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람과 사람 - 김경희 이천시장-양순 한국생활개선이천시연합회장

2012년 본지는 경기도 내 31개 시·군에 부임한 부단체장 중 유일한 여성으로 당시 김경희 부시장을 인터뷰했다. 그가 지난해 3번의 도전 끝에 이천시장으로 화려하게 컴백했다. 고향 이천의 발전을 위한 열혈행보에 하루 24시간이 부족하다는 김경희 시장의 얘길 듣기 위해 11년 만에 그를 다시 만났다.

이번에는 양순 한국생활개선이천시연합회장이 함께했다. 양순 회장은 김경희 시장에게 시민으로서 그리고 여성농업인단체 대표로서 시정에 가감 없이 묻고 답을 들었다.

(왼쪽부터)양순 한국생활개선이천시연합회, 김경희 이천시장
(왼쪽부터)양순 한국생활개선이천시연합회, 김경희 이천시장

김경희 시장 “더 나은 이천 위해 열과 성 다하겠다”
양순 회장 “여성농업인으로서 여성시장 있어 자긍심”

양순= 지난달 22일을 끝으로 이천쌀문화축제가 성황리에 마무리됐다. 시장님과 공무원들의 노고가 많았다.

김경희= 2023년 경기도 대표 우수축제로 선정된 이천쌀문화축제는 올해로 22회를 맞았다. 이천쌀의 명성을 기반으로 쌀문화와 전통농경문화를 조명하고자 시작돼 농업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해왔다. 지난달 18~22일 열린 축제에 16만명 넘는 관람객이 찾았는데 지난해보다 20% 넘게 늘었다. 농특산물 판매도 12억원을 넘어 전년보다 34% 증가했다.

이천쌀의 진가를 맛볼 수 있었던 2천명 2천원 가마솥밥 짓기와 무지개가래떡 만들기 등의 볼거리와 14개 읍면동이 모두 참여한 먹거리 마당의 인기가 높았다. 특히 생활개선회에서 관람객들이 가장 많이 찾는 가마솥밥을 책임져줘 고맙다는 말을 꼭 전하고 싶다.

양순= 2천명에게 2천원에 제공하는 가마솥밥은 10년 넘게 그 가격이다(웃음). 그 사이 물가도 몇 배나 올랐는데, 가마솥밥을 기다리는 분들 때문에 가격을 못 올린다. 아마 몇 년이 지나도 2천원에 계속 대접해야 할 것 같다. 성공적으로 축제가 마무리돼 참 다행이지만 우여곡절도 많았던 걸로 알고 있다.

김경희= 장소를 변경하는 과정에서 이견이 있었다. 2021년까지 설봉공원에서 개최하던 것을 농업테마공원으로 변경해 개최했다. 지난해보다 부족한 주차공간을 크게 늘렸고, 불편한 관람환경을 개선하기 위해 데크를 깔고 노약자 등의 이동을 돕는 미니기차도 대폭 늘렸다. 접근성이나 인지도를 생각하면 설봉공원에서 진행하는 것이 맞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 농업테마공원으로 장소를 변경하는 게 옳다고 봤다. 축제 이후 임금님표 이천쌀 판매가 늘고, 브랜드 인지도도 상승했다. 이천쌀문화축제가 기폭제가 됐다고 생각한다.

양순= 축제 덕분에 농업테마공원 주변에 활력이 넘친다. 주말이면 방값이 10만~11만원을 호가한다. 다 축제 덕분인 것 같다.

김경희= 농업테마공원이 있는 모가면, 그리고 설성면과 장호원읍, 율면 등 남부지역이 상대적으로 발달이 더뎠다. 취임 이후 남부지역 개발에 우선순위를 두고자 장호원읍사무소에 남부시장실을 열어 매주 화요일마다 지역주민과 직접 대화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 농촌협약을 통해 장호원읍 농촌중심지 활성화사업과 설성면·율면 기초생활거점조성사업을 통해 복지관·문화센터·공원 등 생활SOC가 순차적으로 늘면서 각종 생활서비스가 나아졌다. 장호원 엘리야 병원에서 남부권역 야간진료사업이 4월부터 전격 시행됐다. 모든 지역이 차별 없이 생활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발전해야만 진정한 이천의 발전이라 할 수 있다. 어디서나 살기 좋은 이천을 만드는 데 앞으로도 매진할 생각이다.

김경희 이천시장과 양순 회장 대담에는 김영애 한국생활개선경기도연합회장(오른쪽)도 동석했다. 김 회장 역시 이천에서 나고 자라 고향 발전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김경희 이천시장과 양순 회장 대담에는 김영애 한국생활개선경기도연합회장(오른쪽)도 동석했다. 김 회장 역시 이천에서 나고 자라 고향 발전에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남부시장실 열고 모가·설성·장호원·율면 등 발전 꾀해
24시간 운영 민원소통기동팀 통해 시민 만족도 높여

양순= 농사짓는 입장에서 사람 구하기가 점점 어려워진다. 그래서 외국인들이 중요한데 이천시에서는 어떤 사업을 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김경희= 어려움을 잘 알고 있다. 외국인 계절근로자가 많이 필요할 때가 파종기와 수확기다. 해외 지자체와 업무협약을 맺고, 결혼이민자들의 가족을 초청하는 두 가지 방법으로 외국인 계절근로자를 유치하고 있다. 지난해 몽골에 이어 올해 베트남과 캄보디아와 업무협약을 체결했고, 21농가에 77명이 배치됐다. 내년도 수요조사를 이미 마쳤고, 그 결과를 법무부에 요청해 인원이 확정되면 내년 3~4월쯤 신청농가에 근로자가 배치돼 일손부족을 어느 정도 덜 수 있게 될 것이다.

양순= 시장이 된 지 1년이 조금 넘었다. 가장 먼저 시도한 정책이 무엇이었는지 알고 싶다.

김경희= 민원을 신속하고 능동적으로 처리하자는 것이었다. 시민들의 민원에 대한 불만족도가 매우 높았다. ‘민원처리가 너무 늦다’ ‘담당공무원이 뻣뻣하다’ 등의 불만이 많다는 점을 확인하고, 민원소통기동팀을 새로 조직했다. 팀원은 단 4명이지만 24시간 돌아가는 체제를 갖췄다. 시장실 바로 앞에 사무실을 두고 민원을 최우선으로 처리한다.

심지어 내가 새벽 2시에 팀장에게 전화를 걸어 민원문제를 물은 적도 있다. 그렇다고 강제로 차출했다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자발적으로 지원한 21명 중 뽑힌 사람들이다. 이들이 처리한 일반민원만 2천건이나 된다. 그동안 지지부진한 민원도 690건 정도 처리했다. 적극행정으로 숙원사업은 거의 다 해결한 셈이다.

양순= 여성농업인으로서 여성시장님이 있다는 것에 자긍심을 느낀다. 이천시 최초 여성시장이기도 하다. 시정을 책임지는 최고책임자에 오르기까지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김경희= 내무부에서 22년 정도 일했고 지방공무원으로도 20년 가까이 일했다. 워낙 여성이 적었던 환경이라 ‘여성 최초’라는 타이틀을 달고 살았다. 내무부에 있을 땐 주민제도과장, 인사과장, 감사과장을 맡았다. 감사과장 때는 능력을 인정받아 장관님이 ‘앞으로 감사과장은 여성에게 맡겨야겠다’는 말씀을 할 정도였다.

없던 길을 개척하는 거라 말로 다 할 수 없는 에피소드가 많다. 고분고분한 성격도 못 된다. 눈 밖에 나는 일도 많았고 덩달아 일도 많이 떠안았다. 덕분에 수도업무라든지 여성에게 맡기지 않는 일도 하게 됐다. 돌이켜보면 여러 업무를 두루 맡으면서 시장일을 미리 경험할 수 있어 소중한 자산이 됐다.

양순= 생활개선회원도 시민의 일원으로서, 농업인으로서 역량을 쌓고 힘쓰겠다. 무엇보다 조금은 불편하더라도 반드시 실천해야 하는 탄소중립, 장애인과 홀로 지내는 어르신 등 취약계층을 위한 봉사에도 최선을 다하겠다.

김경희= 생활개선회가 다양한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다는 점을 잘 알고 있다. 궂은일에 두 팔 걷어붙이고 참여해줘 진심으로 고맙게 생각한다. 여성농업인 대표단체인 생활개선회가 앞장서 농촌에 활력을 불어넣고 농업의 새로운 발전에 핵심으로 거듭나길 부탁한다.

고향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기에 더 나은 모습으로 바꿔야겠다는 책임감을 갖고 있다. 임기 동안 누구나 살고 싶고 어디서나 살기 좋은 이천으로 탈바꿈시키는 게 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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