농촌에 진정 필요한 문화·복지서비스 기능을 강화하기 위한 지역문화복지센터 출범도 그의 땀과 열정이 녹아들어 있다. 현재 안성농협의 지역문화복지센터는 25개 강좌에 남녀노소 참여 가능하고 인기 높은 프로그램이 즐비하다.

“지역문화복지센터는 농협이 가장 잘할 수 있고, 할 수밖에 없는 사업입니다. 조합원이나 주민들이 뭘 원하는지 가장 잘 파악하고 있고, 저렴한 비용으로 질 높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어서죠.”

농협이 잘할 수 있는 복지사업 중 재가노인복지센터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안성농협 재가노인복지센터는 국비와 농협중앙회 지원을 받아 치매, 중풍, 파킨슨병을 앓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에게 방문요양과 방문목욕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농협재단 지원의 이동목욕차는 최신설비를 갖추고 있는 데다 목욕전문 요양보호사가 어르신댁을 직접 찾아 정성껏 건강을 챙긴다. 방문요양은 밥짓기와 청소, 세탁 등 가사지원과 동행과 산책 개인활동 지원, 그리고 말벗과 격려와 위로의 정서적 지원도 돕고 있다.

“가족 같은 마음으로 지역에서 효를 실천하는 사업으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요. 협동조합이라는 타이틀에 걸맞게 사회적 책임을 다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깊은 사업입니다.”

여성복지 업무는 전문성·지속성 가져야
농촌 맞춤 복지사업에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온 김은순 회장이지만 여성복지 업무의 전문성을 낮게 보는 시선이 있다고 토로했다. 여성복지 업무를 맡기 위해 별도 시험을 통해 전문직인 여성복지 업무를 맡게 된 김은순 회장 입장에서 현재 90%가 일반직에서 업무를 떠맡는 현실에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2013년에 전문직 공개채용이 없어지면서 일반직으로 있다 이 업무를 밭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확실한 건 머물다가는 자리는 결코 아니란 겁니다. 전문성과 지속성을 모두 갖춰야죠. 잦은 업무분장으로 연속성 있게 사업을 추진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 성과위주의 평가로 여성복지 담당자들이 승진하기가 어렵습니다. 많은 후배들이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죠.”

여성복지 업무가 농업협동조합법 제1조를 실현할 수 있는 좋은 사업이라는 소신을 줄곧 역설한 김은순 회장. 그는 지역맞춤형·생활밀착형 복지사업의 중요성이 점차 대두되며, 전국 최대 점포망을 가진 농협의 여성복지 담당자들의 실력을 높여 전문가로 거듭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회장은 “공개채용이나 전문직으로 되돌리는 게 현실적으로 어렵다면 내실 있는 ‘여성복지전문가 과정’을 1달 이상 이수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면서 “농촌지역 여성의 삶의 질 향상과 복지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해온 여성복지 업무가 앞으로도 깊이 있는 농촌 맞춤의 사업이 펼쳐질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고, 농협중앙회 차원에서 담당자들의 업무영역의 전문성을 제대로 인정해야 자긍심도 생길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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