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자치분권시대, 여성의 역할(여성의 목소리 이렇게 높입니다) - 전남 나주시농어업회의소

전남 나주시농어업회의소는 농민의 넋두리도 흘려듣지 않고 농업인과 농업인단체, 행정이 바로 서는 농정파트너로서 밝은 미래 농업을 함께 열어갈 것을 다짐한다.
전남 나주시농어업회의소는 농민의 넋두리도 흘려듣지 않고 농업인과 농업인단체, 행정이 바로 서는 농정파트너로서 밝은 미래 농업을 함께 열어갈 것을 다짐한다.

농정의 ‘객체’ 아닌 ‘주인’ 돼야…운영비 확보 관건

열악한 품목단체 목소리도 경청해 지원 늘려야

“농촌에 80~90대 홀로 여성어르신이 많아요. 그분들이 바깥일 하며 끼니를 얼마나 챙기겠어요. 농번기에 한시적으로 해오던 공동급식사업이 상반기에 12일이었는데 하반기엔 하루 줄였더라고요. 20일로 늘려도 모자랄 판에. 그냥 허울뿐인 것 같아요.”

현장에서 ‘여성농업인이 농사지으며 밥 짓는 게 너무 힘들다’는 의견을 정책화한 것이 바로 나주에서 최초로 실시했던 마을 공동급식이다. 그러나 한 끼 5200원의 부식비는 턱없이 부족하다. 게다가 지원예산도 점점 줄고 있는 상황. 막상 시행해 보니 마을 주민들의 호응과는 달리 또 다른 어려움이 속속 드러났다.

한정옥 나주시농어업회의소 부회장(전 한국생활개선나주시연합회장)은 이러한 문제점을 농어업회의소를 통해 건의할 예정이다.

운영비는 곧 직원 급여…정부지원 절실
2012년 설립된 나주시농어업회의소는 현장 농업인과 농업계의 의견을 수렴하고 조율함으로써 정책 탐색비용을 줄이고, 현장감 있는 농업정책을 실현하고 있다.

김영욱 나주시농어업회의소 사무국장은 9년째 무보수로 일하고 있다. 2015년, 공식적으로 법제화가 안 된 단체에 대해 재정 지원이 끊긴 탓이다.

2013년부터 3년간 연 1억2천만원의 정부 지원금을 받아 그동안 사무국장, 정책실장, 간사 인건비로 사용했다. 다행히 지난 9월부터 윤병태 나주시장이 취임하면서 운영비 지원을 요청했고 현재 농촌인력지원사업으로 직원 인건비를 충당하고 있다.

총 회원 1500명 중 매달 3천~5천원의 회비를 납부하는 회원은 600여명. 나주농협, NH농협 나주시지부, 남평농협에서 매년 100만원씩 운영비 지원을 받아 농어업회의소를 꾸려가고 있다.

2016년부터 생활개선회, 여성농민회, 여성농업인연합회, 4-H 등 여성단체가 가입하기 시작해 총 1천여명의 여성회원이 참여하며 여성농업인의 목소리에도 힘이 실렸다.

그러면서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시범사업, 마을공동급식 지원, 소형농기계 구입 지원 등 다양한 여성친화형 농정을 제안했다.

현장 체감도 높은 여성농업인 정책 펼쳐
그중 행복바우처는 5년 전 처음 시행됐을 당시 연 10만원(자부담 2만원 포함) 지원하던 것을 지난해부터 자부담 없이 전액 20만원으로 상향 지원하는 정책을 제안해 시행되고 있다. 행복바우처는 농·어촌지역 여성농업인의 여가·문화생활 비용 20만원을 카드 포인트로 지급해 문화, 여성의 이용 빈도가 높은 미용실, 찜질방, 목욕탕 등에서도 사용이 가능해 큰 관심과 호응을 받았다.

“농촌 현실이 워낙 힘들어요. 고령 여성도 많고, 그 안에서 농사를 짓다 보니 근골격계질환이나 여성질환에 굉장히 취약하죠. 저도 지난 5월에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을 받았어요. 간단한 검사라도 무료로 받을 수 있게 되니 너무 좋았죠. 앞으로 더 많은 여성농업인들이 혜택받을 수 있기를 바랍니다.”

나주시농어업회의소는 여성농업인에게 필요한 다양한 사업을 고민하고,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 고 있다.
나주시농어업회의소는 여성농업인에게 필요한 다양한 사업을 고민하고,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애쓰 고 있다.

나주시농어업회의소는 2016년부터 여성농업인의 건강에 관심을 갖고 시청에 문을 지속적으로 두드렸다. 5년 전부터 제안한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은 올해 자부담 없이 무료로 실시됐다.

또 ‘농·어민 공익수당’은 지난 2020년 전국 최초로 전라남도, 나주시를 비롯한 도내 지자체가 도입했다.

“나주시는 혁신도시로서 공기업이 많아 재정이 좋아요. 그래서 4년 전 이 제도를 처음 시행할때 매달 10만원씩 연 120만원을 지원할 계획이었지만 도에서 신안이나 진도 등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를 고려해 연간 60만원씩 지급하기로 결정한 거죠.”

한정옥 부회장은 “경영체 등록을 따로 했으면 맞벌이 부부나 다름없는데 농민수당을 가구당 지급하는 것은 여성농업인을 괄시하는 처사”라며 예산 부족과 조례상의 이유로 가구당 지급되고 있는 현 정책에 대한 불편한 속내를 드러냈다.

이같이 여성농업인의 부당한 처우에서 나주시농어업회의소 여성회원들은 가구당이 아닌 개별로 지급하는 내용의 정책 제안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다.

“여성농업인 대부분이 고령인 데다 혼자 농사를 짓는 분들이 많아 소형농기계 보급이 시급했죠. 3년 전부터 관리기나 분무기와 같은 소형 농기계를 지원하고 있어요.”

김영욱 사무국장의 우선 보급 기준은 고령 여성농업인이었다. 필요한 농기계 구입을 지원하고 있지만 지원금액은 20만~100만원에다 자부담 50%로 지원한도는 크지 않다. 하지만 신청 건수는 꽤 높은 편. 앞으로 여성농업인의 노동부담이 완화될 수 있도록 소형 운반차와 같은 여성친화형 농기계 보급 확대를 제안할 예정이다.

나주시농어업회의소는 7~8월에 나주시장이 동석한 농정협의회가 열린다. 축산분과를 제외한 나머지 8개의 분과는 소회의를 거쳐 의견을 취합해 1년에 한 번 정책협의회를 개최한다.

운영비도 부족하다. 김 사무국장은 할 일은 많아지고 역할도 늘어나는데 인건비 예산이 없어 직원 채용은 꿈도 못 꾼다고 토로했다. 그래서 사업비 일부를 지원하는 조례를 준비 중이고, 올가을이나 내년에 조례안을 제정해 안정적인 운영을 기대하고 있다.

나주배 홍보 시식회 모습.
나주배 홍보 시식회 모습.

농업인 위한 대의기구로 거듭나야
한우협회나 한돈협회와 같은 단체에선 정책지원도 예산지원도 신속하게 처리되는 반면, 양록협회나 양봉협회와 같은 단체는 어떠한 지원 요청에도 하세월. 그 힘은 단체 자금력에서 나온단다.

“힘 있는 단체에선 1500만원 지원받는 것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하지만 자연생태계 보존을 위해 농사에 없어서는 안 될 양봉산업에 정부에서도 힘을 더 실어줘야 해요.”

김 사무국장은 일본의 환경보전을 위한 노력과 3600가지 농산물 종자 보존 사례를 들며 “국내에선 종자 보존이 1천가지도 안 된다”고 꼬집었다.

송옥희 회원(공산면 부녀회장)은 현장에서 느낀 애로사항을 허심탄회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유일한 소통창구라고 농어업회의소를 평가했다.

“고령화된 농촌에선 외국인근로자 없이는 농사도 지을 수가 없어요. 이젠 다음 세대가 이어갈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해 보입니다. 얼마 전 외국에 갔을 때 소고기보다 상추가 더 비쌌어요. 그만큼 농업의 가치를 알아야 한다는 거죠. 그러니 농촌을 살리면서 청년들이 정착할 수 있는 정책을 펼쳤으면 좋겠어요.”

일손 부족한 농촌의 미래 농업의 위기를 깨닫고 많은 생각을 하게 됐다는 송씨. 그는 농촌 현장의 간절한 요구와 바람이 국가 농정에 적극 반영될 수 있기를 기대했다.

“나주는 여성농업인이 60%가 넘어요. 농업인이 건강해야 양질의 농산물이 생산되죠. 살기 좋은 농촌을 만들기 위해 농민들의 넋두리도 흘려듣지 않으려고 합니다. 그것이 농어업회의소의 역할이자 사명이니까요.”

김 사무국장은 협치와 상생을 강화해 나주시의 농정파트너로서 함께 나아갈 것을 다시 한번 다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