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촌사회서 주도적·효과적
방식으로 새로운 활동 펼쳐
‘할매들의 반란’ 백석올미
고령층 여성농업인 ‘자부심’
수익 창출→생활·노후 안정
■주간Focus- 농촌여성에게 새로운 기회 ‘사회적경제’
사회적경제 정책 기반의 확충과 관련 실천의 확산은 농촌여성에게 새로운 기회이자 도전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크다. 여성이 그동안 노동으로 수행해 온 가치들이 정당하게 인정받는 기회가 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여성이 농촌지역에서 더 주도적이고 효과적인 방식으로 새로운 활동을 펼칠 여건이 조성될 수 있다.
농촌여성신문은 사회적경제 정책의 변화를 짚어보고, 사회적 가치를 일구고 사회적경제를 실천해 온 여성농업인들의 발자취를 조명해본다.
농산물 생산·가공·판매…수익 재분배
충남 당진 백석올미영농조합법인은 ‘할매들의 반란’이라는 슬로건으로 순성면 백석리 여성농업인들이 생산한 농산물로 가공식품을 만들어 판매한다. 이곳은 행정안전부 지정 마을기업이자 고용노동부 인증 사회적기업이다.
왕매실나무가 많은 지역 특성을 활용해 매실한과와 전통장 등을 생산한다. 고령층의 여성농업인들이 조합원인 만큼 발생한 수익금은 다시 조합원인 여성농업인들에게 돌아간다. 여성농업인의 농산물 생산→가공→판매→수익 재분배라는 선순환 구조를 이룬다.
현재 82명의 조합원 중 18명이 근무하고 있다. 조합원 평균 연령은 70세, 70%가량이 여성이다. 또한 직원 18명 중 16명이 여성이다.
이곳은 충남교육청으로부터 인증받은 농촌학습체험장과 5950㎡(1800평)의 주말농장도 운영한다. 봄에는 쑥개떡을 만들거나, 여름에는 매실 따기, 가을에는 매실고추장과 송편 빚기, 겨울에는 김장담그기 등 계절에 맞는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가동한다.
2011년 마을기업 백석올미영농조합법인으로 시작해 예비사회적기업을 거쳐 지난 2015년 사회적기업으로 인정받았다. 백석올미마을은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전국에서 벤치마킹하기 위해 찾아오는 이들에게 전하고 있다.
여성 사회적경제 참여도 아무도 몰라
박민형 백석올미영농조합법인 부대표는 “지난 10여년간 이런저런 어려움에 직면할 때마나 누구 하나 독단적으로 행동하지 않고 대화하면서 문제를 해결해 왔다”면서 “조합원들은 모든 과정에 책임감을 갖고 논의한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조합원들 대부분 고령층의 여성농업인들이다 보니 이전에는 생활이나 노후 등에 대해 고민이 많았다”면서 “조합원들은 나이가 들어도 마을에서 일을 할 수 있고, 수익을 가져간다는 데 대해 만족감이 크고, 조합원으로서 자부심도 강하다”고 말했다.
이같이 농촌여성의 사회경제적 활동은 경제적 수반일 뿐 아니라 여성이 농촌지역 사회의 주체가 되는 데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평가된다.
전문가들은 사회적경제 참여를 통해 여성농업인이 권한 부여의 계기를 얻게 되고, 자기 삶을 다시 인식하고, 성찰적 대안을 구상하면서 양성평등한 공동체를 실현해 가는 실천으로 커나갈 가능성에 주목한다.
여성들의 사회·경제적 활동은 문화, 복지, 교육, 지역공동체 활성화, 가공·유통, 농촌관광 분야 등에 집중돼 있다. 이 일들은 농업 생산의 외연을 확장하고 농촌지역 주민의 필요를 충족해 지역사회를 유지하고 주민들의 삶의 질을 개선하는 데 도움이 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적경제 조직에서 여성이 어떤 식으로 얼마나 참여하고 있는지는 알 수 없다. 농림축산식품부 지정 사회적농장의 경우 현재 92곳 중 38곳의 대표가 여성인 것으로 파악된다. 사회적농장 지정 관련, 여성이 조직 대표이거나 조직구성원 중 70% 이상이 여성일 경우 가점이 부여된다.
하지만 가점 관련 통계를 자료화 하지 않는 데다 지정 뒤 대표가 변경되는 탓에 여성 참여도를 정확히 알 수 없다는 게 사회적농업 담당자의 말이다.
농촌여성의 지역사회 참여 관련, 참여 부족 문제가 아니라 여성 참여를 공식적으로 파악하고 인정하는 체계가 없다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는 까닭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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