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농촌여성에게 새로운 기회 ‘사회적경제’
사회적기업 육성에 정부는 간접지원으로 방향 전환
자립 위해 비즈니스 역량 강화 중요해져 “뭉쳐야 산다”
여성에 맞춤 일자리 제공하고 살고 싶은 농촌 만들어
윤석열 정부, 사회적기업 지원 전면 수정
우리 사회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2007년 사회적기업 육성법이 제정되며 취약계층에 대한 사회서비스 제공과 양질의 일자리 창출 실현이 본격화됐다. 윤석열 정부는 사회적경제 육성방향은 전 정부와 달리 경쟁력을 강화하고 자생력 제고라는 목표 아래 차별화를 선언했다.
올해 나온 제4차 사회적기업 기본계획(2023~2027)를 보면 직접지원 중심의 획일적 육성으로 순기능보다 많은 부작용을 발생했다고 판단했다. 인건비 중심의 재정지원으로 일자리 제공형이 사회적기업 중 66.4%(2022년 기준)를 차지했고, 정부 일자리 사업을 대신 수행하는 기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막대한 인건비를 지원했지만 6개월 이상 고용유지율이 50.0%, 1년 이상은 29.2%로 장기적인 고용창출 효과는 미미했다.
거기다 공공기관 우선구매 등 정부 의존도가 심화돼 자생력을 갖춘 기업으로 성장하는 데 한계를 노출했고, 오히려 과도한 지원이 일반 중소기업에 대한 역차별이란 지적도 꾸준했다.
사회적경제 조직 필요성 점차 커져
중앙정부의 지원이 주춤해도 사회적기업, 마을기업, 자활기업, 협동조합부터 농업분야 사회적농장까지 포함하는 사회적경제 조직은 점차 확장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사회적농업 활성화 지원사업으로 결혼이민여성과 고령자, 장애인, 청년 등을 대상으로 한 돌봄과 취업, 가사, 간병 등의 사회서비스 빈틈을 메우고 있다. 산림청은 사회적경제 조직 발굴·육성을 2012년부터 추진하며 287개를 육성했고, 2022년 매출이 2021년보다 25% 증가한 666억원을 달성했다. 지난 4월에는 충남도가 청양군에 전국 최초 농촌형으로 ‘충남사회적경제 혁신타운’ 건립 첫 삽을 떴다.
이처럼 농촌지역에서 중요성이 부각되는 건 수요에 적합한 사회서비스를 확충하고 취약계층에 안정적 일자리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지역의 고용과 복지를 확대하는 긍정적 영향력을 확산하기 때문이다.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도 한몫한다. 농가호수는 2002년 128만호에서 매년 1.1%씩 줄며 2021년 103만1천호로 추락했다. 농가인구는 359만1천명에서 2.5%씩 줄며 221만5천명으로 감소했고, 총인구 중 비율은 7.5%에서 4.3%로 쪼그라들었다. 이는 지역밀착형 사회서비스가 도시와 격차가 벌어지는 결과로 이어졌다.
문제는 외부 지원 없이 존립할 수 있느냐 여부다. 경쟁력·자생력 확보를 위한 비즈니스 역량 강화를 위해 다른 조직과 협업으로 돌파구를 찾아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안상돈 농협경제연구소 연구위원도 사회적경제 조직이 자립에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 위원은 “농협이 농촌지역에서 사회서비스를 제공하면서 농협과 민간업체와 영역이 겹쳐 갈등이 빚어지는 역효과도 있다”면서 “무의미한 경쟁이나 만성적 적자구조에 허덕이며 사업 포기를 줄이려면 결국 정부와 지자체 지원과 함께 사회적경제 조직이 연대함으로써 지역포괄케어 체계를 구축하는 게 바람직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한국사회적기업진흥원이 내놓은 사회적기업 실태조사(2022)에서도 전체 1426개 인증사회적기업 중 15.2%가 협업 또는 공동사업을 수행했다고 응답했다. 협업·공동사업을 통한 매출액은 2017년 조사결과에 비해 약 20% 증가하며 전체 매출에서 1/4가량을 차지했지만 의견조율(13.8%), 공동 분야 모색(9.2%), 시간적 제약(9.2%) 등을 어려움으로 꼽았다.
농촌여성에게 많은 기회가 있어
농촌에서 사회서비스 유형은 점차 다양화해지고 있다. 돌봄센터와 요양원, 사회적협동조합, 문화센터, 재가노인센터, 로컬푸드직매장 등으로 세분화되고 있고, 여성들의 참여가 더욱 요구되고 있다. 농외소득을 원하는 여성농업인과 후배들을 위한 멘토 결혼이민여성, 도시에서 귀농·귀촌 후 경제활동을 준비하는 경력단절여성 등에게 기회가 되고 있다.
지난 2018년 재가노인복지센터를 연 경기 안성농협은 여성조합원을 대상으로 선제적으로 사회복지사와 실버생활관리사, 요양보호사 교육과정을 마련했다. 교육을 수료한 여성들은 취업의 기회도 제공했다. 이들은 노인맞춤형 돌봄서비스를 제공하며 재가노인복지센터 또는 찾아가는 방문요양 서비스를 펼치고 있다.
김은순 안성농협 지도상무는 “농촌에서 사회서비스 제공에 여성농업인과 결혼이민여성에겐 좋은 일자리로, 취약계층 일상생활을 도우며 공적 역할을 수행한다는 자긍심도 갖게 하고, 지역사회에서도 평가가 좋다”면서 “방문요양서비스를 받는 어르신들은 ‘내 집에서 살다가 내 집에서 죽고 싶다’는 의지가 강한데, 그런 수요를 재가노인복지센터가 해결해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본인이 농촌에 살아야만 하는 이유를 사회서비스 제공에서 찾는 경우를 눈으로 확인하며 보며 이 분야는 농촌여성에게 안성맞춤이다”고 확신했다.
■전문가 인터뷰-김형미 한국협동조합학회장
부족한 사회서비스…농촌여성이 주도적 역할 기대
사회적 생태계 마련되면 삶의 질도 올라가
김형미 한국협동조합학회장은 사회적경제 분야 후진을 양성하고 있다. 경쟁 대신 합동과 공공성, 사회적 인프라를 확산하는 사회적경제의 가치가 계속 커지고 있어, 정부와 사회가 관심을 갖고 필요한 지원을 기울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사회서비스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한 농촌현실에서 농촌여성만의 장점을 발휘해 진정한 주인공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사회적경제의 역할이 점점 커지는 이유는.
대한민국은 2026년 초고령화 사회 진입을 앞두고 있다. 돌봄수요가 급증하고 국민 모두에게 보편적인 문제가 다가오며, 국가가 모두 책임질 수 없어 민간에서 그 빈틈을 메꿔야 한다. 인구감소 지역, 특히 농촌지역에서 사회적경제 육성은 매우 시급하면서 중요한 일이다.
사회복지 사각지대를 해소한다는 측면에서 공공성과 함께 이 분야의 투명성을 높이는 데 일익을 담당하고 있다. 우리보다 초고령화 사회를 먼저 접한 일본에서도 마을기업·협동조합 등이 협업해 돌봄과 방문요양, 의료복지사업이 지역 전반에 뿌리를 내렸다.
-살고 싶은 농촌을 만들려면.
사람이 줄면 악순환이 반복된다. 의료·대중교통·돌봄·교육 등 사회인프라 수요가 줄고 삶의 질이 저하된다. 자연스레 지역의 매력이 떨어지고 산업이 축소돼 다시 사람이 줄어드는 악순환의 고리가 완성된다. 사회서비스가 이같은 악순환의 고리를 끊는 역할이 가능하다.
사회적 생태계가 만들어지면 주민 삶의 질이 좋아지고 젊은 층이 유입되며 관계망이 복원될 길이 열리게 된다. 고여 있으면 어디든 썩기 마련이듯이, 사회적경제 조직이 여러 자원을 순환시키면 살고 싶은 농촌이 가능해진다.
-농촌여성과 사회적경제의 접점은.
크게 두 가지로 본다. 우선 지역농업 발전과 친환경 유통방식 로컬푸드를 들 수 있다. 지역에서 자란 농산물을 당일 진열해 소비자에게 신선한 농산물을 공급하고 유통단계를 줄여 여성농업인과 소농에게 안정적 소득을 가져다 주는 로컬푸드직매장은 여성농에게 적합한 판로다. 이미 여러 사회적협동조합이 로컬푸드직매장을 운영하며 지역경제 활성화에도 이바지하고 있다.
돌봄과 간병 등도 마찬가지다. 요양원 등 돌봄시설에 이미 많은 여성이 진입해 있고, 앞으로도 그 수요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필요한 자격증 교육과정과 기관도 어느 정도 충분한 상황이다. 다양한 사회적경제 조직이 연대함으로써 자립의 기반을 마련하고, 필요한 인력은 여성이 주도적으로 맡는 게 바람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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