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시골언니 프로젝트 ②경북 상주 청년이그린협동조합

농촌에는 다양한 직업과 삶이 존재한다. 인생에 한 번쯤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고 싶을 때, 농업과 농촌을 떠올릴 수 있으면 어떨까. 그런 바람으로 시작된 농림축산식품부의 청년여성 농업농촌탐색교육, 이름하여 ‘시골언니 프로젝트’가 올해로 2년차를 맞았다. 먼저 정착한 시골언니들로부터 생생한 시골살이를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하며 농촌에서의 삶을 구체화할 수 있어 참여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다.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의 청년여성과 농업·농촌의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

경북 상주시 이안면 폐교에서 시골언니와 도시언니가 만나 열흘간 친환경 농사를 비롯해 마을카페, 작은도서관, 목공방, 농산물 판매장 등 시골언니의 삶을 동행한다.
경북 상주시 이안면 폐교에서 시골언니와 도시언니가 만나 열흘간 친환경 농사를 비롯해 마을카페, 작은도서관, 목공방, 농산물 판매장 등 시골언니의 삶을 동행한다.

도시와 시골 잇는 연결고리 … ‘마음의 고향’ 되기도

다양한 농촌 경험으로 도시언니 인생 다각화 기회

나도 누군가에게 비빌 언덕이 되다
배산임수(背山臨水)의 경치를 자랑하는 경북 상주시 이안면 아천1리. 도심과 멀리 떨어진 이곳 마을에 2층 규모의 폐교가 자리 잡고 있다.

농촌에서 농사만 지어야 한다는 편견을 버리고 폐교에서 지내는 10박11일. 친환경농사 경험을 중심으로 마을카페, 작은도서관, 목공방, 농산물 판매장 등 시골언니의 삶을 동행하며 다양한 삶을 경험해 보는 시간이 마련됐다.

올해 두 번째 현장운영기관으로 참여한 경북 상주의 ‘청년이그린협동조합’은 ‘폐교에서 즐기는 다양한 시골체험’ 프로그램으로 7월부터 10월까지 총 4차례에 걸쳐 진행된다. 1기수에 3명씩 12명의 도시언니가 참여해 자신의 시골생활을 설계해보고 시골언니는 다양한 농촌체험 기회를 제공한다.

2017년 경북 상주로 귀농한 백아름 대표(청년이그린협동조합)는 폐교를 중심으로 지역주민들과 상생하며 도시와 농촌을 잇는 5년차 시골언니다.

백 대표는 부산에서 나고 자란 뼛속까지 도시언니다.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공무원 시험 준비를 하며 여느 취업 준비생들과 비슷한 2년을 보냈다. 1년간 세공을 배워서 하고 싶었던 일을 직업으로 삼았지만 남들과 똑같은 삶을 살아야 할 것 같은 조급함에 평생 행복할 자신이 없어 과감히 귀농을 선택했다.

농촌에 정착하기까지 가교역할을 해준 마을 이장님 덕분에 순조로운 시골살이를 하고 있는 것처럼 백 대표도 비빌 언덕이 되고 싶었다.

폐교에서 시골언니와 열흘간의 동거
폐교가 농촌문화의 중심공간으로 탄생하기까지 7년이 걸렸다. 친환경 농산물을 판매해 공간 활용을 위한 재투자를 거듭해 온 것. 그래서 마을카페와 공유부엌, 작은도서관, 동아리실 등 지역주민이 함께 공유할 수 있는 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처음에는 개방적인 농촌문화가 낯설고 시골 인심이란 것이 불편했죠. 귀농·귀촌을 결심할 때 이런 부분들로 망설여질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그래서 더더욱 도시언니들과 허심탄회하게 공유하려고요.“

시골에서도 다양한 직업과 그 직업을 통해 삶의 존재를 느낄 수 있는 시간, 마을 곳곳에 있는 지역활동가나 특색있는 카페 운영자. 공예공방 대표 등 마을언니들의 생생한 이야기로 시골살이의 가능성과 감동을 더했다.

“많은 인원이 한꺼번에 참여하다 보면 관광객처럼 형식적으로 진행되더라고요. 그래서 기수마다 3명씩 소수의 인원으로 깊이 있는 시간을 만들려고 노력했죠.”

지난해 첫 시골언니 프로젝트 사업에 참여한 도시언니 중에서는 1년 살아보기를 추가로 진행하거나 휴가 때 놀러와 농사를 돕는 등 지속적인 교류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

“MZ세대들은 고향이 별다를 게 없잖아요. 요즘 이사도 잦고 할머니, 할아버지들도 도시에 거주하는 경우가 많아 쉬고 싶을 때 훌쩍 떠날 수 있는 곳이 없어요. 그런데 마음의 고향이 생긴 것 같아 좋다는 도시언니의 이야기를 들으면 고맙기도 하고 보람도 느끼죠.”

시골언니 프로젝트가 꼭 귀농·귀촌을 위한 것은 아니다. 다만 이곳에서 얻은 삶의 경험들이 서로에게 큰 힘이 된다. 서로 지지하고 응원하고 비슷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생겼다는 것. 그것이 가장 큰 성과이자 결과물이다.

시골언니 프로젝트가 여성이 귀농·귀촌의 계기가 될 수 있는 마중물로 더 많은 청년여성이 참여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신설되기를 소망한다.


■도시언니 미니 인터뷰 - 1기 참가자 윤주은·홍수현·조은정

“가볍게 떠나는 ‘마음의 고향’ 생겨”

7월21~31일 진행된 ‘폐교에서 즐기는 다양한 시골체험’ 시골언니 프로젝트 1기 참가자 도시언니 홍수현, 윤주은, 조은정씨(왼쪽부터)
7월21~31일 진행된 ‘폐교에서 즐기는 다양한 시골체험’ 시골언니 프로젝트 1기 참가자 도시언니 홍수현, 윤주은, 조은정씨(왼쪽부터)

▲윤주은(22·인천)
평소 귀촌에 관심이 많았다. 무작정 귀촌하기엔 아는 것이 없어 체험을 통해 농촌을 알고 싶었다. 젊은 시골언니들이 하는 농사도 신선했고 폐교라는 공간이 너무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그동안 평범한 학교를 졸업하고 보통 친구들이 택하는 일반적인 직업에 대해 불안하고 조급한 마음이 컸는데 시골언니프로젝트를 통해 다양한 방식의 삶을 경험한 후로 인생에 있어서 선택이 폭이 넓어졌다. 격일로 진행된 마을언니 탐방이 가장 즐겁고 유익했다. 마을언니의 생생한 농촌 이야기를 들으며 좋은 사람들이 사는 상주지역이 나도 좋다.

▲홍수현(23·수원)
‘폐교’라는 공간에 호기심이 생겼다. 귀농·귀촌에는 크게 관심 없지만, 폐교에서 어떻게 지내는지 궁금했고 경험해 보고 싶었다. 이번 시골언니 프로젝트를 통해 가벼운 마음으로 올 수 있는 친척집이 하나 생긴 것 같다. 농촌에서 꼭 농사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삶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특히 목공이나 공예 수업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조은정(31·서울)
직장생활 10년 차에 스스로 안식년을 주기로 하고 귀농을 진지하게 고민하며 단양, 남해 등 여러 농가에서 견습생으로 지냈다. 직장을 다니면서도 3년간 주말농장을 운영할 정도로 농업에 관심이 많았다. 때마침 농업의 다른 형태로 살 만한 방법을 궁리하던 중에 또래 시골언니가 선 정착한 농촌의 삶을 경험하고 싶었고 앞으로의 인생 방향도 정해 보고자 신청했다. 혼자 농촌생활을 시작하더라도 협동조합을 통해 친구가 생길 수 있고, 직업도 가질 수 있겠다는 용기가 생겼다. 도시와 농촌, 서로 다른 인생을 체험한 새로운 경험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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