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Rice! Nice! - 전대경 미듬영농조합법인 대표

‘한국인은 밥심’이라는 말은 옛말이 된 지 오래다. 쌀 소비량은 30년 사이 반토막 나며 2023년 국민 1인당 연간 쌀 소비량은 56.4㎏을 기록했다. 전년(56.7㎏) 대비 0.3㎏(0.6%) 감소한 수준이다.

증가세를 보이는 사업체 부분의 쌀 소비와는 달리 식사의 탈가정화로 인해 가구 부분의 1인당 쌀소비량은 매년 2% 내외로 줄며 쌀 소비의 지속적 감소를 견인하고 있다. 결국 집밥에 의존해선 쌀 수요 감소를 막을 수 없는 현실에서 다양한 수요처 발굴은 가장 중요한 과제가 됐다. 본지는 집밥의 한계에서 벗어나 다양하게 이뤄지고 있는 쌀 소비현장을 찾는다.

전대경 대표는 지난해 가루쌀 제품화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핀로지원을 통해 소비자와 접점을 늘려갈 계획이다.
전대경 대표는 지난해 가루쌀 제품화에 성공한 데 이어, 올해 핀로지원을 통해 소비자와 접점을 늘려갈 계획이다.

가루쌀 브랜드 ‘바비 브레드’ 출시

밥쌀용 쌀과 재배방법에 큰 차이 없어

“직불금 등 지원 최소 10년 유지돼야”

가공용쌀로 식량자급률 향상
지난해 11월11일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전대경 미듬영농조합법인 대표는 최고 영예인 금탑산업훈장을 윤석열 대통령으로부터 수여받았다. 전 대표는 가루쌀을 선도적으로 도입해 쌀 공급과잉을 줄이며 식량자급률 향상에 이바지한 점을 인정받았다.

‘쌀박사’로 통하는 그는 고향인 경기도 평택 오성면 일대에서 가공용쌀 생산단지를 조성한 데 이어, 스타벅스에 가루쌀로 만든 케이크를 공급하며, 다양한 가공제품의 성공 가능성을 증명했다.

특히 미듬영농조합법인은 지난해부터 농림축산식품부의 가루쌀 제품개발 지원을 통해 빵류와 과자류 제품을 선보였다. 밥이 빵이 된다는 의미로 ‘바비 브레드(BABI BREAD)’ 브랜드로 인지도 쌓기에도 나섰다.

“식빵, 카스텔라, 라이스칩, 단팥빵, 소금빵, 베이글, 바게트 등 가루쌀을 원료로 한 쌀빵과 쌀과자가 20종 가까이 됩니다. 건식제분이라 친환경적이고, 동계작물과 이모작이 가능해 겨울철에 푸른 작물을 볼 수 있어 우리 마을을 돋보이게 하는 효과도 큽니다.”

지난해 가루쌀 생산단지 2천㏊에 이어 올해 1만㏊로 대폭 확대될 수 있었던 건 농식품부가 수확한 가루쌀 전량을 수매하는 등 지원도 있었지만 기존 쌀농사 재배법과 큰 차이가 없는 점도 한몫했다. 밥쌀용 대신 가공용쌀 재배에 나선 지 15년 정도 된 전 대표는 가루쌀을 100㏊가량 재배하고 있다. 다른 밥쌀용 벼 품종과 큰 차이점이 없다는 걸 그는 몸소 경험했다.

“밥쌀용 품종과 논의 형태를 유지하면서 농기계 바꿀 필요도 없어요. 이앙하는 시기만 빼고 거의 차이가 없습니다. 가루쌀을 밥쌀용으로 재배해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면 다시 바꾸는 데도 무리가 없어요.”

지난해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전대경 대표는 금탑산업훈장의 영예를 안았다.
지난해 농업인의 날 기념식에서 전대경 대표는 금탑산업훈장의 영예를 안았다.

‘보람찬’ 실패 답습 안돼
2010년 농촌진흥청은 ‘100% 쌀빵’ 시대를 열겠다며 글루텐 첨가 없이 빵을 만들 수 있는 벼 품종 ‘보람찬’ 개발에 성공했다. 당시 높은 수량성과 내병성까지 갖춘 데다 제빵 시 반죽이 쉽고, 수분 보유능력이 탁월해 빵으로 만들었을 때 맛도 일품이었다.

밥쌀용 재배면적 감축과 가공용쌀 소비 확대에 획기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일부 농가가 가공용쌀이 아닌 밥쌀용으로 시장에 몰래 유통시켜 큰 문제가 됐다. 결국 보람찬 지원은 중단되고 말았다. 전 대표는 “가루쌀이 보람찬의 실패를 반복해선 안 된다”며,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강조한다.

“일부 농가의 잘못된 행동도 문제지만 3년 동안 지원을 하겠다는 약속을 저버리고 불과 1년 만에 지원을 끊어버린 정부도 문제였죠. 가루쌀이 전략작물직불금에 포함돼 지원이 이뤄지고 있는데, 최소 10년은 유지돼야 합니다. 품종 개발도 지속적으로 뒤따라야죠.”

제품력 입증, 관건은 홍보
시시각각 변하는 식품 소비문화에 맞춰 쌀은 이제 밥보다 면과 빵, 과자 등으로 다양하게 활용돼야 한다.

기업들의 가공수요를 맞추기 위해 전문 생산단지에서 균일한 품질의 원료를 확보할 수 있게 된 점도 호재다. 올해 가루쌀 생산은 5만톤, 2025년 8만톤, 2026년 20만톤까지 순차적으로 늘어날 예정이다.

지난해 10개 업체에서 면류, 빵류, 제과류, 프리믹스 등 다양한 품목군에서 47종의 신제품을 출시하며 제품력을 입증한 만큼, 앞으로의 관건은 시장에 얼마나 안착하느냐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 대표는 2023년은 다양한 식품의 원료로 활용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확인한 해였다면, 2024년은 인지도를 확보해 탄탄한 판로를 개척하는 해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는지가 중요한 가운데, 미듬영농조합법인은 지난해 개발에 성공한 빵류·과자류 제품을 보다 많은 소비자에게 선보일 수 있게 됐다. 올해 농식품부가 지원하는 ‘가루쌀 제품화 판로지원(패키지 지원)’ 대상자로 선정됐기 때문이다.

“지원사업에 선정돼 많은 지역축제에 바비 브레드 제품을 선보일 수 있게 됐습니다. 네이버 스마트 스토어에도 입점하는 만큼, 건강하고 맛있는 쌀빵으로 소비자와 접점을 늘려가는 해로 만들겠습니다. 성공한다면 가루쌀은 쌀 생산조정에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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