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가비·심사비 명목 신청자에 금품 요구
‘명인·명장’은 고유명사…제재 근거 없어
■주간 Focus- 전통 잇는 명인들의 명과 암
“대한민국 ○○ 명인·명장을 찾습니다.”
정부는 관련 법률에 따라 한 분야에서 기술이나 재주가 뛰어나 이름난 사람을 선정해 명인 또는 명장이라는 자격을 부여한다. 대한민국 명인·명장들은 자격을 유지하고, 그 가치를 계승·보전하고자 애쓴다. 명실상부 이들의 자긍심도 높다.
한편에선 “정부가 명인·명장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불만도 잇따른다. ‘○○협회’ 등 국가공인이 아닌 민간 기관이나 단체들이 관련 사업을 진행하면서 명인·명장이 남발되고, ‘썩은 배추와 곰팡이 무’ 등 불량 식재료를 사용한 명인·명장이 재판에 넘겨지면서다.
대한민국 명인·명장들의 오늘을 들여다본다.
대한민국식품명인 불량 식재료 사건 불거져
이미지 실추…“관리·감독 강화해야” 불만도
‘돈 주고 샀다’ 폄훼도
민간기관이나 단체에서 부여하는 명인·명장의 경우 대부분 참가비 또는 심사비 명목으로 적게는 수십만원에서 많게는 수백만원의 돈을 받고 진행, 애꿎은 대한민국 명인·명장들만 피해를 보고 있다.
한 대한민국 식품명인은 “까다로운 서류심사를 통과하고 수차례 현장실사 등을 거쳐 ‘명인’이라는 타이틀을 얻었지만, ‘돈을 주고 산 것’이라며 폄훼하는 사람들도 있다”면서 “식품산업의 문화재라고 자부하기에 정부가 나서 명인·명장을 함부로 사용할 수 없도록 조치할 것을 촉구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들 민간기관이나 단체는 각 기관·단체의 정관을 근거로 이 같은 명인·명장 관련 사업을 벌이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주관 대한민국 식품명인(80명), 고용노동부 주관 대한민국 명장(696명), 농촌진흥청 주관 대한민국 최고농업기술명인(65명), 해양수산부 주관 대한민국 수산식품명인(10명) 등은 관련 법률이나 훈령 등이 정한 절차에 따라 심사를 진행하고 참가비 등의 금품을 요구하지 않는다.
이는 문화재청이 주관하는 무형문화재 보유자, 전승교육사, 이수자 등 지정도 마찬가지다.
2013년부터 ‘한국예술문화명인’ 사업을 진행해 온 사단법인 한국예술문화단체총연합회(한국예총) 한 관계자는 “무형문화재나 대한민국 명인·명장의 경우 절차와 심사가 까다롭고, 소수에게만 부여된다”면서 “발굴하고 육성해서 전승 체계를 구축하고 촉진해야 하는 다양한 예술·문화 콘텐츠가 사라져가는 상황에서 정부 지원 없이 진행하려면 심사비를 받을 수밖에 없다”고 해명했다.
이 단체에서 명인 자격을 얻으려면 신청 단계에서 심사비 150만원, 명인 지정 뒤 인증패비 20만원, 이후 6년간 3년마다 심사비 각 30만원을 내야 한다. 이후에도 회비 등을 납부해야 유지할 수 있다.
‘1호 김치명인’ 재판행
한편, 대한민국 식품명인이자 대한민국 명장이었던 김순자 한성식품 대표가 불량한 식재료를 사용해 김치를 제조·판매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지면서 정부 지정 명인·명장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 대표는 한성식품 자회사가 운영 중인 공장 한 곳에서 썩은 배추와 곰팡이가 핀 무 등으로 2019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24만㎏ 상당의 김치를 제조·판매한 혐의를 받고 있다.
김 대표는 2007년 명인, 2012년 명장 자격을 받아 ‘1호 김치명인’으로 불렸으나, 사건이 불거지자 지난해 명인·명장을 자진 반납했다.
대한민국 식품명인을 지정하는 농식품부 한 관계자는 “명인이나 명장은 고유명사라서 중앙정부라 해도 독점할 수 없고, 누구나 사용할 수 있다는 유권해석이 있다”고 전했다.
‘명인’의 사전적 의미는 어떤 분야에서 기예가 뛰어난 유명한 사람이다. ‘명장’은 한 분야에서 기술이나 재주가 뛰어나 이름난 장인이다.
대한민국 식품명인 사후 관리·감독 기관인 농진청 국립농업과학원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관리·감독은 해당 제품에 인증 마크를 제대로 표시했는지를 살피고, 명인 위상 제고를 위한 제품전시, 홍보, 체험교육 등 다양한 정부 지원과 기록화 작업에 집중됐다”면서 “명인 반납과 지정 취소 건은 선례가 없는 이례적인 건으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산업인력공단 글로벌숙련기술진흥원에 따르면 대한민국 명장 중 지금까지 지정 취소된 건은 김 대표를 포함해 3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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