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간포커스 - 설 앞둔 농촌 민심은…

생산량 급감과 가격이 급등했다는 기사 때문에 설 대목을 앞두고 농가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사진은 경남 함안의 한 곶감 농가)
생산량 급감과 가격이 급등했다는 기사 때문에 설 대목을 앞두고 농가들은 이중고를 겪고 있다.(사진은 경남 함안의 한 곶감 농가)

언론 호들갑 때문에 주문문의 뚝 끊겨

사과·배 제외한 주요 성수품 안정세

답례품에 기대 “구매한도 올라갔으면”

냉해와 잦은 비로 생산량 급감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달 29일 농촌진흥청, 과수 주산지 지방자치단체, 농협, 자조금 등 민·관 합동 ‘과수 생육관리 협의체’를 구성했다. 대상품목은 단감과 사과, 배, 복숭아 등 4개 품목이다. 개화기 냉해와 집중호우로 생산량이 급감해 농가의 타격이 컸던 만큼, 면밀한 생육관리로 안정적 생산을 뒷받침한다는 방침이다. 별도 관리가 필요할 만큼, 지난해 생산량 감소는 대목을 기대한 농가에 큰 타격이다.

단감은 생과보다 곶감 등으로 가공해 설 명절선물세트로 인기를 끌어왔지만 생산량이 크게 줄며 농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경남 함안의 조방제 하늘별영농조합법인 대표 역시 마찬가지다. 3주 전부터 곶감 선물세트 작업을 하느라 바쁜 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작업량이 예년보다 줄어 신명이 나지 않는다는 조 대표.

조 대표는 “꽃이 피는 5월과 당도가 올라가는 7~8월이 중요한데 그때 날씨가 갑자기 추워지고 비도 자주 왔다”며 “수확량이 작년보다 30% 넘게 줄었고, 씨알도 잘다”고 한탄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에 의하면, 지난해 단감 생산량은 전년보다 32% 감소했다. 사과(25%), 배(19%)보다 생산량이 더 급감한 것.

장마에 고온 현상이 번갈아 오면서 함안 등 남부지역 일대는 탄저병이 번지며 곶감 가공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표면에 까만 점이 생기는 탄저병은 단감을 무르게 하거나 꼭지를 약하게 해 낙과시켜 상품성을 떨어뜨렸다.

조 대표는 생산량 감소 이외에도 과일값이 올랐다는 기사들 때문에 주문문의가 줄어 이중고를 겪고 있다고 호소했다. 그는 “작년과 비교하면 가격은 똑같이 받고 있다”며 “과일값이 올랐다고 언론에서 호들갑을 떨어서 곶감도 많이 올랐다 싶어 찾는 사람이 줄어든 것 같다”고 했다. 이어 “경기가 어려워서인지 단골들도 원래 많이 찾던 8만원대 대봉으로 만든 곶감보다 3만~4만원대 실속형 제품을 더 선호한다”고 토로했다.

사진은 지난달 31일 설 성수품 점검을 위해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찾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사진 가운데)
사진은 지난달 31일 설 성수품 점검을 위해 서울 양재동 하나로마트를 찾은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사진 가운데)

신뢰도 떨어지는 정보 인용
주요 매체들은 설을 앞두고 연일 ‘역대급 설물가에 한숨’ ‘올해 설 차례상 비용 역대 최고’ 등 자극적 기사를 쏟아내고 있다. 피해는 애꿎은 농가만 입고 있다. 문제는 상대적으로 신뢰도가 떨어지는 가격정보를 인용해 기사를 쓰고 있단 점이다.

주요 매체들이 인용한 정보의 출처는 가격조사기관 한국물가정보였다. 한국물가정보는 설 명절을 2주가량 앞둔 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차례상 비용은 4인 가족 기준 각각 28만1500원(8.9%↑), 38만580원(5.8%↑)으로 ‘역대 최고치’를 찍었다고 밝혔다. 사과와 배 등 과일값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며 사과(5~6입)는 최고 49%, 배(3㎏)는 76%나 올랐다는 것.

반면 1983년부터 농수산물 가격정보를 전국 단위로 매일 조사하는 유일한 기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는 차례상 비용이 지난달 30일 기준 31만3499원, 전년대비 0.8% 상승했다고 밝혔다. 전국 23개 도시 16개 전통시장과 34개 대형마트를 조사했고, 성수품은 성균관 석전보존회 자문을 거쳐 28개 품목을 대상으로 해 공신력을 높였다.

설 전 3주간 평균 10대 성수품 가격(1월24일 기준)은 오히려 4.5% 떨어졌다. 사과 10입 2만7483원, 배는 10입 3만2232원으로 각각 14.9%, 17.1% 올랐고, 밤과 대추는 올랐다. 배추, 무, 소고기(등심), 돼지고기(삼겹), 닭고기, 계란값은 떨어졌다. 서울농수산식품공사가 내놓은 도매가격 정보에서도 주요 성수품 가격은 예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농식품부 원예산업과 관계자는 “인지도가 높은 매체들이 가격급등이란 기사를 쏟아내며 설명자료를 배포하고 해명하느라 진땀을 빼고 있다”며 “사과와 배는 봄철 냉해와 잦은 비로 생산량이 줄어든 게 사실이지만 이번 설에 농협과 함께 역대 최대규모의 지원에 나서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정부 할인지원을 합치면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에서 구입할 수 있지만 이런 점을 쏙 빼고 보도해 명절 대목에 농산물 소비가 더 줄어들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송갑남 울산달장 대표(사진 오른쪽)는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을 새로운 판로로 기대하고 있다.
송갑남 울산달장 대표(사진 오른쪽)는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을 새로운 판로로 기대하고 있다.

명절 대목 대신 답례품 기대
울산의 명물인 돌미역과 멸치를 이용한 미역과 어간장을 생산하는 마을기업 울산달장을 운영하는 송갑남 대표는 명절 대목에 거는 기대가 낮아졌다.

송 대표는 “명절 때 나가는 매출이 점점 줄어 지금은 비중이 50% 정도고, 주 판로인 로컬푸드매장 매출도 지난해보다 떨어졌다”며 “대신에 고향사랑기부제가 시작되면서 울산광역시와 울산 중구 답례품으로 등록돼 새로운 판로가 생겼다”고 말했다.

작년 11월과 12월에 고향사랑기부제 기부가 많아지면서 답례품 주문이 몰려 12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다는 송갑남 대표는 “이제 대목은 설이나 추석명절보다 연말이 될 것 같다”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고향사랑기부제 기부액은 12월에만 260억3천만원으로 연말 집중현상이 뚜렷하며 답례품 구매도 연말에 몰리고 있다.

이어 “20만원까지 한도가 올라가면 답례품은 6만원까지 할 수 있어 구성을 다양하게 하고 고가의 제품도 생산할 수 있게 되면 매출도 올라갈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행 전액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는 10만원 기부가 총 기부건수 중 83%인 약 44여만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의 고향사랑기부제 인식조사에서도 응답자는 20만원까지 기부하겠다는 비율이 가장 높았다는 점에서 한도 상향에 큰 무리가 없어 보인다.

답례품 구매액 151억원 중 농축산물 비중이 38.3%로 가장 많았던 만큼, 세액공제 상향과 함께 법인기부까지 허용한다면 명절 대목 비중이 줄어 어려움을 호소하는 농축산물 생산농가와 소규모 가공농가에게 새로운 소득원이 될 가능성이 충분하다.

유찬희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기부자들은 답례품 구입이 농가소득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직접 도움이 된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법인기부 허용과 개인 세액공제 상향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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