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우리 마을 농업유산 어떻게 활성화할까... (농업유산 탐방 – 충남 금산)

속도와 효율 중심의 경쟁시대에 농업유산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지역의 오랜 농업유산 보전을 위해 농업인들이 주민협의체를 결성해 힘을 뭉쳤다. 사라져가는 농업유산자원을 보전해 관광자원으로 활용하고, 지역농산물 브랜드화를 꾀하는 등 지역에서 일어나는 자구적 노력은 농업유산이 박물관에 전시된 화석이 아닌, 살아있는 유산으로 진화할 수 있는 힘찬 동력이 된다.

1500년 전통의 인삼재배법이 대를 이어 전승되는 충남 금산. 지난 2018년 인삼 작물로는 세계 최초로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된 지역이다. 앞서 국가중요농업유산에 2015년 지정된 바 있으며,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금산군은 2017년 7월 제원면 저곡리와 천내리 일원에 금산 인삼 전통농업 전시포를 조성하고, 이곳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지상 3층 규모의 홍보관 ‘삼락원’을 준공했다. 삼락원을 찾아 금산 인삼만의 독창성과 발전 가능성을 알아봤다.

인삼재배 농업인으로 구성된 국가중요농업유산금산인삼농업주민협의회원들이 직접 조성한 전통 인삼포
삼락원 3층은 넓은 통창으로 개방감을 더해 전통 인삼포를 조망할 수 있게 했다.

세계중요농업유산 영광…인삼 소비 구원투수 될까
코로나19로 주민역량강화·인삼홍보 ‘지지부진’
상수원보호구역 제한으로 ‘금산인삼 판매장’ 엎어져

관광객 접근성 고려한 위치에 자리
인삼어죽마을을 지나 금강을 낀 포평뜰 중심에 ‘삼락원’이 우뚝 서있다.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인정받은 금산 인삼의 우수성을 알리는 홍보관이다. 운영주체는 금산군 인삼약초과다.

신호진 금산군 인삼약초과 인삼약초정책팀장은 “인삼은 반음지성 다년생 식물로 배수가 양호한 토양과 서늘한 생육온도를 선호하는 작물”이라며 “금산의 진악산, 대둔산 등 배수가 잘 되는 경사진 산기슭에서 재배되다보니 관광객의 접근이 어려워 출렁다리와 포평뜰이 있는 제원면 부지에 삼락원을 조성했다”고 설명했다.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된 금산 인삼은 산자락의 순환식 이동 농법을 통한 자연친화적 토지 이용, 햇볕의 방향, 바람의 순환을 중시하는 해가림 농업, 발아시간 단축을 위한 전통적 개갑 처리 등 전통인삼농업기술과 함께 유구한 역사와 인삼 풍년농사를 기원하는 행사 등 문화·사회적 가치를 세계인들에게 인정받았다.

금산군은 지난 5월 이탈리아에 있는 국제연합식량농업기구(FAO) 본사를 찾아 세계중요농업유산 인증서를 수여 받았다. 금산군은 베트남, 홍콩 등 해외에 인삼가공식품 수출을 활성화하는데 세계중요농업유산 인증마크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삼 홍보관 정체성 모호
삼락원은 3층 규모지만 부지 444㎡에 건물 면적은 78.66㎡(연면적 164㎡)인 탓에 실제 관람 동선은 협소한 편이다.

당초 삼락원 공간 활용방안으로 건물 1층은 인삼 판매장을 고려했다고 한다. 하지만 금강과 인접한 상수원보호구역으로 묶여 보류된 상태다. 현재 1층은 관광문화체육과 관광진흥팀 용역의 금강 여울목길 내발로 가는 사업단이 상주해있는 ‘불편한 동거’ 상황이다.

인삼약초과와 관광문화체육과는 부서가 다르다. 1층 직원에게 세계중요농업유산과 삼락원에 대해 문의해도 관계자가 아니라며 인터뷰를 고사했다. 관광진흥팀 관련 사무실을 가로질러 금산인삼 홍보관(2~3층)으로 계단을 올라가야 하는 탓에 발걸음을 멈칫하게 만들었다. 담당자가 상주하지 않은 환경 탓일까. 인삼약초과에 문의한 결과, 홍보관 누적 방문객 수를 집계하고 있지 않았다.

2층은 금산 인삼에 대한 역사를 알 수 있는 정보성 글과 사진 등 홍보 패널이 눈높이에 맞게 걸려있다. 그런데 2층 곳곳에도 내발로 사업단 소품(굿즈)이 전시돼있어 의아했다.

3층은 삼락원의 하이라이트로 꼽힌다. 4면을 넓은 통창으로 설계해 개방감을 줬다. 특히 3층에서는 인삼재배 농업인 60여명으로 구성된 국가중요농업유산금산인삼농업주민협의회(이하 주민협의회)가 손수 조성한 1960년대 전통농업방식의 인삼포를 조망할 수 있다. 주변에는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된 금산인삼에 대한 책자와 홍보 패널도 마련돼 있었다.

연 2억원 예산 활용은…
금산군 인삼약초과에 의하면 세계중요농업유산 관련 사업 활성화를 위해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매년 2억원의 예산(국비 70% 도비 9% 군비 21%)을 지원받는다.

▲농업유산 보전 관리를 위한 인삼재배정보 DB 현행화(5천만원) ▲농업유산발굴 및 보전관리 홍보(5천만원) ▲세계농업유산 등재 5주년 기념 국제학술대회(8천만원) ▲금산전통인삼농업 주민협의회 역량강화교육(2천만원)에 예산을 나눠 진행하고 있다.

특히 금산군은 금산인삼농업 주민협의회 운영에 군비 6천만원을 투입했다. 수혜자는 주민협의회이며 역량강화교육을 통해 전통인삼포 조성과 유지 관리, 삼락원 전망대 상주 마을해설사 운영 등에 적극 나설 계획이다.

금산군 인삼약초과 관계자는 “앞으로 1층은 세계중요농업유산관으로 리모델링할 예정”이라며 “주민협의체 운영을 활성화해 전통인삼포를 조성하는 시기에 짚신 만들기 체험프로그램 등 다양한 프로그램이 이뤄지는 농업유산학교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 미니인터뷰 – 이홍기 국가중요농업유산금산인삼농업주민협의회 부회장
“인삼값 폭락으로 농가는 도산 위기”

이홍기 부회장
이홍기 부회장

국가중요농업유산금산인삼농업주민협의회(이하 주민협의회)는 삼락원을 중심으로 인삼을 재배하는 70대 고령농업인으로 구성돼 있다. 이홍기 부회장에게서 회원들의 의견을 들어봤다.

- 금산인삼이 활력을 되찾으려면.
삼락원 주변은 금강 상류가 있어 어죽이 발달했다. 금산군에서는 관광객들이 인삼어죽마을에서 어죽을 먹고 삼락원도 탐방할 것이라 예상하지만, 청년층이 인삼을 안 먹는다. 어죽식당도 옛날에는 인삼어죽을 판매했지만, 후방으로 밀려났다.

경남 산청은 산청한방약초산업특구를 만들어 경남지역 특구 가운데 2년 연속 우수특구에 선정됐다고 한다. 금산도 인삼특구를 만들어 운영해야 한다.

- 금산 인삼값이 폭락했다.
지역에서는 인삼이 과잉생산 되고 있어 농가들이 위기다. 인삼 값도 5~6년 전 시세보다도 못하게 폭락해 도산할 위기다. 인삼 전통농업을 보전을 위해 1960년대 이전부터 조상들이 해왔던 인삼포를 주민협의회에서 조성했다. 전부 사람 손으로 해야 하고 농기계를 쓰는 일이 하나도 없어 70대 회원들이 일하기에 힘들다. 전통포에서 인삼이 재배되고 있어 현대식보다 관리하기 훨씬 까다롭다. 전통포 조성이 인삼 소비촉진에 직접적인 파급효과도 없다.

- 금산군에 바라는 점은.
금산에서도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되고 인삼재배농업인에게 지원사업을 한다면 관심을 갖겠지만, 체감되는 활동이 없어 삼락원의 존재도 모르는 경우가 많다. 금산 인삼농업인들은 똑같은 심정이다. 6~7년 인고의 시간을 들여 인삼을 수확하는데, 농가들이 빚만 지고 어렵다. 금산인삼이 한계가 온 것 같다. 젊은층 입맛에 맞춰 인삼을 개발해야 한다. 인삼 소비만 많이 된다면 해외수출도 대환영이다. 행정에서 인삼소비 촉진을 모색하고 이끌어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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