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농번기만이라도 부엌서 벗어나고파~ (농번기 공동급식 현장 실태는…)

전북 완주군 봉동읍 구만리 원구만마을회관에선 공동급식을 통해 따듯한 밥 한끼에 소박한 밥상일지라도 바쁜 농사철 여성농업인들은 잠시나마 쉼을 갖게 된다.
전북 완주군 봉동읍 구만리 원구만마을회관에선 공동급식을 통해 따듯한 밥 한끼에 소박한 밥상일지라도 바쁜 농사철 여성농업인들은 잠시나마 쉼을 갖게 된다.

각자 손수 재배한 농산물 조달로 풍성한 한끼

“내가 먼저” 솔선수범하며 농번기 일손 덜어

따사로운 봄볕이 내리쬐는 5월 초. 논을 쓸고 밭을 일구며 본격적인 농사철을 알리는 개구리의 울음소리에 전북 완주군 봉동읍 구만리 원구만마을회관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분주하다. 코로나19로 3년 만에 재개된 농촌마을 공동급식지원사업 20곳 중 봉동읍에선 원구만마을을 포함해 2곳이 선정됐다.

신선하고 안전한 식재료 공급
첫 공동급식 주메뉴는 고등어 조림이다. 식자재 배송차량이 이미 원구만마을회관을 다녀간 후 김영주 부녀회장은 입구 계단에 앉아 텃밭에서 갓 수확한 싱싱한 미나리를 다듬고 있었다.

김 부녀회장 외에도 오전 농사를 마친 몇몇 여성농업인은 조리장의 오찬 준비를 돕기 위해 마을회관으로 삼삼오오 모였다. 마을이장 아내는 시금치를, 또 다른 주민은 양파와 파를 조달해 풍성한 점심식사가 될 수 있도록 동참했다.

완주먹거리통합지원센터에서는 지산지소를 원칙으로 새벽 6시부터 관내 학교를 비롯해 공공기관, 마을회관 등에 식재료를 공급한다. 특히 공동급식이 시행되는 농번기에는 화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두 번, 마을회관으로 당일 배송하고 있다.

완주먹거리통합지원센터에서는 화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두 번, 마을회관으로 당일 배송하고 있다.
완주먹거리통합지원센터에서는 화요일과 목요일 일주일에 두 번, 마을회관으로 당일 배송하고 있다.

센터에서는 관내 330여 농가와 공급계약을 맺고 1년에 2천건의 잔류농약 등 안전성 검사를 거쳐 농업인들의 건강한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

“나 혼자 먹자고 밥하기 싫어요. 늘 먹는 반찬도 지겨운데 일하다가 12시쯤 되면 얼른 와서 밥 먹고 바로 또 나가서 일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아요. 게다가 여럿이 먹는 밥맛은 아주 꿀맛이지요.”

벼와 대파 농사를 짓고 있는 김 부녀회장은 오전 농사를 마치고 조리장을 도와 점심식사 준비를 하며 이처럼 말했다.

1995년 현대식 건물로 신축한 원구만마을회관은 많은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넓은 식사공간과 위생적인 주방시설은 이번 공동급식지원사업 선정에 큰 역할을 했다.

김 부녀회장은 “어르신들의 식사 해결이 하루이틀 일이 아니지만, 지자체 지원으로 조리장의 임금 지급은 물론 마을회관을 집처럼 오가는 어르신들의 부담도 크게 줄었다”고 말했다.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로 나눠 총 40일간 320만원을 지원받아 절반은 조리장의 임금으로, 나머지는 급식에 필요한 부식비로 사용하게 된다.

봉사 넘어 ‘조리장’이란 직업 생겨
“저는 농사 안 지어요. 남편 출근하고 혼자 집에서 우두커니 뭘 하겠어요. 마을회관에 나와 무료 봉사로 어르신밥 해드리고 덕담 나누는 게 큰 낙이었는데 월급까지 준다니 아주 횡재한 기분이죠.”

이번 공동급식 조리장을 맡은 마을 주민 송미자씨는 최근 보건소에서 난생처음 보건증도 발급받았다. 송씨는 홀로어르신들이 많이 거주하는 마을이라 각자 외로이 김치 한 가지로 때웠을 한 끼를 마을회관에 다함께 모여 식사를 할 수 있어 보람도 크다고.

평소에도 기본 20인분 식사를 준비해왔는데 농번기에는 30명 넘는 인원이 이용할 것이라는 예상에 조리장으로서 마음가짐도 남다르다.

손수 재배한 미나리를 든든한 한끼 반찬으로 나눠 먹는 기쁨이 크다. 
손수 재배한 미나리를 든든한 한끼 반찬으로 나눠 먹는 기쁨이 크다. 

“남편이 치매를 앓고 있어서 농사는 다 내 몫이에요. 지금도 김매다가 점심 먹으러 왔어요. 보통 집에서 남편과 먹기도 하는데 여기서 같이 어울려 먹으니 편하고 좋죠. 안 오면 얼른 오라고 전화까지 해요. 아마 전화요금도 많이 나올 거예요. 그러니 매일매일 잔칫날이죠. 하하하.”

올해 아흔이 된 한 어르신은 덩달아 생기 도는 일상에 밭일이 힘든 줄도 모른다고.

한편, 전남 강진군에서는 모내기로 바쁜 5월에 한시적으로 10일간만 ‘일일밥상’이라는 1천원짜리 점심식사가 제공된다. 농협에서 부식비를 지원받아 각 지역 부녀회장의 봉사활동으로 강진읍 발산마을회관에서 조리와 식사가 진행된다.

농업인이라면 누구나 식사비용 1천원만 지불하면 4~5가지 반찬의 따뜻한 밥 한 끼를 먹을 수 있다.

 


■ 미니인터뷰 - 이정은 완주군청 농촌정책팀 주무관

“농사철에 편안한 밥 한끼 되도록 노력”

이정은 주무관
이정은 주무관

이정은 주무관은 올해 처음으로 농촌마을 공동급식지원사업을 맡게 되면서 그동안 꼼꼼하게 사업을 준비해왔다. 관내 40여 마을이 이번 사업을 신청해 절반인 20곳만이 지원을 받을 수 있어 아쉽지만 내년에는 확대할 예정이다.

완주먹거리통합지원센터에서는 계약재배 여성농업인 농가의 편의를 위해 농산물을 직접 수거하고 있다. 그러면서 각 마을에 식재료 배송까지 50명의 직원들이 군민의 안전한 먹거리를 책임지고 있다.

- 공동급식 첫날 현장 목소리는 어땠나.
상반기 20일로 한정된 공동급식을 5월 초순이 아닌 중순부터 시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당장 올해부터라도 일정을 조율해서 이용하는 여성농업인이 불편함이 없도록 조치하겠다.

- 개선할 점은 없었나.
부식비가 많이 부족해서 다양한 메뉴 선정이 어렵다. 먹거리통합지원센터에서 기본적인 식단표를 공유해 바쁜 농사철에 메뉴에 대한 부담을 줄이고 있지만, 지자체 지원만으로 한계가 있다. 여성농업인의 영양까지도 고려한 풍부한 식재료 공수를 위해 자부담을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

- 앞으로의 계획은.
예산으로 이뤄지는 사업이다 보니 행정 절차상 필요한 회계 작성이나 일지 작성방법에 대한 현장에서의 어려움이 있다. 선정자를 대상으로 추가 교육을 진행할 예정이며, 읍면 담당자와 마을이장을 통한 연계도 지속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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