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풍당당 - 이순열 세종특별자치시의회 의장

지방의회는 여성정치인의 산실이다. 지난해 6·1지방선거에서 여성은 광역의회 19.8%, 기초의회에 33.4%에 이르렀다. 비록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지방정치는 생활정치인 만큼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전문성을 발휘한다면 여성의 권익과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2020년 보궐선거를 통해 의회에 입문한 이순열 의장(더불어민주당, 도담·어진동)은 산업건설위원장으로 왕성한 의정 활동을 펼친 가운데, 세종시의회 역대 첫 여성의장에 선출됐다. 이 의장은 박병남 한국생활개선세종특별자치시연합회장과 격의 없이 소통하며 도·농상생 방안을 모색했다.

이순열 의장은 농업인과 도시민을 잇는 의정을 펼치고 있다.
이순열 의장은 농업인과 도시민을 잇는 의정을 펼치고 있다.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도입 적극 검토
“로컬푸드는 지역공동체 살리는 사회운동”

- 세종시 역대 첫 여성의장이다.
전 의장의 불미스러운 퇴진으로 세종시의회의 명예가 실추된 이후 공석이었던 의장 자리에 오르기까지 부담감이 컸다. 다수당과 야당 간 대립이 있는 의회에서 균형을 잡아야 하는 의장의 역할이 쉽지 않기 때문이다. 한 달간 고심했고, 지난 6월15일 의장에 선출됐다.

세종시는 2023년 총 2조34억원의 지방재정을 운영하고 있다. 예산 수립·집행, 사업 중간점검 등 의원들의 업무량이 많다. 또한 민원이 발생하면 담당부서 실무자와 의원이 현장을 점검하고, 조례 개정 등 해결방안을 찾는 과정도 병행한다.

그런데 민심은 지방의회의 기능을 체감하지 못하고, 의원들이 제대로 일을 하지 않는다는 선입견이 많다. 의원일 때부터 동료 의원들을 보면 늦은 밤까지 고민해서 조례를 만들고, 그 조례 덕에 대상자들이 혜택을 받게 되는데, 이런 부분을 시민들이 잘 모르고 있다. 취임 뒤 ‘시민의 일상과 함께하는 의회’라는 의정 메시지를 전했다. 의장으로서 의회와 시민을 연결해주는 중간역할을 하고 싶다.

- 여성으로 지방정치에 입문하기까지.
2014년 세종시로 초등학생 두 아이와 함께 이주했다. 세종시 출범 이전부터 도시화되는 과정에서 오는 불편을 감수했다. 당시만 해도 혁신도시를 추진하느라 도로에 레미콘이 줄지어 다녔다. 제대로 된 도로가 없었고, 밤에는 개구리 소리만 들렸다. 도시에 살다가 열악한 환경에 생활하느라 우울감을 느낄 정도였다.

인구는 유입되는데 두 아이가 다닐 학원은 부족하고, 방과 후 교실을 신청하면 경쟁이 치열해 육아도 여의치 않았다. 지역에서 아이들이 대학을 졸업하고 주거할 수 있는 자족기능을 고민하게 됐다. 환경단체와 참여자치시민연대에서 활동하면서 불편한 부분을 해결하고 싶은 욕구가 있었다.

시청 홈페이지에 불편사항을 올려도 혼재된 행정으로 인해 소관이 아니라는 무책임한 답변만 돌아왔다. 정치를 해야 된다고 열망하지 않았는데, 세종이 혁신도시로 만들어지는 과정에서 유입 인구가 많아지면서 순간의 선택이 다음 단계로 이어진 것 같다.

박병남 한국생활개선세종특별자치시연합회장(사진 왼쪽)은 이 의장을 마주한 자리에서 세종형 행복바우처 도입을 건의하고, 생활개선회가 도·농교류를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서겠다고 전했다.
박병남 한국생활개선세종특별자치시연합회장(사진 왼쪽)은 이 의장을 마주한 자리에서 세종형 행복바우처 도입을 건의하고, 생활개선회가 도·농교류를 위한 활동에 적극 나서겠다고 전했다.

- 여성농업인 지원방안은.
생태에 관심이 많다. 농업은 씨를 뿌려 재배하고 수확하고, 경제적 가치로 바꾸는 경제활동이다. 여성농업인은 우주의 섭리를 알고 땅이 주는 계절의 변화를 민감하게 포착한다. 직접 한살림 소비자조합원으로 활동하면서 농촌교류활동으로 영농현장에서 농업인들을 만나왔다. 도시민들의 먹거리가 농촌과 연결돼 있다는 걸 알릴 필요가 있다. 그래서 세종시교육청 유해물질 식재료 사용제한 조례안, 학교급식 운영에 관한 조례안 등을 발의했다.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과 관련해 세종시는 경북도에서 시·군 3곳이 9천명을 대상으로 지원하는 선례를 면밀히 검토하고 있다. 세종시의회 조례에서는 ‘여성농업인 삶의 질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 ‘건강검진에 필요한 비용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할 수 있다’고 권고하고 있어 긍정적이다. 실효성을 가지려면 권고에서 강제 규정으로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

또 충북도에서 시작돼 전국으로 확산한 여성농업인 행복바우처사업 또한 담당부서와 논의하는 등 타 지자체의 우수사례를 참고하겠다.

- ‘대중교통요금 무료화’ 관련 면지역 이동권은.
세종시는 2025년 ‘대중교통요금 무료화’ 전면 시행을 목표로 준비하고 있다. 도시도 농촌도 수요 응답형 버스가 호응을 얻고 있다.

농촌지역에는 ‘두루타’라는 버스를 운행한다. ‘두루두루 타라’는 의미의 공공버스인데, 수요자가 직접 예약해야 한다. ‘두루타’를 신도시에 옮긴 도시형 수요응답형 '셔클'도 2021년 세종도시교통공사가 운행하고, 현대자동차에서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범 도입했다.

‘두루타’는 최근 20대를 보강해 총 36대를 지원하고 있다. 내부시설이 쾌적하고 좋은데, 운전기사 채용이 쉽지 않아 36대가 전부 운영되고 있진 않은 실정이다. 주민들은 ‘두루타’를 보면 되게 반가워한다고 들었다. 휴대폰에 ‘두루타’ 앱을 설치해 신청해야 되는데, 70대 고령 주민들은 디지털기기 조작이 어려워 이용하지 못하는 애로가 있다. 이에 대한 맞춤교육이 필요한 시점이다.

- 로컬푸드매장은 도·농상생의 장이다.
여성농업인들이 안전먹거리를 생산하는 데 들이는 소중한 노동을 도시민들도 알아야 한다.

올해 세종로컬푸드직매장 4호점 개장을 추진하고 있다. 소량으로 농산물을 생산하는 농업인도 1~3호점에서 납품하고 있어 도시민과 만나게 되는 선순환을 그리고 있다. 나도 일부러 싱싱장터에서 김밥을 구매하며 시민들을 만나고 매장 상황을 점검하고 있다.

세종시에서는 농촌마을에 거점 집하장 운영 등 배송시스템을 만들고, 매장 진열까지 돕고 있어 여성농업인들이 수확에만 전념할 수 있게 돕고 있다. 로컬푸드는 단순히 지역의 제철 식재료에서 끝나는 게 아니라 먹거리를 매개로 지역공동체를 살리는 사회운동이다. 만족하며 이용하는 도시민들도 많아 자부심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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