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농촌 결혼이민여성 ‘코리안 드림’ 명과 암 - 결혼이민여성이 전하는 한국살이 노하우

대전광역시 중구 정생동에서 시설하우스 4동(2640㎡)에 표고버섯을 재배하는 김다희(한국생활개선대전광역시연합회 회원)씨는 어남동의 은혜양로원에서 ‘까불이’로 통한다. 양로원에 출근하는 김씨에게 붙은 애칭이다. 병실 분위기가 밝아진 건 그녀의 농담이 어르신들을 웃음 짓게 해서다. 어르신들은 “까불이 왔냐”며 오늘도 김다희씨를 반겼다.

표고버섯 재배에 힘쓰고 있는 (사진 왼쪽부터)고순주·김다희 부부
표고버섯 재배에 힘쓰고 있는 (사진 왼쪽부터)고순주·김다희 부부

표고버섯 재배 도전장…공동경영주 등록하고 꿈 키워
마을어르신과 말동무하며 ‘요양보호사’로 인생 2막

결혼이민여성 향한 선입견 여전
김다희(34)씨는 베트남에서 6남매 중 고명딸로 태어나 오빠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모국에서도 농촌에서 오리를 키워 한국농촌이 낯설진 않았다고 한다. 14년 전 남편 고순주(59)씨와 결혼하면서 아이 둘을 낳고 식당을 운영하며 정착했다.

고씨는 “결혼이민여성이 새로운 언어를 익히려면 시기가 중요하다고 주변에서 조언했다”며 “스마트폰과 컴퓨터가 없던 환경에서 종이에 한글과 베트남어를 적어 집안 곳곳에 붙여 놓고 읽고 외웠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 와서 돈 버는 것보다 먼저 한국말과 문화를 배워야 한다”고 강조하며 “요즘은 스마트폰 앱을 통한 통역이 손쉬워 한국문화에 동화되려는 노력이 소홀하다”고 지적했다.

김다희씨는 주민들에게서 곱지 않은 시선을 받았다고 털어놨다. 한국 사람들이 결혼이민여성에게 갖는 선입견이 단계적으로 바뀌어나가길 바란다고 전했다.

김씨는 “결혼이민여성은 돈밖에 모르고, 위장 결혼을 했다는 시선이 있었다”며 “베트남 친정에 돈을 보내지 않으면 아내가 도망갈 거라는 인식도 농촌에는 여전히 남아있다”고 말했다.

김씨는 10년 전 당당히 취득한 자동차 운전면허를 내보이며 가족들을 돌보는 데 기동력이 생겼다고 자랑했다.

김다희씨는 지역 양로원에서 일하며 부모님을 모시듯 돌봄에 나서고 있다.
김다희씨는 지역 양로원에서 일하며 부모님을 모시듯 돌봄에 나서고 있다.

요양보호사로 돌봄에 앞장
마을에서 식당을 운영하던 부부는 갈수록 월세가 높아지는 탓에 장사를 접고 표고버섯(천비산 표고버섯농장)을 재배하는 농업인이 됐다.

김씨는 “대전은 도·농 복합지역이라 일자리가 다양해서 시부모님의 농사를 잇게 될 줄은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김씨가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소통하는 동포 결혼이민여성들은 한국말을 구사하게 되면서 공장, 식당, 백화점 등에 다니고 있었다. 농번기에만 인력이 집중돼 소득이 불안정한 농사일은 선택지에서 제외됐다. 김씨는 “에어컨이 있고 깨끗한 환경에서 일하고 싶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부부가 생산한 표고버섯은 공판장과 영·유아 급식으로 소비되고 있지만, 수량에 비해 판로가 부족해 적자를 면치 못하고 있다. 김씨는 육아를 하면서 산후우울증도 찾아왔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또래 친구도 없어 날마다 집에만 있었어요. 어느 날 용기를 내서 마을 어르신들이 모인 나무그늘을 찾아갔어요. 한국말을 잘 못했는데 할머니들이 과일 먹으라면서 챙겨주셔서 힘든 마음을 털고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김씨는 비로소 사회에 나설 수 있는 힘이 생겼다. 농사일을 하고 남는 시간에 자격증 학원을 다녔다. 농촌에서 보기 드문 ‘30대 요양보호사’를 찾는 일자리도 많았다. 양로원에 취업하고 주 5일 9시간 동안 요양보호사로 일하고 있다.

농사와 양로원 두 마리 토끼를 잡은 김다희씨는 “양로원 선생님들이 농사일을 병행할 수 있게끔 배려해줬다”며 감사인사도 잊지 않았다.

“앞으로 버섯을 활용한 가공식품에 관심을 기울여 ‘천비산 표고버섯농장’을 소비자에게 알리고 농가소득을 높이겠습니다.”

■ 생활개선회원들 현장 방담
“생활개선회가 친정 돼주고파”

결혼이민여성의 자립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한 김정순 생활개선대전광역시연합회장(사진 오른쪽)과 김미 중구지역회장(사진 왼쪽)
결혼이민여성의 자립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말한 김정순 생활개선대전광역시연합회장(사진 오른쪽)과 김미 중구지역회장(사진 왼쪽)

천비산표고버섯농장에는 김정순 한국생활개선대전광역시연합회장과 김미 중구지역회장이 참석해 김다희씨의 한국농촌 정착기를 듣고 공감했다.

김정순 회장= 지난 3월28일 대전광역시연합회 임원들이 우수 여성농업인 해외시찰로 베트남을 다녀왔다. 베트남 농업도 많이 발전했다. 우리나라 사람들도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에 왔을 때 대우해줘야 한다고 느꼈다.

김미 회장= 중구지역은 2017~2018년에 결혼이민여성과 김장김치 담그는 문화체험 행사를 했었다. 코로나19 때문에 한동안 대면활동을 못해 인연을 맺은 결혼이민여성과 멀어져 아쉬운 마음이다.

김정순 회장= 농촌 인구가 유지돼야 농업이 지속 발전할 수 있다. 앞으로 행사가 있으면 결혼이민여성을 초청해 같이 하고 싶다.

또, 다희씨만의 버섯재배법을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 생활개선회는 학습단체로서 농업기술센터의 다양한 교육을 들을 수 있다. 버섯창고가 부족하거나 농작업에 필요한 부분이 있으면 센터에 요청해보길 권한다. 결혼이민여성이 전문농업인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생활개선회가 친정엄마처럼 이끌어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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