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 메가FTA시대 여성의 창의·협력이 농업·농촌 지킨다(사례발표)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여성신문은 대만민국의 농업경쟁력을 키우고, 지속가능한 미래농업 견인차 역할을 하는 청년 여성농업인의 무한한 가능성과 희망을 제시하고자 ‘메가 FTA시대, 여성의 창의·협력이 농업·농촌 지킨다’ 정책좌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현장사례 발표에 나선 박진강 이수미팜베리 실장은 온 가족이 농업 6차산업 참여로 국가발전에 기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김효민 퍼핑빌리지 대표는 판로 확장을 위한 라이브커머스로 소비자와 직접 소통하며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고 전했다. 반서진 맛디아농장 대표는 수많은 실패에서 얻은 성공의 교훈으로 토마토 농업을 선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이들 3인, 청년 여성농업인의 소중한 경험과 차별화된 경쟁력을 정리해본다. <농림축산식품부·농촌여성신문 공동기획>

 

박진강 이수미팜베리 실장 _ ‘함께하는 미래를 디자인하는 농기업’

치유·문화가 있는 가족농 실현할 터

박진강 이수미팜베리 실장

경남 거창에서 농촌을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한국농수산대학교 농식품가공학과를 졸업한 지 1년. 어머니 일을 돕다가 적성에 잘 맞아 농업에 뛰어들게 됐다.

양계장으로 시작한 어머니의 38년 농업을 기반으로 ‘농장이 숨 쉬다’라는 의미가 담긴 ‘이수미팜베리’가 탄생했다. 산딸기, 복분자, 블랙베리 등 여러가지 색깔의 베리류를 유기농으로 재배하고 있다. 또 유기물이 풍부한 비옥한 임야에 화학 약품을 사용하지 않고 우수한 농산물을 생산하고자 9만9173㎡(3만평) 규모의 두 번째 농장을 운영하고 있다. 또 아버지의 꿈이기도 한 36만3636㎡(11만평) 규모로 치유농장을 조성 중이다.

중학교 3학년 때부터 장을 담그기 시작했고 그때 담근 간장, 된장만 해도 3톤이 넘는다. 스무 살이 되던 해에 본격적인 장류사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에 판로가 없어서 어려움이 컸다. 백화점이나 전화 직거래를 통해 판매했지만 쉽지 않았다. 고민 끝에 내린 결정은 소비자를 직접 농장으로 오게 하는 것. 그래서 농가레스토랑을 신축했고 천혜의 자연경관을 자랑하는 이곳에서 카페, 팜스테이 등을 운영했다. 한삼과 젤라또를 결합한 디저트가 특색 있는 메뉴로 알려지면서 많을 땐 하루 800~1천명 정도 손님이 찾아온다.

베리로 디저트를 만들기 위해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머니와 무작정 이탈리아로 떠났다. 토 나올 정도로 현지 디저트를 경험하고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한국으로 돌아와 빵과 음료, 디저트 등 지역농산물을 활용한 건강한 먹거리를 내놓자 소비자에게 큰 호응을 얻었다.

또 팜스테이 프로그램은 소비자 교육과 농촌체험을 중심으로 농업의 가치와 문화 예술을 전하고 농촌의 고부가가치 산업이 될 수 있도록 노력했다. 팜스테이 체험객은 연간 2만~3만명 정도. 문화를 즐기기 어려운 농촌에서 야외 웨딩이나 연주회 같은 문화 예술을 지키기 위한 공간으로도 손색없다.

최근 경남민간정원 16호로 지정돼 다양한 정원문화를 알리는 데 앞장서고 있다. 또 도시민 휴가객에게 볼거리, 즐길거리를 제공하는 특별한 공간으로 만들었다. 농촌에서 문화와 예술이 쉼의 한 부분으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전문치유기법을 적용한 치유시설을 조성 중이다.

식품가공을 전공한 이유는 ‘버려지는 농산물이 아까워 가공을 통해 국내외로 수출될 수 있는 길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하는 바람이었다. 농업은 어찌 보면 상당히 느린 사업이다. 콩을 심더라도 4~5개월을 기다려야 하고 제조업처럼 매일 생산할 수 있는 구조가 아니기에 많은 인내가 필요하다. 진취하는 삶으로 세상을 바꾸고 국가발전의 한 부분으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여성농업인의 치열한 일상에 용기를 북돋아 주길 바란다.

 

김효민 퍼핑빌리지 대표 _ ‘여성 청년농업인, 김효민’

작은 기회 쌓아 멋진 농장대표 되겠다

김효민 퍼핑빌리지 대표
김효민 퍼핑빌리지 대표

경북 포항에서 태어나 한국방송예술진흥원에서 연출을 전공한 31살 귀농 2년차 여성농업인이다. 학교를 졸업하자마자 호주로 워킹홀리데이를 떠나 제법 큰 규모의 노지 양배추 농장에서 2년간 일했고 공항 렌터카, 바리스타 등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그러던 중 코로나19로 호주 생활이 어려워지면서 인생 계획을 다시 세우게 됐다. 호주에서 1차산업 경험과 역량을 더해 2·3차를 아우른 6차산업을 하는 농업 브랜드를 키워보고자 2021년 전북으로 귀농했다.

귀농 후 청년 귀농교육을 듣게 됐고 2021년 스마트팜 혁신밸리 청년 창업보육센터 4기로 선발돼 지난 6월30일 경영형 실습까지 마쳤다. 수료 후 1년간 1652㎡(500평) 농장을 빌려 호주에서 만난 두 명의 친구와 농사를 짓기 시작했고 지난해 ‘퍼핑빌리지’라는 브랜드를 설립했다. 우수 수료자로 선정되면서 지난 1일 김제시 임대형 스마트팜 농장에 입주했다.

‘퍼핑빌리지’는 호주 빅토리아주 증기기관차가 있는 퍼핑 빌리(Puffing-Billy)라는 마을에서 따왔다. 과거 증기기관차는 단데농에서 멜버른 지역으로 농산물을 실어 나르는 수단으로 이용됐다. 이처럼 농산물을 이용해 농촌과 도시를 이어주는 역할을 하고 싶었다. 그래서 농촌 청년들이 모여 활력 있는 마을을 꾸려보고자 빌리지(village)를 합쳐 ‘퍼핑빌리지’를 설립한 것이다.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외출을 줄이면서 자연스럽게 웰빙, 건강에 많은 관심이 쏠렸다. 허브를 재배작물로 선택한 것은 가공이 쉬워 잠재적 시장규모는 더욱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지금은 허브 스마트팜이 많이 늘어났지만 2년 전만 해도 토경이나 단동하우스에서만 재배할 정도로 규모가 작았다. 전국에 선진지 견학을 다니며 얻은 노하우로 바질과 루꼴라, 애플민트, 로즈마리 등 다양한 허브식물을 재배할 수 있었다.

보통 바질은 음식 위에 올려놓는 데코레이션으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얼마 전 TV프로그램에서 개그우먼 이영자가 바질로 김치를 담그는 장면이 방송된 바 있다. 그래서 주문과 매출에도 많은 도움이 됐다. 사람들이 바질에 많은 관심을 보이면서 식문화에 대한 인식이 점점 바뀌기 시작했다.

최종 목표는 변화하는 트렌드와 소비자가 추구하는 식문화에 맞춰 특수채소와 허브 시장을 공략할 수 있는 허브 스마트팜을 조성하는 것이다. 또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해 무농약 인증을 받아 소비자를 위한 안전한 미래 먹거리를 제공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지난 5월 스○벅스에 신제품 음료 원료로 바질을 납품했고, 특허 기술을 가지고 있는 화장품회사에 신제품 개발 원료로 바질과 파슬리를 납품했다.

이때 경영형 실습 기간으로 1년 뒤 농장이 끝나기 때문에 장기계약을 할 수 없었던 부분이 크게 아쉬웠다. 시장규모가 작은 허브, 특수채소는 경매를 거치면 중간 마진이 높아진다. 그래서 내린 결론은 직거래 방식이다. 블로그나 SNS를 통해 일상을 공유하기 시작했다. 판로 확장을 위해 라이브커머스(실시간 동영상 판매 방식)를 진행했고, 바질을 따는 첫 방송 때에는 접속자가 800명을 넘어섰다. 신뢰를 바탕으로 한 소비자와 직접적인 소통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깨달았다.

최근 인도 농식품부 차관의 갑작스런 스마트팜 혁신밸리 청년창업 보육센터 방문에 그동안 겪어온 경험을 토대로 허브 농장을 소개한 바 있다. 이런 작은 기회들을 쌓으며 먼 훗날 멋진 허브농장 대표의 모습을 그려 본다.

 

반서진 맛디아농장·토마토랜드 대표 _ ‘어느 여성농업인의 이야기’

실패로 얻은 성공열쇠, 꼭 쟁취할 것

반서진 맛디아농장·토마토랜드 대표
반서진 맛디아농장·토마토랜드 대표

전남 나주에 유명한 세 가지가 있다. 배, 곰탕, 그리고 맛디아농장이다. 주변에서는 나주 3대 명물이라고 부른다. 토마토 스마트팜 ‘맛디아농장’을 5년째 운영하고 있다.

스마트팜이라면 과거보다 현재, 미래에 조금 더 발전하는 기술 또는 그런 변화를 상징하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라는 개념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생각이 조금 다르다. ‘스마트파머’는 구글에서 검색했을 때 사람이 기계 앞에서 일하는 모습만 노출되고 있다. 진정한 ‘스마트파머’는 발전적이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2016년 전남대학교 스마트영농특성화사업단 1기로 입단해 약 3년간 토마토를 재배했다. 보통 토마토는 시설 안에서 재배하기 때문에 할 일이 많다. 하우스를 짓는 것부터 시멘트 작업까지 필요한 실습에는 빠지지 않고 솔선수범했다.

학교에만 머물지 않고 전국의 선진지를 찾아다니며 직접 눈으로 보고, 정보도 공유하며 네트워크도 형성했다. 특히 사업단 활동 중 우수 청년농업인에 선발돼 3개월간 다녀온 네덜란드 농업 선진지 견학은 영농 정착 의지를 다지는 큰 계기가 됐다. 이를 통해 성공하는 방법이 아닌 실패를 줄이는 방법을 깨닫게 됐다.

무엇이든 다 해낼 수 있을 것 같은 자신감이 있었다. 2018년 청년창업농 1기로 선정됐고 3억원의 융자금을 받아 시설에 투자하려 했지만 농지 구입비로 끝났다. 학교에서 배운 것은 스마트팜 작물 재배법이었는데 융자로 시설을 설치하기엔 비용이 턱없이 부족했다. 그래서 구입한 농지에 노지 양파를 재배하기 시작했고 2년간 로컬푸드 매장에 납품했다. 토마토를 재배하고 싶어 부모님의 온실 한 동을 빌려 토마토를 심었다. 처음부터 순탄한 길은 아니었다.

배수도 어려운 토양에 직접 온실환경을 맞춰줘야 하는 농사가 어렵게만 느껴졌다. 그러면서 지난해 좋은 기회로 991㎡(300평) 규모의 작은 온실을 지어 수동이지만 환경제어가 가능한 서브 스마트팜을 이용해 토마토를 재배하기 시작했다. 또 얼마 전 2314㎡(700평) 규모 온실을 추가로 신축해 자동환경시스템을 갖췄다.

이런 과정을 통해서 느낀 건 무조건 스마트팜이 좋다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스마트팜이 성공의 열쇠처럼 인식되기 쉽지만 수많은 경험을 통해 실패를 줄이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현재는 토마토 스마트팜 재배뿐만 아니라 다양한 품종을 개발하고 아이들을 대상으로 교육하며 농업·농촌에 대한 가치를 전달하고 있다. 그래서 농약사용을 최소화하고 트랩을 설치하거나 친환경 제제로 예방에 총력을 다하고 있다.

앞으로 여성농업인으로서의 삶을 보면 만만치 않은 여정이 남아있다. 내년 결혼을 앞두고 ‘여성농업인’이란 무게감을 점점 실감케 한다. “결혼하면 남편 쪽으로 가야 하지 않겠나”라는 염려하는 주변의 목소리에 여성농업인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도 중요한 인생의 과제로 최선을 다해 살아보겠다. 응원을 부탁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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