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번기 마을공동급식지원사업, 정부·지자체 상황은…

농번기의 농촌은 하루 일분일초가 아깝다. 모두가 바쁜 이 시기에 여성농업인들은 매일 다른 반찬으로 점심을 챙기는 게 여간 고된 일이 아니다. ‘여자가 식사를 챙겨야지’라는 고정관념이 자리 잡은 농촌에서 비공식 노동으로 돈을 받는 것도 아니고 표가 나는 일도 아니라 여성들의 어깨를 더욱 짓누른다.

이런 여성농업인의 부담을 줄여주고, 한솥밥을 먹고 소소한 얘기를 나누며 농촌공동체 활성화 목적으로 농번기 마을공동급식지원사업이 2000년 강원도 철원에서 시작됐다. 예산에 비해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다는 평가를 받으며 여러 지자체로 확산됐지만 지방비에만 의존하다 보니 지원규모가 제각각인데다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문제를 노출했다.

 

농번기 마을공동급식 지원사업은 여성농업인의 부담을 줄여주고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효과가 입증되며 많은 지자체에서 도입되고 있지만 국비지원이 없어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농번기 마을공동급식 지원사업은 여성농업인의 부담을 줄여주고 마을공동체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효과가 입증되며 많은 지자체에서 도입되고 있지만 국비지원이 없어 지속성을 담보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자체장 의지 따라 늘거나 주는 ‘고무줄 사업’
급식지원이 지방에 이양돼 국비지원 근거 없어
“공공영역으로 봐야…농한기 수요도 고려해야”

지자체마다 지원 제각각
강원도는 농번기에 여성농업인의 가사부담 완화와 일손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지원사업을 이어오고 있다. 2021년 90개 마을에서 지난해와 올해 63개 마을로 줄었지만 마을별 지원액은 늘렸다. 올해 예산은 3억1500만원으로 마을당 500만원꼴로 지원된다. 지원비율은 도비 24%, 시·군비 56%, 자부담 20%다.

강원도 농정과 관계자는 “시·군비를 더 투입할 수 있다는 지침이 있어 자부담 일부를 보조해주는 경우가 있지만 자부담 일체를 지원하는 건 형평성 차원에서 어렵다”면서 “여유가 있는 출향민이나 유지들이 자발적으로 쾌척하는 마을은 주민들의 부담이 거의 없지만 그렇지 못한 마을은 주민들에게 부담되는 게 사실”이라고 언급했다.

2019년부터 정식사업으로 전환돼 올해로 5년 차에 접어든 정선군은 자체 지원이 다른 곳보다 많다. 군비가 1억5940만원으로 도비의 10배가 넘는다. 자부담 중 700만원도 보조된다

민선 7기 정선군수의 공약사항으로 2018년 시범사업 당시 연간 40일 범위에서 400만원 지원에서 시작해 지금의 규모에 이르렀다. 올해 25개 마을 선정에 37개 마을이 신청할 정도로 호응이 높아 향후 규모를 더 늘린다는 계획이다. 지원이 원활할 수 있는 비결은 지난해 지방선거에서 군수가 연임에 성공한 덕분이다.

정선군 담당자는 “조리원 인건비는 최저임금을 적용하고, 부식비와 1인당 3천원, 마을회관으로 오기 힘든 농업인을 위한 단체도시락은 1인당 8천원을 책정했다”며 “신청이 쇄도할 정도로 인기도 높고 군수의 공약사업으로 지원이 원활하다”고 말했다. 바꿔 말하면 지자체장이 교체되면 언제든 지원규모가 줄거나 사업자체가 사라질 수도 있단 뜻이다.

도시락·반찬배달 비중 늘어
코로나19로 많은 지자체가 마을공동급식 지원사업을 잠정 중단 후 지난해부터 재개됐다. 그 사이 지원방식을 전환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전라남도는 지난해부터 자체적으로 급식을 조리하기 힘든 마을은 도시락을 배달하거나 반찬을 제공하는 방식을 늘리고 있다. 곡성군은 공동급식이 어려운 마을은 반찬사업장을 선정해 계약 후 반찬을 공급받아 주민에게 제공하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다. 지원되는 128개 마을 중 반찬배달을 제공받는 마을은 31개다.

곡성군 관계자는 “농촌도 물가가 워낙 많이 올라 간편하고 맛도 괜찮은 도시락과 반찬배달에 농업인들의 만족도가 높다”면서 향후 반찬배달 등의 확대를 염두에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근본 해결책은 국비지원
지자체 재정사정이나 지자체장의 의지에 따라 예산이 늘거나 줄어드는 ‘고무줄 사업’으로는 안정적으로 사업을 펼치기 어렵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은 사업이라는 점에 공감하면서도 마을공동급식지원사업을 포함한 급식지원이 국가사무에서 지방사무로 이양된 만큼, 국비로 사업을 지원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결국 입법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라며, 농식품부가 선제적으로 지원에 나서기 어렵다는 것이다. 국회에서도 급식지원을 국가사무로 돌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일부 있지만 이마저도 초점은 영유아와 학교급식에 맞춰져 있다.

박경철 충남연구원 연구원은 “농촌 마을공동급식은 학교나 복지시설처럼 공공의 영역으로 봐야 한다”면서 “농촌의 학령인구가 계속 줄어들며 생기는 학교급식의 빈자리를 농촌 마을공동급식으로 대체할 수 있고, 농한기인 겨울에 급식수요가 더 있다는 점을 감안해 지원시기를 늘릴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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