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가정의 달, 농촌가정의 빛과 그림자 - 우린 행복합니다~

충북 단양 매포읍 평동8리 경로당 어르신들이 100일이 된 아기를 바라보고 활짝 웃고 있다.
충북 단양 매포읍 평동8리 경로당 어르신들이 100일이 된 아기를 바라보고 활짝 웃고 있다.

현수막·전광판서 출생소식 알려 주민 화합
“양육 힘들지만 어르신들의 따뜻한 관심 감사해”

“전광판에 나온 아기예요?”
“모유 먹여요, 분유 먹여요?”
“길에서 임신부는 봤어도, 이렇게 작은 아기는 몇 년 만인지 모르겠어요.”
“옛날에는 보건소 가서 아기 낳았지. 일고여덟 낳는 게 태반이었어.”
“나는 집에서 아기 낳았어.”

충북 단양 매포읍 평동8리 한라아파트 경로당. 임호돌·박승조 부부가 100일 된 아기를 안고 나타나자 노인 20여명이 아기를 둘러싸고 신기한 듯 질문을 쏟아 냈다.

매포읍에서 추진하는 인구증가 시책이 눈길을 끌고 있다. 단양군 인구는 2019년 3만명이 붕괴돼 2만7천여명에 머물러 있다. 이에 단양군은 읍면에서 자체적으로 출생률 제고 사업을 발굴해 추진토록 권고했다.

매포읍의 지난해 출생아는 12명. 올해는 7명이 출생신고를 했다. 매포읍에서는 출생 가정에 축하금 지원은 물론, 보호자가 원할 경우 축하 현수막을 게시하고 전광판에 송출해 모든 마을주민들이 한마음 한뜻으로 아기 출생에 관심을 갖고 축복하는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

이날 한라아파트 경로당은 농사에서 은퇴한 고령여성들이 주를 이뤘다. 현수막과 전광판에서 활자로만 봤던 신생아를 눈앞에서 보자 저마다 신기하다는 반응이었다. 이 아파트 202동에 살고 있다는 부부.

아빠 임호돌씨는 “올해 1월에 태어난 라온이를 현수막과 전광판에서 보고 아는 이웃들이 보고 연락해줘 정답게 느껴졌다”고 말했다.

매포읍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출생일과 시간, 가족을 소개하는 현수막을 길목에 걸어 홍보한다.
매포읍에서는 아기가 태어나면 출생일과 시간, 가족을 소개하는 현수막을 길목에 걸어 홍보한다.

손자·손녀처럼 아기 대해
임호돌씨는 단양지역 토박이로 매포읍에서 직장생활을 하고 있다. 그동안 한 아파트에 살아도 산책길에 마주쳤을 때 어르신들과 인사한 것이 전부였다고 한다. 흔치 않은 기회에 아내 박승조씨는 경로당 어르신들과 육아에 대한 이야기꽃을 피웠다.

“아기는 딸이에요. 부부 사이에 아기가 있으면 좋겠어서 첫째를 낳았는데, 외동보다는 형제가 있으면 좋겠어서 둘째를 얻었어요. 육아하느라 잠도 제대로 못자고 힘들지만, 아이가 커가면서 주는 행복이 힘든 걸 잊게 해줘요.”

박승조씨가 아기를 다독이는 모습에는 자식 사랑이 듬뿍 묻어났다. 도시에서보다 농촌은 특히 아기가 귀하다보니 어르신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으며 두 아이가 크고 있는 것 같다고.

“첫째 아들은 어린이집이 끝나면 아파트 놀이터로 뛰어가는데, 어르신들이 사탕도 주고 당신 손자·손녀들처럼 돌봐주세요. 명절에 자녀들이 올 때가 아니면 어르신들이 아기를 볼 기회가 없다보니 아이 하나를 마을 전체가 키운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일자리·보육·의료인프라 부족
농촌지역에서 아기를 키우기에 어려운 부분은 외면할 수 없는 현실이다. 박승조씨는 육아에 전념하느라 일찍이 사회경력이 단절됐다고 한다.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긴 시간만이라도 일거리를 찾고 싶었지만, 농촌에는 그에 맞는 일자리가 없었다. 아기가 적으니 키즈카페· 놀이방 이용은 언감생심이다.

자리에 함께한 백동화 매포읍생활개선회장은 “기관에서 많이 도와줘야 여성들이 안심하고 아기를 낳을 수 있다”며 “일회성으로 돈만 준다고 해서 출생률은 오르지 않고, 어린이집이나 보육시설에서 늦은 시간까지 아이를 돌봐주면 좋겠다”고 의견을 전했다.

박승조씨는 “아이가 아파서 군소재지 응급실을 찾았는데 노인전문병원이라 영유아를 봐줄 수 없다고 해 발길을 돌렸다”며 “남편 회사가 단양에 있어 벗어날 수 없는데 산부인과도 소아과도 없으니 막막하다”고 전했다.

현수막에 출생 가정이 홍보되다보니 같은 마을 부모끼리 느끼는 연대감도 끈끈할 터. 또래 엄마들과 교류한 적이 있냐는 질문에 박씨는 고개를 저었다. 읍사무소에서 출생 가정을 우연히 마주쳐 인사한 게 전부라고 말했다.

“단양군보건소에는 육아쉼터가 있어서 아이들 놀이공간이 되고, 엄마들끼리 자연스레 소통하게 돼 부러워요. 매포읍에도 육아 공간이 생겼으면 좋겠어요.”

경로당 어르신들은 “아이가 대학에 입학할 때까지는 지속적으로 경제적 지원을 해줘야 출생률이 오를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 현장에서 - 권영찬 평동8리 이장
“경로당이 공동육아공간이면 어떨까요?”

권영찬 평동8리 이장
권영찬 평동8리 이장

매포읍은 현재 읍민 5081명 중 50~65세 이상 인구가 2731명이다. 여성어르신들은 장날이 아니면 읍내로 나오는 일이 드물고, 운전을 못하는 경우가 많아 도로변에 있는 현수막과 전광판을 못 본다. 출생 가정 홍보에만 치중할 것이 아니라 현실적인 방안을 찾아야 할 시점이다.

남편이 육아휴직을 신청할 수 있는 기간도 한정돼 있고, 육아휴직 시 급여의 80%를 받다보니 궁핍한 생활에 내몰리게 된다. 아기가 어린이집에 갈 수 있는 3~4살 전까지 공백기를 마을 경로당이 공동육아터가 되는 지원사업을 단양군에서 검토해주면 좋겠다.

초보엄마의 경우 육아에 어려움을 겪는데, 여성어르신들은 다자녀를 키운 경험이 축적돼있다. 어르신들에게 육아정보를 얻는 경로도 될 것이다.

지난해 태어난 아기는 12명이고, 올해는 10명이 될지 안 될지 아직까지 모르지만, 각 마을의 경로당이 공동육아공간으로 활용된다면 농촌공동체를 회복할 수 있고, 출생률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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