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추락일로 한국의 저출생(정부 대책은?)

지난 3월28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23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대통령실 제공)
지난 3월28일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2023년 제1차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회의(대통령실 제공)

백화점식 과제 탈피해 ‘워킹맘’ 등 실수요자 요구 반영
아이와 시간 보낼 수 있게 근무형태 다양화 유도
보편화된 만혼 맞춤 난임지원사업 등 대폭 확대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돼야
지난 3월28일 윤석열 대통령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위원장 자격으로 2015년 이후 7년 만에 직접 주재했다. 윤 대통령은 “과학적 근거에 기반해 기존 저출생 정책을 철저히 평가하고 실패한 정책은 왜 실패했는지 원인을 정확하게 알고 혁신해야 한다”면서 “복지, 교육, 일자리, 주거, 세제 등 사회문제와 여성 경제활동 등 사회문화적 요소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 다양한 접근이 요구된다”고 주문했다.

윤석열 정부 저출생 정책은 결혼·출산·양육이 행복한 선택이 될 수 있는 사회 환경 조성에 방점을 찍었다. 4대 추진전략은 돌봄·교육 등 5대 핵심분야에 집중, 사각지대 해소와 서비스 격차 완화, 가족·양육 친화의 사회적 공감대 확산과 공동체 가치 회복, 부처·위원회 협업구조 및 정책평가·환류체계 강화 등이다.

그중 5대 핵심분야는 ▲아이돌보미서비스·시간제보육 확대, 유보통합 시행과 늘봄학교 전국 확대, 아동기본법 제정 ▲일·육아 병행 지원 제도의 실질적 사용 여건 조성, 부모 직접 돌봄이 가능하도록 육아기 근로환경 개선 ▲신혼부부 주택공급과 자금지원 확대, 가구원 수 고려 맞춤형 면적의 주거공급 확대 ▲부모급여 지급, 자녀장려금(CTC) 지급액과 지급기준 개선, 가족친화적 세법 개정안 마련 ▲임신 준비 사전건강관리, 난임지원 확대, 2세 미만 입원진료비 본인부담 제로화 등이다.

이번 대책은 그동안 정책들이 백화점식 과제 나열과 실수요자 요구반영이 부족했다는 반성에서 출발했다. 일례로 지난해 저출생 대응과제 214개 중 군무원·장교·부사관 인건비 증액에 987억원, 산학연협력 선도대학 육성사업에 3025억원, 신진예술가와 문화예술 전문인력 양성 83억원 등이 포함됐다. 저출생 이름만 딴 대책이 무분별하게 추진되면서 예산낭비만 부추겼다고 본 것이다.

 

역대 정부의 저출생 대책
역대 정부의 저출생 대책

현금 지원보다 일·가정 양립에 초점
정부는 현금성 인센티브의 효과가 출산율을 높이는 데 거의 효과가 없다고 보고, 일·가정 양립을 위한 근무형태 개선에 주목했다.

육아기 근로시간 단축 적용대상 아동연령을 현행 8세 이하에서 12세 이하로 확대하고, 기간도 부모 1인당 기존 최장 2년에서 3년으로 연장하기로 했다. 통상임금의 100%를 지원하는 단축시간 급여도 하루 1시간에서 2시간으로 늘린다.

워킹맘 등 사실상 양육을 책임지고 있는 실수요자들의 요구를 반영해 돌봄교실 운영시간을 기존 19시에서 20시로 연장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 공동의 상생형 직장어린이집 확대, 수요 대비 부족한 어린이집 내 0세반 개설을 위한 지원, 토요일에 보육서비스를 제공하면 근무수당을 별도로 주는 방안도 추진된다. 육아기 재택근무를 지원하고 시차 출·퇴근 등 근무형태를 다양화하고, 기업에게 지원을 주는 법적근거도 마련한다.

난임시술 지원 대폭 확대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기혼여성(19~49세)의 난임경험률은 14.1%에 달한다. 혼인건수가 2004년 30만9천건에서 2020년 21만4천건으로 줄어드는 동안 여성난임자는 10만5천명에서 14만7천명으로 늘었다.

만혼이 보편화되며 난임시술 지원은 대폭 늘어났다. 2017년까지 법적 혼인상태 난임부부·여성 만 44세 이하이던 조건이 2019년 연령을 폐지하고 사실혼까지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난임시술 지원으로 태어난 아이는 꾸준히 증가세다. 2020년 난임시술 지원으로 태어난 아이는 2만8699명이었다. 2006년에는 5453명에 불과했다.

박은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는 “저출생은 만혼과 비혼 증가, 기혼가정의 출산율 하락, 코로나19 영향으로 심화됐다”면서 “난임지원으로 태어난 아이가 꾸준하게 늘어난 것이 확인됐고, 다태아 출생률도 2000년 1.68명에서 2021년 5.38명으로 증가한 것도 관련이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며 지원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정부도 아이를 원하는 난임부부 지원에 적극 나선다. 우선 임신준비 남녀를 대상으로 여성은 초음파와 난소기능검사를, 남성은 정액검사를 필수 검사항목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비용상한은 여성 10만원, 남성 5만원으로 책정한다. 난임시술비 소득기준도 완화하고, 난임휴가는 연 3일(1일 유급)에서 6일(2일 유급)로 확대를 추진한다.

 

■ 현장에서 - 신의진 저출산고령사회                     위원회 민간위원
            (연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

 “제대로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먼저”

지난 4일 국회에서 열린 ‘저출생 정책의 평가와 방향’ 정책토론회에 패널로 참여한 신의진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민간위원은 태어난 아이를 제대로 키울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먼저라고 주장했다. 신의진 위원의 토론내용을 요약했다.

난임지원사업 효과적
결혼적령기가 계속 늦춰져 만혼이 일반적이다. 늦은 나이에 출산할 수밖에 없는 현실에서 난임시술지원은 미리 보관해 둔 난자를 활용할 수 있어 실용적이라 생각한다. 여성을 출산도구로 생각할 수 있지만 본질은 아이를 갖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부모들에게 권리를 행사할 수 있게 지원하는 것이다. 적은 비용으로 효과가 크다.

코로나발 육아환경 악화
출산율이 떨어진 건 아이를 가질 연령대에서 육아를 지옥처럼 느껴 자포자기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코로나가 장기화되며 마스크 착용으로 아이들의 인지발달에 악영향을 줬다. 서울 영유아 발달조사 결과, 48%가 정신건강위험군, 33%가 발달장애 의심군으로 나타났다. 발달이 부진한 아이들을 위해 서울시는 지난 6월 전국 최초로 아이발달지원센터를 설립했고 지금은 문의가 빗발친다. 여러 이유로 악화된 육아환경을 개선해야만 첫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둘째, 셋째를 낳을 수 있다.

교육방향도 바뀌어야
저출생 대책은 아이를 가지고 싶은 국민과 태어난 아이를 잘 기를 수 있는 투트랙으로 가야 한다. 교육이 그래서 중요하다. 디지털 시대 중심에 살고 있는 아이들은 매우 충동적이고 절제력이 약해졌다. 태어난 아이들의 미래 교육 방향성은 비인지적 교육 위주로 뇌발달을 유도해야 한다. 일평생 2~3개의 직업을 가져야 하는 미래세대를 키우려면 돌봄교실도 암기교육 대신 비인지적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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