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진흥청-농촌여성신문 공동기획 - 첨단농업기술로 기후변화 대응한다

④ 기후적응형 작물 재배관리 의사결정 프로그램 개발&서비스

온실가스 배출에 의한 지구온난화로 야기된 기후변화는 지구환경의 지속가능성과 인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2050 탄소중립’ 계획을 수립하고 분야별로 구체적인 이행방안을 마련해 추진하고 있다. 농촌여성신문은 농촌진흥청이 기후변화에 대응해 농촌진흥청이 연구개발 중인 대표적인 기술 4건을 소개하고, 이 기술의 확산을 통해 농업분야 온실가스 저감과 지속가능한 농업 실현을 위한 R&D의 필요성을 재확인하고자 한다.[편집자 주]

기후정보․유효적산온도 계산해 농작업 일정 예측
농가가 재배관리 의사결정...농업용수 절감도 기대

 

농사는 기후가 가장 큰 영향을 미친다. 전남 해남에서는 겨울에 월동배추를, 전북 고창에서는 봄․가을배추를, 강원도 평창 고랭지에서는 여름배추를 재배한다. 또한, 강원도 철원에서는 5월 초에 모내기를 하고, 전남 나주에서는 6월에 모내기를 한다. 그런데 기후가 급격하게 변하고 있기에 농사도 바뀔 수밖에 없게 됐다. 변화하는 기후에 맞춘 작물 선택과 재배관리의 중요성이 그만큼 커진 것이다.

이 같은 최근 급격한 기후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농촌진흥청 국립농업과학원은 ‘기후적응형 작물 재배관리 의사결정 프로그램과 서비스’ 연구를 통해 농업분야 기후위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기술 개발에 주력하고 있는데, 그 연구의 중심에 기후변화평가과 최순군 연구사가 있다.

농업분야는 이미 기후변화 직격탄

“농업현장에서는 이미 기후변화를 체감하고 있습니다. 원래 밀은 보리보다 수확이 한 달 가량 늦기 때문에 전북 익산에서 이모작이 안 됐습니다. 그런데 기후가 변하면서 밀을 좀 더 일찍 수확할 수 있게 됐고, 이제는 벼를 6월 말에 심어도 안정적인 수량 확보가 가능해졌습니다. 오히려 예전보다 벼 생산량이 늘었다고 그러더군요.”

이러한 변화를 미리 알고 대비한다면 기후변화는 위기가 아니라 기회가 될 것이라고 최 연구사는 판단했다. 그래서 현재, 미래의 기후조건에서 농업인들이 자신의 농장에 어떤 작물을 언제 심을지 계획을 세우고, 그에 맞춰 농작업 일정을 알람으로 받을 수 있는 서비스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기후적응형 작물 재배관리 의사결정 프로그램 개발에 나선 것이다.

최 연구사가 개발한 프로그램은 4개의 기후변화 시나리오와 18개 예측모델의 빅데이터, 유효적산온도(Growing Degree Day) 이론을 기반으로 작성됐다. 작물이 싹이 트고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데는 특정기온 이상의 온도가 누적돼야 하는데, 이것이 유효적산온도다. 가령 작물이 자라기 시작하는 온도(기저온도)가 10℃이고 어제 기온이 11℃, 오늘 기온이 12℃라면 어제부터 오늘까지의 유효적산온도는 3℃다. 꽃이 피는데 100℃가 필요하다면 20℃가 10일 지속되면 꽃이 피게 된다.

“작물은 더운 곳에서는 빨리 나이를 먹고 추운 곳에서는 느리게 나이를 먹는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습니다. 전북 김제는 5월 말경에 모내기를 하고, 제주도 서귀포 하논에서는 6월 말에 모내기를 하더라도 김제는 10월 중순에, 하논에서는 9월에 수확을 합니다. 제주도의 기온이 워낙 높아 벼의 유효적산온도가 빠르게 찼기 때문입니다. 제가 개발한 프로그램은 이러한 현상들을 구현한 결과물입니다.”

복잡한 농작업 일정을 손쉽게 결정

개발된 프로그램을 설치하고 시작하면 지도에서 농경지의 위치를 선택할 수 있다. 그러면 그 농경지에 해당하는 기후정보를 빠르게 불러들인다. 그 다음에 작물을 선택하면 자동으로 농작업 타임라인(스케줄)이 생성된다. 이 타임라인은 사용자의 판단에 따라 앞뒤로 조정할 수 있다고. 타임라인을 움직이면 실시간으로 기후정보와 연동해 유효적산온도를 계산하고 그에 맞춰 타임라인의 길이가 줄어들거나 늘어나며, 농작업 일정도 자동으로 바뀌게 된다. 

여러 개의 타임라인을 만들고 조율할 수도 있다. 예를 들어 6월1일이 벼 이앙에 최적기라도 밀 수확을 위해 이앙 날짜를 옮겨야 한다면 타임라인을 붙잡고 뒤로 밀면 된다. 이런 식을 일정이 겹치지 않게 작물을 추가함으로써 이모작 가능성을 판단할 수 있고, 복잡한 농작업 일정을 손쉽게 만들 수 있다.

“조정한 타임라인이 작물 재배에 적합하지 않을 경우에는 경고 문구가 생성됩니다. 작물이 자라는데 악영향을 주는 고온․저온 피해 정보를 제공하며, 적정 재배기간을 벗어날 경우에도 위험을 알려줍니다.”

양방향 농사정보 제공이 최종목표

“이미 기후는 과거와 많이 달라졌습니다. 최근 50년간 기온이 약 1℃가 올랐습니다. 이러한 기후변화로 사과 재배적지가 상당히 북상했고, 이모작 지대가 확산됐으며, 남부 해안지역에서는 열대과일 재배도 가능해졌습니다. 재배 적기는 이미 농업인 스스로 알고 있던 것을 벗어났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기에 이 프로그램을 통해 현재의 관행농업을 진단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최순군 연구사는 먼 미래의 기후 외에도 1주일, 1~6개월의 기상예측 자료를 활용하는 연구도 병행하고 있다. 그는 추가 연구를 통해 농업인들이 프로그램에 농사일정을 등록하면 일정 내에 예상되는 기상재해에 대해 미리 대응할 수 있는 알람기능을 추가할 예정이다.

“현재 프로그램의 수준은 걸음마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단방향으로 정보를 제공하는 프로그램이 아닌 양방향으로 농사정보를 주고받는 프로그램을 구현하는 것이 최종 목표입니다. 과거에는 그나마 기후가 천천히 변했기 때문에 다양한 시행착오를 거치며 적응했지만 미래에는 시행착오를 거칠 시간이 주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에 반드시 선제적인 대응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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