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시골언니 프로젝트 ①강원 원주 한국농산어촌네트워크

농촌에는 다양한 직업과 삶이 존재한다. 인생에 한 번쯤 다른 방향으로 전환하고 싶을 때, 농업과 농촌을 떠올릴 수 있으면 어떨까. 그런 바람으로 시작된 농림축산식품부의 청년여성 농업농촌탐색교육, 이름하여 ‘시골언니 프로젝트’가 올해로 2년차를 맞았다.

먼저 정착한 시골언니들로부터 생생한 시골살이를 보고 듣고 느끼고 체험하며 농촌에서의 삶을 구체화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참여자들로부터 높은 호응을 얻었다. 지난해 8곳의 현장운영기관은 올해 12곳으로 늘어났다. 프로젝트를 통해 도시의 청년여성과 농업·농촌의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고 있다.

강원 원주의 한국농산어촌네트워크는 도시에서 접할 수 없는 공간에서 다양한 시골언니들과 만나게 함으로써 진정한 농촌에서의 삶을 그려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강원 원주의 한국농산어촌네트워크는 도시에서 접할 수 없는 공간에서 다양한 시골언니들과 만나게 함으로써 진정한 농촌에서의 삶을 그려나갈 수 있도록 도왔다.

먼저 정착 시골언니 통해 농촌의 삶 구체화
“뻔하지 않고 펀(FUN)하다” MZ세대 취향 저격
나이·지역·이력 제각각이지만 시골살이에 호기심 많아

새로운 시골살이를 탐구하다
여전히 농촌은 중장년 남성을 중심으로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곳으로, ‘여성’ 또는 ‘청년’은 외톨이로 전락하기 쉽다. 기존 귀농·귀촌 정책만으론 청년여성의 진입을 유도하기 힘들다는 문제 인식 아래 출발한 ‘시골언니 프로젝트’는 먼저 시행착오를 겪은 시골언니들이 도시의 청년여성들이 구체적인 시골살이를 그려나갈 수 있도록 돕는다. 그래서 정착지원금 제공, 농업교육이나 살아보기 등 기존 귀농·귀촌 프로그램과 궤를 달리한다.

올해 처음 현장운영기관으로 참여하게 된 강원 원주의 한국농산어촌네트워크는 ‘농사짓지 않아도 괜찮다’는 프로그램으로 시선을 끌었다. 7월과 9월, 두 차례에 걸쳐 5박6일 동안 각각 14명이 참여하는데, 원주의 여러 곳에서 자연감수성을 높이는 활동이 마련됐다.

청년여성들이 도시에서 접하기 힘든 콘텐츠가 집약된 학교와 구도심, 자연휴양림 등에서 시골을 새로운 관점에서 바라보는 농촌탐구 프로그램에 초점을 맞췄다.

지역정착 정책 소개를 시작으로, 민간이 운영하는 자연휴양림 피노키오 숲에서 즐기는 한방숲치유 웰니스프로그램과 목공체험, 로컬크리에이터와 떠나는 원주탐방, 황둔중학교에서 마을과 학교가 협력하는 다양한 사례를 알아보는 시간을 보냈다. 산악자전거를 배우고, 농촌에서 혼자 살아가기 위해 중요한 농촌음식을 배워보는 시간에 이어 시골언니와 도시언니들이 한데 모여 마음속 진심을 전하는 팜파티로 마무리했다.

김정하 한국농산어촌네트워크 선임은 “원주를 재미가 넘치는 공간으로 인식했으면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면서 “농촌에 가지각색의 모습이 존재하는데 그만큼 다양한 언니들도 살고 있다. 매일 다른 시골언니를 섭외하는 데 공을 들였다”고 설명했다.

이어 “문화기획자와 떠나는 구도심 투어, 산림치유전문가와 함께하는 자연휴양림에서의 힐링, 폐교의 다양한 사업 비즈니스 모델을 구상할 수 있도록 중학교에서 다양한 체험을 진행했다”고 프로그램을 요약했다.

“시골살이 프로젝트는 재밌다”
지난 17일 14명의 도시 청년여성들이 1기 프로그램 참여를 위해 원주로 모여들었다. 20대 초반부터 30대 중반까지 다양한 연령대에, 각기 다른 이력과 관심사가 모두 달랐지만 이들은 공통점은 단 한 가지, 시골살이가 궁금하고, 먼저 터를 잡은 ‘시골언니들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라는 호기심으로 이곳을 찾았다는 점이다.

서울에 거주하며 일주일에 3~4일 정도는 강원 평창에 귀촌한 부모님댁을 오간다는 박하현씨는 지난해 울산 울주와 전북 순창의 시골언니 프로젝트에 참여했고, 이번에 3번째로 참여하게 됐다. 박하현씨가 이 프로젝트에 3번이나 참여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단순했다. ‘재미있어서’다. MZ세대가 중요하게 여기는 취향인 ‘펀(FUN)’을 제대로 저격한 것이다.

그는 “울주와 순창, 그리고 원주는 지역적으로 떨어져 있고 분위기가 조금씩은 달랐지만 모두 재미난 추억거리가 가득했다”면서 “10살 넘게 차이 나는 동생들과 5박 6일 동안 여자로서 그리고 언젠가 시골살이를 꿈꾸는 사람들끼리 모여 시간을 보내며 소중한 경험이 됐다”고 만족해했다.

미국에 10년 거주하며 영어에 능통하고, 디자인을 전공한 박하현씨는 지역에서 관련직업을 찾아 서울을 오가며 지내는 생활을 고려하고 있다. 주민등록지는 서울에 두면서 지방에서 생활을 영위하는 일종의 생활인구를 준비하고 있는 것.

김문석 농림축산식품부 농촌여성정책팀 사무관은 “올해로 2년차인 시골언니 프로젝트가 여러 경로로 알려지며 참여열기가 점점 높아지고 있어 담당자로서 매우 고무적”이라면서 “그동안 마땅한 기회가 없었을 뿐이지, 농촌을 동경하는 걸 넘어 살고 싶어하는 청년여성들이 수면 아래에 많이 있었다는 걸 사업을 진행하며 확인할 수 있었다”고 밝히며 사업을 꾸준하게 이어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시골언니 - 김소민 한국농산어촌네트워크 CEO

              “본인만의 비즈니스 모델 있어야”

남들이 부러워할 만한 대기업에 다녔지만 몸과 마음은 지쳐있었다. 평온한 삶 대신 스스로 인생을 개척하는 진취적인 삶이 적성에 맞아 시골에서의 삶이 궁금해졌다. 나름 준비를 착실히 했지만 고군분투의 연속이었다. 연고가 있었던 게 아니라 농지와 집을 구하는 과정에서 사기를 당하기도 했다. ‘아는 언니가 있었다면 어땠을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농촌에서 살고 싶다면 ‘왼손에 농업을 오른손에 스마트폰을 들라’고 강조했다. 농촌에서의 삶이 낭만적인 면도 있지만 살아남기 위해선 본인만의 비즈니스 모델이 뒷받침돼야 한다.

도시의 청년여성들에게 ‘최소한 10명의 시골언니를 만나게 해주자’라는 생각으로 일면식도 없지만 SNS를 통해 직접 섭외했다. 시골언니를 통해 농촌에 할 일이 무궁무진하단 점을 알았으면 한다. 가까운 미래에 이들이 역량을 발휘하며 지역에서 손꼽히는 또 다른 시골언니로 성장하길 바란다.

 

■도시언니 - 김수현씨(서울 거주)

                “인생의 선택지 하나 더 생겨”

서울의 대학에서 식품관련 전공을 하고 있다. 곧 졸업을 앞두고 있는데, 농촌의 심각한 인력난을 해소할 플랫폼 관련 창업과 취업 중 진로를 어디로 정해야 할지 고민 중이다.

마침 농사펀드의 대표님으로부터 강의를 들으며 시골언니 프로젝트를 접하게 됐다. 지역에서 로컬관련 창업을 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지 않을까라는 기대감에 참여하게 됐다.

참여자 중에 나이차도 많이 나고 기혼자도 있었다. 사는 곳도 달랐다. 그렇지만 농촌에 대한 호감이 있어선지 깊이 있는 대화를 나눴다. 학교에서 동기들이나 선후배와 나누던 대화와는 차원이 달랐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농촌의 삶을 진지하게 고민하는 알찬 시간이 됐다. 이 경험을 통해 인생의 선택지가 하나 더 생긴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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