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시골언니 프로젝트 : ③충북 옥천 로컬미디어랩

농촌에는 다양한 직업과 삶이 존재한다. 인생에 한 번쯤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고 싶을 때, 농업과 농촌을 떠올릴 수 있으면 어떨까. 그런 바람으로 시작된 농림축산식품부의 청년여성 농업농촌탐색교육, 이름하여 ‘시골언니 프로젝트’가 올해로 2년차를 맞았다.
먼저 정착한 시골언니들로부터 생생한 시골살이를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하며 농촌에서의 삶을 구체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참여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8곳의 현장운영기관은 올해 12곳으로 늘어났다.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의 청년여성과 농업·농촌의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

충북 옥천의 박누리 월간옥이네 편집장과 고래실 관계자들은 언론이 특화된 자원을 프로그램으로 구성해 미디어 활동으로 원주민들과 소통하고 정착하는 새로운 관점을 소개했다.

# 옥천신문의 시니어기자단 할머니들을 어떻게 섭외한 거예요? … 원주민과 친해지려면 어떻게 다가가야 해요? … 청산별곡 공간을 구축하려면 자본금은 얼마나 드나요? (도시언니)

# 2002년에 연고 없이 귀촌했어요. 읍에 살 때는 소속감을 못 가졌는데, 면에서 활동하니까 청산사람이라고 주변에서 알아줬죠. 청산면은 향교가 있던 큰 마을인데, 이야깃거리가 많겠다 싶었어요. 지난해 청산면의 마을신문으로 ‘청산별곡’을 발간해 주민의 소식을 전합니다. (시골언니)

농촌을 보는 새로운 관점
충북 옥천은 30여년 발행되고 있는 ‘옥천신문’이 마을 곳곳의 이야기를 전하며 활력을 높이고 있다. 미디어가 특화된 옥천으로 귀촌한 청년들은 원주민들을 인터뷰하며 짧은 시간 밀도 있는 대화를 통해 관계를 맺었고, 풀뿌리 언론의 순기능이 널리 알려지고 있다.

올해 시골언니 프로젝트 시즌2를 이끌고 있는 시골언니 박누리 월간옥이네 편집장과 지역문화활력소 ‘고래실’도 2010년 무렵 연고 없는 옥천에 정착한 귀촌 2세대다.

10박11일간 시골언니들이 준비한 옥천 로컬미디어랩은 로컬미디어 워크숍, 언니의 언니, 자립기술, 옥천탐방, 보고-듣고-나눔 등을 주요프로그램으로 내세웠다.

프로그램을 공동기획한 이현숙 고래실 외부기획자는 “도시에서 농촌을 생각하면 지역을 대상화하기 쉽고, 막연하게 주민들은 따뜻하고 생활인프라는 부족할 것이라 여긴다”며 “새로운 관점으로 주민들과 관계를 맺고 일상의 근육을 기르는 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현숙씨는 “10박11일 일정에 옥천살림사회적협동조합, 토종씨앗학교, 베이커리 사장, 목수 등 다양한 분야의 시골언니들을 연계해 도시언니들과 만남을 이끌었다”며 “관점을 갖고 일상의 자립능력을 키우면 농촌에 정착할 수 있는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언론활동이 특화된 옥천지역의 특성을 시골언니 프로젝트에 녹여냈다는 것이 주변인들의 평가다. 각지에서 옥천을 찾은 도시언니 6인이 지난 3~12일 농촌 탐색에 나섰다.

시골언니 “지역 구심점 되는 미디어 활동과 자립기술 전파”
도시언니 “경험 부족한 청년여성들… 귀촌 노하우 많아지길”

작은 움직임이 변화 이끌어
지난 8일은 시골언니 프로젝트 6일차. 각자 다른 개성을 가진 언니들이 공감대를 쌓으며 진한 우정을 나누고 있다.

황민호 대표
황민호 대표

이날 청산면 청산별곡에서 ‘언니의 언니’ 프로그램의 하나로 옥천신문 기자와 취재부장으로 활동한 황민호 옥천신문 대표이사(청산별곡 대표이사 겸)와 도시언니들이 만나는 자리를 가졌다.

황민호 대표는 “옥천신문에서 3명을 채용하면 1명이 남았다”며 “그만큼 농촌을 떠날 이유는 많고 인구유출이 되기 쉽다”고 말했다.

그는 “농촌에 머무는 이유를 생각하고, 일자리와 생계를 넘어 지역에서 활동하는 의미에 대해 생각해보면 좋겠다”고 조언했다.

이어 황 대표는 청산면의 지역적 특징을 소개하고, 사회활동가로서 작은도서관 활성화에 나서 지역을 변화시킨 사례, 옥천신문 구성원으로 시작해 ‘청산별곡’ 신문을 발간하게 된 일대기를 속속 들려줬다.

그는 “저널리스트(기자)도 주민 중 한 사람이 하는 일”이라며 “변방이라서 변화가 더 쉬울 수 있기에 주민들도 목소리를 낼 줄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청산별곡’이란 신문을 발행하게 된 과정은 도시언니들의 호기심을 높였다. 지역 언론이 농촌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에 대한 질문도 곳곳에서 쏟아졌다.

경기 용인에 거주하는 이지민(21)씨는 “농촌탐색프로그램에서 귀농에 치중된 부분이 있다”고 지적하며 “지원대상이 청년여성인 만큼 삶에 대한 경험이 부족해 귀촌했을 때 겪는 어려움도 알려줬으면 한다”고 요청했다.

이씨는 “옥천 미디어랩에서는 자립해서 살아가는 방법을 알려주는 프로그램이 있어 참여하게 됐다”며 “자립기술을 배우는 과정이 인상적이었고, 언니의 언니들을 만나면서 농촌살이노하우를 듣는 시간이 좋았다”고 평했다.

■ 시골언니 - 박누리 월간옥이네 편집장
“농촌의 다양한 일자리 알리고파”

박누리 편집장

2010년 무렵에 나도 옥천에 연고 없이 귀촌했다. 옥천신문 기자로 일하면서, 지역민과 소통하며 성장했다. 로컬푸드운동, 마을교육공동체 등 다양한 주민자치활동이 지속될 수 있는 배경은 지역소식을 꼼꼼히 기록하는 매체가 있어서다. 시골언니 프로젝트를 통해 귀촌의 다양성을 알리고 싶었다.

지난해 농림축산식품부 시범사업으로 시골언니 프로젝트에 선정된 경험이 있다. 당시에는 도시언니 10명을 모집하고 일주일 동안 진행했는데, 올해는 6명으로 조정하고 일정은 10박11일로 꾸렸다. 프로그램은 읍·면 구석구석 직접 이동해 시골언니들을 만나는 기회를 추가해 도시언니들의 만족감을 높였다.

농촌지역은 직접 와서 경험하지 않으면 모르는 배움이 많다. 시골언니 프로젝트를 통해 농촌에 대한 편견을 타파하고, 예비귀농·귀촌인들이 앞으로의 삶을 의미 있게 채워나갈 수 있는 수단이 되길 바란다.

■ 도시언니 - 김유민씨(서울 거주)
“농촌은 특별한 경험으로 가득”

김유민씨
김유민씨

서울에서 고등학교 교사로 재직하고 있어서 농촌 경험이 부족했다. 지난해 1월 서울시 청년정책사업으로 ‘별의별이주땡땡네트워크’에서 모집하는 삶의 경로 탐색프로그램에 참여해 옥천에 온 경험이 있다. 농촌경험을 에세이로 기록하려고 찾았다가, 짧은기간 옥천신문 인턴기자로 활동하며 취재한 기사를 신문에 게재한 추억이 있다. 특별한 경험에 기사가 게재된 신문을 휴대폰에 소장하고 있다.

농촌은 새로운 경험이 많은 것 같다. 생활 인프라가 부족하다보니 귀촌을 생각하는 청년여성들은 조심스럽게 접근하는데, 이런 마음을 알아주는 사업이 더 많아지길 바란다.

시골언니 프로젝트를 하면서 프로그램이 더욱 체계적이고 배움이 많다고 느낀다. 도시언니들은 로컬미디어, 자립기술 등 관심사에 맞는 현장을 가면 적극적으로 질문공세를 펼친다. 나 같은 경우는 마을아이들을 위한 공동체사업이 궁금했는데 언니와 언니 프로그램이 유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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