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설 특집 : 설 앞둔 농촌풍경(충북 제천 사과농가)

정부 수입과일 할당관세 적용에 농심 ‘술렁’
사과 수확량에 따라 농가소득 극과 극
소비자, 값비싼 사과 대신 수입과일 선호
정부 “590억원 규모 성수품 할인 지원”

충북 제천 백운면 여성농업인 A씨가 설 명절에 납품할 특등급 사과를 선별하고 있다.

사과농가 소득 극과 극
설 명절을 앞두고 과수 주산지는 밤낮 없이 바쁘다. 충북 제천 백운면에는 미처 다 자라지 못한 사과 유목이 곳곳에 많았다. 지난 2018~2020년 제천에서 과수화상병이 확산되면서 피해를 입은 농가는 애써 키운 성목을 뽑아내고 3년간 밭을 묵혀야 했다.

이 가운데 1만9800㎡(6천평) 농지에서 사과를 재배하고 있는 여성농업인 A(63)씨는 천운으로 과수화상병을 피했다고 한다. 결혼하고 백운면에 정착한 A씨는 시나노스위트, 시나노골드, 홍로 등의 사과품종을 수확기를 달리하며 생산하고 있다.

그는 백운면에만 661만1500㎡(200만평)이 넘던 사과 재배면적의 절반 이상이 과수화상병으로 애써 키운 나무를 땅에 묻어야 했다고 당시를 설명했다.

“올해 사과값이 올랐지만 냉해와 탄저병 피해를 입은 농가는 사과가 없어 못 팔았고, 작황이 좋아 수확량이 괜찮은 농가는 높은 가격에 출하해 소득이 극과 극입니다. 설 대목을 앞두고 농촌에 위화감만 조성됐어요.”

매년 사과값 오르락내리락
그는 유목을 제외한 1만3200㎡(4천평) 농지에서 수확한 사과를 지난달 27일부터 선별하고 있다고 전했다. 특등급 사과를 골라내는 눈과 손을 바삐 움직이며 상자를 채웠다.

백운면에서는 사과를 연평균 40만~50만톤을 수확하는데, 지난해 기상이변 여파로 유독 사과 수확량이 줄었다고 한다. 그래서 사과를 재배하는 농업인들은 올해 사과 도매가가 들썩일 것으로 조심스레 내다봤다고.

“특등급 사과 15개입 5㎏ 한 상자에 도매가가 4만3천~5만원으로 책정됐습니다. 사과농사 30여년 만에 처음으로 상상도 못한 소득을 올렸지만, 사과값은 매년 등락 폭이 심해 올해 7~8월 수확할 사과값이 어떻게 요동칠지 걱정입니다.”

그는 30여년 사과농사를 지으면서 부지런히 밭에 출근해 생육주기에 맞춰 일하며 남다른 재배 노하우를 터득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사과가 물가상승의 주범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A씨는 “사과가 풍년이라 값이 폭락했을 때는 정부에서 사과 팔아주기 운동도 주도하지 않았고, 소비자는 못난이사과는 사과 취급도 안 했다”며 “올해 사과값이 오르니 설 대목을 앞두고 미국·네덜란드 사과 수입을 검토하겠다는 정부 방침은 대안이 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유통과정서 소비자가 40% 올라”
그는 사과의 소비자가격이 높은 까닭에는 중간도매상을 거치면서 붙는 수수료도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키는 데 큰 몫을 차지한다고 언급했다.

특히 그는 “경매가 4만3천원을 받은 특등급 사과 15개입 5㎏짜리 한 상자가 시장에서는 7만원에 거래된다. 유통과정에서 중간도매상이 2만7천원을 챙기고 40% 부풀려 소비자가를 형성한 것”이라며 “소비자가 지갑을 열지 못하게 만든 유통에도 책임이 있다”고 지적했다.

충북 충주시 대소원면에서 사과를 1만6500㎡(5천평) 재배하고 있는 최복조(대소원면생활개선회원)씨는 “사과 재배농가들은 매년 냉해와 씨름한다”며 “지난해 재난지역으로 선포된 괴산에서 댐을 방류하면서 충주 달천이 범람해 우리 과수원도 나무 일부가 침수되는 등 특등급 사과 수량이 지난해 대비 감소했다”고 토로했다.

4년 전 귀농한 최씨는 안정적인 소득을 위해 사과를 전량 소매로 판매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과값이 오른 호재에 대해서도 “매년 사과값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가격폭이 크게 오르내리면 단골고객의 신뢰를 잃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최근 대형마트에서 한 부부가 과일선물코너에서 천정부지로 치솟은 과일값을 보고 발길을 돌렸다.

소비자, 비싼 사과 대신 수입과일로 선회
경기도 안산의 한 대형마트에서는 지난달 28일 농림축산식품부가 물가안정을 앞세워 전단행사를 홍보하는 방송을 했다.

“자, 전단행사 안내하겠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와 함께하는 물가안정 과일행사~~ 바나나 한 송이 3990원, 오렌지 5개 이상 구매 시 개당 1390원, 태국산 망고 2입 1팩 8990원에 준비했습니다. 칠레산 체리, 블루베리 교차구매가 가능하게 준비했습니다 … (중략).”

방송에서는 수입산 과일만 열거하고 있었다. 이에 호응하듯 4인 가족이 오렌지를 골라 담았다. 마트에서 목이 좋은 에스컬레이터 앞에는 명절선물세트로 구성된 과일이 진열돼 있었지만, 30~40분 동안 맞은편 수입과일코너를 향하는 발길이 이어졌다.

“비싸서 과일 어떻게 먹어.”

한 부부가 선물세트코너를 지나치며 본 가격표에 화들짝 놀라 외친 말이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는 농산물의 수급과 가격 변동을 사전에 관측한 ‘과일 2023년 12월호’에서 지난해 사과와 배 재배면적이 감소하고, 작황 부진으로 올해 출하량이 전년 대비 28% 감소했다고 밝혔다.

농경연은 ‘과일 2023년 12월호’ 관측보에서 지난해 사과·배 생산량이 줄고 가격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농경연은 ‘과일 2023년 12월호’ 관측보에서 지난해 사과·배 생산량이 줄고 가격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할당관세, 가정용 과일 소비위축
김원태 한국농촌경제연구원 농업관측센터 원예연구실장은 “사과 재배면적은 2022년보다 2023년에 줄었고 지속적으로 줄어드는 추세”라며 “지난해 사과꽃 개화시기에 냉해를 입어 과일 착과수가 적었고, 여름철 집중호우로 인한 낙과 피해, 고온이 지속되면서 탄저병 확산 등으로 사과·배 수량이 20~30% 감소했다”고 전했다.

이어 단감, 노지감귤, 복숭아 등 주요과일이 전반적으로 감소했는데, 포도(샤인머스캣)는 유일하게 생산량이 줄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정부의 수입과일 할당관세에 대해 김 실장은 “물량이 적어 국민들이 먹을 게 없는데, 명절 차례상 준비에 필요하니까 그런 말이 나오고 있는 것”이라며 “수입과일로 대체될 수 없는 제수용 과일은 정부에서 지원하는 할인쿠폰을 통해 구입해야 하고, 가정용으로 소비하는 국산 과일은 소비가 위축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농식품부는 지난달 29일 “설 명절까지 성수품 수급안정 대책을 추진하면서 국민의 체감 물가 부담 완화를 위해 사과, 배 등 10대 설 성수품을 역대 최대 규모로 공급하고, 전년보다 2배 이상 확대한 590억원을 투입해 할인을 지원하는 등 적극 노력하고 있다”고 알렸다.

이어 “주요 유통업체에서도 제수용 사과배 3개입 90만팩 할인공급, 만감류, 포도 등 혼합선물세트 공급 확대와 함께 할당관세로 도입되는 수입과일 특별할인 판매 등 설 명절 소비자물가 부담완화를 위해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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