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제도 도입…18곳 지정
마지막 단계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는 5곳 불과
농업유산 보존 주민 고령화에 교육·홍보 적극 나서

■주간Focus- 중요농업유산 활성화하려면…

우리나라 농촌에는 농업활동과 관련된 오랜 전통과 유산이 존재한다. 하지만 산업화 이후 도시 위주의 발전으로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게 사실이다. 이에 정부는 농촌의 사라져 가는 전통농업 자원을 발굴·보전·전승하고 농업유산 지정을 통해 지역 브랜드와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2012년 4월 국가중요농업유산 제도를 도입했다. 최근 들어 농촌생활 체험, 농촌 경관 감상을 위해 농촌에서 여가를 보내려는 경향이 늘고 있는 가운데 ‘농업유산’의 현주소를 짚어본다. 

지난 2018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1호로 지정된 전남 보성 전통차 농업. 경사지 등고선을 따라 조성한 계단식 차밭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사진/농촌여성신문 DB
지난 2018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제11호로 지정된 전남 보성 전통차 농업. 경사지 등고선을 따라 조성한 계단식 차밭이 아름다운 경관을 자랑하고 있다. 사진/농촌여성신문 DB

농업유산은 모든 산물 
농림축산식품부가 정의하는 농업유산은 ‘지역주민이 환경에 적응하면서 오랫동안 형성·진화해 온 것으로 보전·유지 및 전승할 만한 가치가 있는 전통적 농업활동 시스템과 이의 결과로서 나타난 농촌의 경관 등 모든 산물’이다.

국가중요농업유산의 지정은 신청, 조사 실시, 심의와 지정의 3단계로 이뤄진다. 2013년 제1호 완도 청산도 구들장논과 제2호 제주도 흑룡만리 돌담밭에 이어 2014년 제3호 구례 산수유농업과 제4호 담양 대나무밭, 2015년 제5호 금산 인삼농업과 제6호 하동 전통 차농업, 2016년 제7호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 2017년 제8호 부안 유유동 양잠농업과 제9호 울릉 화산섬 밭농업, 2018년 제10호 의성 전통 수리농업·제11호 보성 전통 차농업·제12호 장흥 전통 발효차 청태전농업, 2019년 제13호 완주 생강 전통농업·제14호 고성 해안지역 둠벙관개시스템·제15호 상주 전통 곶감농업, 2021년 제16호 강진 연방죽 생태순환수로농업, 2022년 제17호 창원 독뫼 감농업·제18호 서천 한산모시 전통농업이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됐다.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되면 지역당 15억원(국가 70%, 지자체 30%)씩 3년간 나눠 지원된다. 농업유산 예산은 농업유산의 복원과 정비, 관광자원으로서 활용도 제고를 위한 환경개선, 연계상품 개발 등 브랜드 가치 향상을 위한 사업에 사용된다. 

농업유산지역에 예산 지원
마지막 단계는 세계중요농업유산(GIAHS) 지정이다. 2014년 완도 청산도 구들장논과 제주 밭담, 2017년 하동 전통차농업, 2018년 금산 인삼농업, 2020년 담양 대나무밭이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됐다. 아울러 지난달 광양-하동 섬진강 재첩잡이 손틀어업이 우리나라 어업분야 최초로 세계중요농업유산에 올랐다. 

세계중요농업유산 제도는 세계 각지의 독창적 농어업시스템과 생물다양성, 전통지식, 문화 등을 차세대에 계승하기 위해 국제연합 식량농업기구(FAO)가 2002년 창설한 제도로 현재 25개국, 78개 지역이 등재됐다.

국가중요농업유산으로 지정된 지자체에서는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위해 관련 계획을 추진하고 있다. 2018년부터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된 농업유산지역은 농식품부로부터 매년 2억원의 보전관리비를 지원받는다. 

울진 금강송 산지농업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를 추진 중인 경북 울진군청 관계자는 “지난 5월 FAO에 신청을 완료했다”면서 “지난 2016년 국가중요농업유산 지정 이후 세계중요농업유산지역 현장견학과 토론, 자문회의, 국제세미나 등을 거쳐 올해 농식품부로터 신청서 최종승인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코로나 시기와 겹쳐 자문위원회 활동이 중단되기도 했다”면서 “내년이면 좋은 소식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업유산 알고 있다” 19%
그러나 농업유산에 대한 낮은 이해도와 농촌지역 고령화와 과소화는 농업유산의 보전·전승을 위해 극복해야 할 과제로 꼽힌다. 소비자공익네트워크가 지난 2021년 실시한 ‘국가중요농업유산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농업유산사업·국가중요농업유산을 알고 있느냐는 질문에 ‘들어본 적이 있다’는 답변은 각각 22.5%, 19.1%로 낮은 수준이다. 

그나마 국가중요농업유산의 중요성과 미래 전망에 대해서는 ‘중요하다’는 의견이 82.7%, ‘미래가 긍정적’이라는 견해가 63.8%였다. 

김미경 완도 청산도 구들장논 보존협의회 사무국장은 “청산도는 농경지의 경사가 급하고 토양 물빠짐이 심해 벼농사를 짓기 힘들었다”며 “청산도 사람들은 불리한 환경을 극복하기 위해 ‘구들장논’이라는 관개기술을 발전시켜 대대손손 벼농사를 짓고 살아왔지만 농업유산으로 지정되기 전까지 천대를 받았던 게 사실”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18명의 보존협의회 주민 중 17명이 고령이고 평균 연령이 70대 중반에 달해 보전과 전승을 위한 일반인 대상 홍보, 젊은층 대상 지역연계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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