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역사회에서 선한 영향력 펼치는 결혼이민여성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수원이주민센터장 킨메이타씨는 다양한 활동을 펼치며 좋은 이웃과 더불어 사는 따뜻한 지역 만들기에 앞장서고 있다.

미얀마 킨메이타 수원이주민센터장 “한국문화와 말부터”

인도네시아 양산티, 안산 은행서 다문화가족 통역

몽골 벌로르토야 “전북 소방안전본부 ‘119통역’ 봉사”

이제 막 한국 땅을 밟은 결혼이민여성이 한국 사회에 자연스레 스며들기까지, 앞서 정착한 이민여성들의 활약은 곳곳에서 빛을 발한다. 이들은 멘토이자 언니, 또 한국문화를 알리는 준외교관이다. 여기 한국의 사회인으로서 당당히 활동하는 결혼이민여성들이 있다.

“이곳에 오면 마음이 편하다고 해요. 결혼이민여성에게는 향수와 외로움이 가장 힘든데, 일주일에 한 번씩 여기 와서 위로받고 또 용기를 얻어 가정으로 돌아가 최선을 다해 살아가죠.”

일명 ‘우리들의 한국집’이라 불리는 이주민들의 안식처 ‘이주민센터’ 이야기다. 경기 수원에 거주하는 킨메이타(59)씨는 2015년부터 이곳, 수원이주민센터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얀마에서 태어난 킨씨는 30년 전에 이화여대 어학당 유학생 신분으로 첫 한국 땅을 밟았다. 2년여 유학생활을 마치고 본국으로 돌아간 킨씨는 유학시절 영어과외 제자로 만난 현재 한국인 남편과 1998년 결혼했다. 한국에 정착한 지 어느덧 25년이 흘렀다.

“더 큰 감동으로 돌려주고파”
“시부모님 배려로 두 아들을 낳고 바로 밖으로 나올 수 있었죠. 좋은 인연으로 제가 잘 정착해 지내고 있는 만큼 저도 좋은 인연이 돼주고 싶어요.

그래서 과감하게 활동가의 길을 선택한 거죠.”

킨씨는 센터로 옮기기 전 15년간 운영하던 영어교습소를 접었다. 선임활동가의 ‘고마움’ 때문에 쉽게 결정할 수 있었다고. 킨씨가 한국에서 만난 좋은 인연들은 값으로 매길 수 없을 만큼 큰 재산이다. 그래서 먼저 한국사회를 겪어 온 이민여성으로서 본보기가 되고 징검다리가 되고 싶었다.

그뿐만 아니다. 다문화 사회적기업인 아시아허브에서 ‘마운포와 호랑이’ ‘물소는 왜 윗니가 없을까’ 등의 미얀마 동화책을 한국어로 번역하기도 했다.

아울러 결혼이주여성협동조합에서 활동하며 경희대학교 학생들과 학습멘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지역사회와 연대해 이민여성들이 정착할 수 있도록 돕는 봉사다.

킨씨는 선이민여성으로서 “한국생활은 경제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그 이전에 언어부터 알아야 한다”며 “무작정 일자리부터 찾기보다 먼저 한국문화와 말부터 익히면 좋은 직업은 자연스럽게 만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다름’ 인정하며 존중받는 사회로
경기도 안산의 한 은행에서 통역을 하는 양산티(47)씨는 인도네시아에서 나고 자랐다. 근로자 비자로 입국해 지금의 남편을 만나 2008년 인도네시아에서 결혼식을 올리고 이듬해 한국에 들어와 정착한 지 14년. 그는 자칭 베테랑 한국인이다.

결혼 초에 친구와 경기 화성시외국인복지센터에 한국어를 공부하러 갔다가 선임 강사의 권유로 2014년부터 다문화강사로 통역활동을 시작했다. 이를 계기로 2년 뒤 은행에서 주말 통역 아르바이트를 하게 됐다. 평일에는 여러 기관에 다문화강사로 활동하며 우리나라 문화를 소개하고, 문화의 차이를 알리며 서로 배려하는 방법을 공유했다. 특히 코로나19 시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외국인들을 대상으로 대처법과 생활 등을 안내했다.

현재 아시아다문화소통센터와 경기대학교에서 다문화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돼지고기를 못 먹는다고 놀리기도 해요. 또 왜 손으로 먹느냐는 질문도 받습니다. 인도네시아와 한국의 식문화의 차이를 이해하고 다름을 인정해주길 바랍니다.”

K-드라마를 보고 한국 남자에 대한 로망을 품고 한국행을 택했다. 겪어 보니 중요한 건 ‘의사소통’이었다. 그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 멘토링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다.

양씨는 “한국의 문화나 말, 차이를 미리 공부하고 온다면 큰 무리 없이 정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의 ‘정’에 이끌려 ‘119통역’ 봉사
몽골에서 징기스칸으로 유명한 캔디 지방이 고향인 벌로르토야(49)씨. 그는 2018년 한국인 남편을 만나 전북 전주에서 결혼생활을 시작했다.

토야씨는 지난 3월 전북이주여성상담소 통번역지원단 자원봉사자로 위촉돼 5월부터 이주민 상담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와 함께 ‘연꽃’이라는 몽골이주여성 자조모임에서 선이주 교육을 진행하고 있고, 외국인 119신고대응 강화를 위한 전북 소방안전본부 ‘119통역 봉사자’로서 몽골어 통역자로 활동한다.

“한국과 몽골의 문화와 풍습이 많이 비슷해요. 자세히 보면 외모도 닮은 부분이 많잖아요. 그래서 더 익숙하고 정감이 가요.”

2015년 한국으로 첫 유학길에 오른 토야씨는 한국인의 따뜻함으로 결혼까지 결심하게 됐고 큰 어려움 없이 정착할 수 있었다. 게다가 한국어 방문교육, 몽골 자조모임, 직업훈련교육 등의 지자체의 다문화가족지원프로그램은 한국 정착에 큰 도움이 됐다.

“보통 이주여성이라고 일방적으로 도움만 받을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우리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어요. 앞으로도 한국 사회에서 당당한 사회인으로 활동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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