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집 : 안전하고 건강한 농작업 위해선...(충남 보령 최영순씨·금산 김한이씨)

농한기부터 교육해야 예방될 터
뱀·벌 출몰하는 위험한 일터…
농약 안전불감증 만연한 주민들
고령농 안전의식 높이는 데 의의

최영순씨는 지난해 충남 보령 청소면 일대에서 마을 13곳 주민들을 만나 농작업안전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웠다.

충남에 여성 농작업안전관리관은 6명
2022년 ‘농어업인안전보험법’에 안전재해 예방을 위한 사업 규정이 신설됨에 따라 농업인 스스로 안전한 농작업을 실천하고 점검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다. 이에 따라 농업기술원과 시·군 농업기술센터는 농어업작업안전재해의 예방을 위한 전문인력 양성에 나섰다.

일각에서는 비예산으로 이뤄진 만큼 이장 등 농촌리더와 농업인으로 구성된 농작업안전리더는 시간과 거리적 제한으로 예방활동에 탄력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다.

농촌진흥청 농업인안전팀 관계자는 “지난해 사업을 처음 시행하면서 지원금이 없어 농업인들에게 동기부여가 되지 못했다”고 인정하며 “올해는 농업인안전시설역량강화지원사업 예산을 활용해 지난해보다 더 활성화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가운데 충청남도는 지난해 도비 1억4760만원 규모의 농작업 안전관리관 양성 시범사업으로 시·군 6곳(보령·논산·금산·서천·홍성·태안)에 각 2460만원 예산을 투여해 농작업안전관리관 55명을 모집했다. 이 중 여성은 6명으로 10% 수준이다.

농작업안전관리관은 양성교육 20시간을 이수하고 5~11월 본격적인 활동에 나섰다. 도에서는 농작업안전관리관 활동마을(단체) 평가를 통해 대상, 최우수상, 우수상을 선발·시상해 농업인들의 의욕을 높였다. 지난해는 홍성이 대상을 받았다. 홍성은 농작업안전관리관 7명 전원이 남성이었다.

박찬규 홍성군 농작업안전관리관 반장은 “여성주민들은 ‘관리관’이라는 호칭을 보고 남성에게 해당하는 전문적인 일이라고 오해했다”며 “홍성에서 오는 3월13일까지 2024 농작업안전관리관을 모집하는데, 전년도 농작업안전관리관의 맹활약이 귀감이 돼 여성 몇몇이 신청한 상태”라고 말했다.

충남도는 지난해와 같은 시·군 6곳에 사업을 추진하며 농작업안전관리관의 역량을 높이겠단 계획이다.

농작업안전 부부가 같이 실천해야
지난해 보령은 도내에서 여성농작업안전관리관이 가장 많이 활동한 지역이었다. 위촉한 농작업안전관리관 10명 가운데 3명이 여성이었다. 청소면 마을 13곳에서 농작업안전예방교육을 펼친 최영순씨 농지 4950㎡(1500평)에서 고추, 들깨 등을 재배한다.

충청남도교통안전지도사협회 직전 보령지부장으로 활동한 최씨는 2018년부터 어린이, 노약자 등 교통약자에 교통안전·화재예방교육은 물론, 실버레크리에이션 강사로 마을회관, 경로당, 요양원 등 찾아가는 강의를 펼치며 경험이 다양하다.

“농사지으면서 위험한 상황을 많이 목격해 농작업안전관리관을 지원했어요. 지난해 벌물림사고를 겪고서 방심했는데 두피에 두드러기가 올라왔습니다. 응급으로 병원에 옮겨져 간신히 살아났어요. 한 이웃은 뱀에게 새끼손가락을 물려 응급조치를 했는데도 후유증이 남았다고 해요. 농업인들은 뱀과 벌이 출몰하는 위험한 환경에서 생업을 잇고 있어요.”

최씨는 새벽과 저녁에 농사일하고 점심에 강의를 다니며 24시간을 쪼개 생활했다고 한다. 농업기술센터에서 읍·면 행정복지센터로 공문을 보내 마을이장들에게 농작업안전관리관의 교육을 홍보하며 교육할 마을을 알선해주기도 했다.

“이장님이 주민참여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남성들만 많이 참여한 마을, 고령어르신만 많은 마을회관도 있었어요. 정작 50~60대 현역 농업인들은 농사일하느라 교육에 참여하지 못해 아쉬웠습니다. 부부가 농사지으면 교육도 부부가 같이 참여할 수 있다면 좋겠어요.”

충남 보령 청소면 마을주민들은 유익한 교육이 많아져야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었다.
충남 보령 청소면 마을주민들은 유익한 교육이 많아져야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는 반응이었다.

농번기 교육에 참석률 낮아
마을회관과 경로당에서 농작업안전예방교육을 진행하는 최씨에게 주민들은 호기심 어린 눈길을 보냈다고 한다. 박사학위를 가진 전문강사가 강의를 할 거라 예상했는데, 같은 농업인이라 처음에는 받아들이기 어려워했다고. 최씨는 자신의 농업현장에 빗대 안전한 농작업 방향을 설명하고, 지인인 레크리에이션 강사도 초빙하며 어르신들이 지루하지 않게끔 노력했다고 한다.

고령주민들은 “교육을 진작부터 하면 좋았을 것” “이제는 고령이라 밭일에서 물러났다”며 볼멘소리를 하기도 했고, “교육내용이 사고 예방에 도움이 된다” “연 1회만 할 것이 아니라 2회 이상 해야 한다”고 호평하는 등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최씨는 농업기술센터에서 제공한 농작업안전사고 주의사항 팸플릿을 나누고, 홍보물품인 방진마스크를 전하며 주민들의 호응을 이끌었다고 전했다.

“PLS(농약허용물질목록관리제도)가 시행되면서 어르신들은 농약이 옛날보다 약해졌다고 여겨 농작업복과 마스크를 하지 않으려는 의식이 강했어요. 당장에는 몸에 이상이 없지만 피부, 눈, 귀, 입 순서로 농약 중독이 되면 치매로 연계될 수 있다고 해요.”

특히 최씨는 농번기에 집중된 농작업안전관리관의 활동기간을 지적했다. 농촌이 한가한 12~4월에 교육을 해야 예방사업의 진면목을 증명할 수 있다는 것.

“예산집행하고 사업을 수립하는 데 시일이 소요되면서 현장 시행이 늦어지고 있어요. 연초부터 집중적으로 교육해서 농사짓기 전에 예방하고 농사지으면서 실천할 수 있도록 추진해야죠.”

금산에서 7명의 농작업안전관리관 가운데 홍일점으로 활동한 김한이씨도 “지난해 하반기부터 농작업안전관리관 활동을 했는데 농번기에 사람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금산 김한이씨는 쌈채소를 재배하며 농작업안전관리관으로 활동했다. 김씨는 농번기에 주민들을 한 자리에 모으기가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금산 김한이씨는 쌈채소를 재배하며 농작업안전관리관으로 활동했다. 김씨는 농번기에 주민들을 한 자리에 모으기가 어려웠다고 강조했다.

농촌주민들 농작업안전의식 높여야
김씨는 자신이 거주하는 자부리 경로회관에서 부녀회 회의날에 맞춰 60~70대 여성농업인 13명을 대상으로 농작업안전교육을 실습할 수밖에 없었다. 친목을 쌓은 쌈채작목반 회원들에게도 교육을 실시하며 주도적으로 자리를 모색했다고 한다.

“강사로 양성교육을 받으면서 몰랐던 농작업 사고유형을 알게 됐어요. 널리 알리고 싶은 열정이 생겼는데, 그동안 농업기관에서 농작업안전에 대한 교육이 있었으니까 주민들은 ‘별다른 내용이 있겠나’하는 반응이었습니다.”

금산군농업기술센터 관계자에 따르면 농작업안전관리관에 대한 홍보가 부족해 인원모집에 어려움을 겪었다. 이로 인해 농작업안전교육을 신청하는 마을도 없어 연계해주지 못했다. 지난해 하반기에 육성한 농작업안전관리관 7명은 올해 활동을 이어갈 계획으로, 작목반을 중심으로 6명을 추가 모집해 현장컨설팅을 강화할 계획이다.

대다수 농촌어르신들은 먹고살기 어렵던 시절부터 가족을 위해 농사지어 온 터라 이제는 여유가 생겼어도 일에 매몰된다고 한다.

최영순씨는 “옆집 어르신은 80대에도 홀로 밭일을 하고 식사는 김칫국에 밥 한 술 뜨는 게 고작”이라며 “일에 지치면 방심하게 되고 사고로 이어져 낫으로 농작물을 베어야 하는데 자신의 손을 찍는 사고도 벌어진다”고 전했다.

최씨는 앞으로 농업·농촌을 이끌 농업인들의 안전한 일터와 인식 개선을 위해 농작업안전예방사업이 계속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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