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값 오르면 농지 구하기 어려워져
“전염병 도는데 서울서 소 키우겠나”
농·어촌 특별전형 혜택 사라지고
농정조직·예산 축소 가능성 높아

지난 4일 김포농협에서 열린 김포 한강2 신도시 연합주민대책위원회 설명회 참석자 대부분은 아파트값 상승 기대감에 서울편입을 적극 환영했다.
지난 4일 김포농협에서 열린 김포 한강2 신도시 연합주민대책위원회 설명회 참석자 대부분은 아파트값 상승 기대감에 서울편입을 적극 환영했다.

집값 상승·대중교통 개선 기대심리
김포의 서울시 편입론이 점입가경이다. 인접한 남양주, 하남, 구리, 고양, 부천, 광명, 과천 등도 이번 기회에 서울 자치구로 들어가자는 여론이 들끓고 있다.

집값 상승을 바라는 아파트 주민과 서울로 출·퇴근하는 주민들은 지하철 연장이나 광역버스 증차로 대중교통 여건이 크게 개선될 거라는 기대감으로 대체로 반기는 분위기다.

지난 4일 김포농협에서 열린 ‘김포 한강2 신도시 연합주민대책위원회 주민설명회’ 역시 마찬가지였다.

여당에서 당론으로 채택한 이후 민심을 가늠할 수 있는 장이라 여러 방송사에서 촬영을 나올 정도로 열기가 뜨거웠던 설명회 참석자 대부분은 서울 편입을 적극 환영했다. ‘서울’ 두 글자 덕분에 붙을 아파트값 프리미엄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이다.

반면 농업인들은 서울에 편입될 경우 농업이 위축될 거라는 불안감을 갖고 있다. 설명회에 참석한 한모(65)씨는 농지 400㎡가량이 김포 한강2 신도시에 수용되는데, 서울 편입이 달갑지 않다고 전했다. 영농손실보상금 지급이 오히려 지지부진해질 수 있어서다.

한씨는 “LH가 신도시를 짓는다고 농지를 수용해 놓고 준다는 보상금이 지금도 성에 안 찬다. 보상을 받아도 서울이랍시고 땅값만 올라가 김포에서 농사지을 땅만 구하기 어려워져 농사꾼한테는 손해나는 일”이라고 성토했다. 이어 “아파트 사는 사람이나 서울에 들어가면 좋아하지, 나한테는 딴 나라 얘기”라고 선을 그었다.

영농손실보상금은 토지수용으로 농사를 짓지 못한 것에 대한 단위경작면적당 농작물 총수입의 직전 3년간 평균액에 2년분을 곱해 산정한 금액이다. 재배작물과 무관하게 동일한 단가 보상 등 현실과 동떨어진 보상 때문에 농지를 수용당하는 농업인들의 불만이 많았다. 서울 편입론으로 땅값이 오르면 농지 구하기만 어려워져 농업인들에게는 오히려 손해가 될 수 있다.

소 키우는 축산인도 걱정이 태산
대곶면에서 젖소 300두를 키우고 있는 김모(61)씨는 요즘 악몽 같은 시기를 보내고 있다. 구제역도 모자라 생전 처음 듣는 럼피스킨이 김포에서 발생했기 때문이다. 김포는 지난달 21일 젖소 55두가 발병이 처음 확인됐고, 22일 한우 109두, 24일 한우 413두 등 지난 8일 기준으로 총 4건 발생했다. 며칠 전 백신접종을 마쳤다는 그는 이번 서울 편입론에 황당하다는 반응이다.

김씨는 “아무래도 김포가 공항이랑 가까워서 그런지 외국에서 들어오는 전염병을 못 피해가는 것 같다”면서 소 키우는 사람들은 계속 해야 되나 매일 고민한다. 남편과 나도 그렇다”고 토로했다.

그는 “서울에서 소 키운다는 얘길 들어본 적이 없다. 전염병이 돌고 있고 또 언제 터질지 모르는데 소를 키울 수 있겠나. 김포가 서울로 들어가면 축사는 가까운 강화로 옮겨야 할 것 같다”고 한탄했다.

김씨는 서울과 가까운 아파트에 사는 사람이나 지하철역 근처 주민만 환영할 뿐, 농사짓고 소 키우는 사람 중에 찬성은 없을 거라도 장담했다.

 

김포를 서울로 편입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정치권은 물론, 지역주민 간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농업인들은 서울로 편입될 경우 농업기반 등이 위축되고, 농촌에 주어지는 각종 특혜도 사라질까 우려하고 있다.
김포를 서울로 편입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정치권은 물론, 지역주민 간 찬반 논란이 커지고 있다. 특히 농업인들은 서울로 편입될 경우 농업기반 등이 위축되고, 농촌에 주어지는 각종 특혜도 사라질까 우려하고 있다.

농정조직·예산도 줄어들 수밖에
행정구역 통합은 농정조직과 예산에도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다. 서울 농가인구는 1만4천여명에 경지면적은 940㏊정도다. 김포 농가인구는 서울과 엇비슷한 1만4천여명이지만 경지면적은 7배가 넘는 6547㏊에 이른다.

경기도에서도 축산업 비중이 높은 김포는 한·육우는 1만두가 넘고 젖소도 4천두에 육박한다. 다른 행정조직과 달리 농정조직 인력과 예산, 농축산업 규모가 서울보다 훨씬 크고 많다.

농업기술센터만 봐도 서울과 김포의 편입은 무리수가 따른다. 서울시농업기술센터는 2개과에 40명 정도다. 김포시농업기술센터는 4개과 16팀으로 100여명이 근무하고 있다. 올해 김포시 본예산 1조4064억원에서 농축산 분야는 589억원으로 4.2%를 차지한다. 반면 올해 서울시 도시농업 예산은 869억원 규모로, 전체예산 47조1905억원에서 비중으로 따지면 고작 0.002% 수준이다. 예산비중은 둘째치고 도시농업 위주의 서울과 식량작물 생산중심의 김포는 접점도 낮은 편이다. 남서쪽 가장자리인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서울특별시농업기술센터와 김포 북서쪽 월곶면에 위치한 김포시농업기술센터를 합치게 되면 청사를 어디에 둘지도 문제다.

김포시농업기술센터 소장을 지낸 전직공무원 A씨는 “2016년부터 논의된 농업기술센터 신축 이전이 힘을 받아야 하는데 이번 서울 편입으로 또 흐지부지될까 걱정”이라며 “서울 자치구가 되면 농·축산업의 위축이 불 보듯 뻔하고 예산도 뒷전으로 밀려날 가능성이 크다. 농업직 공무원들이 대놓고 얘기는 못 해도 속으로는 부글부글할 것”이라고 전했다.

농·어촌 특별전형 혜택도 사라져
대학 수험생 자녀를 둔 농업인들에게도 서울 편입론은 날벼락이다. 농·어촌 특별전형이 사라질 수 있어서다.

열악한 환경에서 교육받는 농·어촌 학생을 배려하기 전체 정원 4% 이내에서 정원 외로 선발하는 농·어촌 특별전형은 읍·면 소재 초등학교 입학부터 중학교, 고등학교 졸업까지 12년간 재학하거나 학생과 부모가 모두 읍·면 소재 중학교 입학부터 고등학교 졸업까지 6년간 거주나 재학하면 지원할 수 있다.

박상혁 국회의원(경기 김포을)이 내놓은 ‘김포시 관내 농·어촌 특별전형 현황’ 자료에 의하면 지난해 김포 농·어촌전형 합격생은 228명이었다. 5개 관내 고등학교에서 10명부터 많게는 75명까지 대학에 입학했다.

하지만 서울 자치구가 되면 읍·면을 둘 수 없게 돼 농·어촌 특별전형 지역에서 빠지게 된다. 김포는 현재 통진읍·고촌읍·양촌읍·대곶면·월곶면·하성면 등 6개 읍·면이 대상지역이다.

지난 7일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이주호 교육부 장관은 김포시가 서울에 편입되면 농·어촌 특별전형은 어떻게 되냐는 질의에 “제외될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발언했다.

같은 날 오후석 경기도 행정2부지사도 기자간담회를 열어 “서울 김포구가 되면 농·어촌 특별전형은 없어지게 된다”고 말했다.

서울 편입이 거론되는 남양주시도 진접읍·오남읍·화도읍·와부읍·진건읍·퇴계원읍·수동면·조안면·별내면 등 6개 읍·면도 자치구가 될 경우 농·어촌 특별전형 혜택을 볼 수 없다.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으로 서울 수도권 대학에서 정시와 수시를 포함한 농·어촌 특별전형 선발 규모는 2929명에 달한다.

올해보다 수도권 대학들이 200명 이상 모집 규모를 늘려 대입 자녀를 둔 농업인의 경우 이번 서울 편입에 신중을 기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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