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고학력화·고임금이 출산 결정에 영향
출산·양육·가사노동으로 여성 시간비용 증가

발표가 나올 때마다 기록이 경신된다. 우리나라의 출생아 수 얘기다. 통계청이 지난 25일 발표한 ‘8월 인구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출생아 수는 1만8984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798명 줄었다. 33개월 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해 1만명대를 기록한 것인데, 8월 기준으로 출생아 수가 2만명을 밑돈 것은 1981년 이 통계가 작성된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인구 1천명당 출생아 수를 뜻하는 조출생률도 지난해보다 0.6명 줄어든 4.4명을 기록했다. 이 역시 8월 기준으로는 가장 낮은 수치다. 8월 사망자 수는 3만540명으로 지난해보다 1.7% 증가했다. 통계에서 보듯이 사망자 수가 출생아 수를 넘어서면서 8월 인구는 1만1556명 자연감소했다. 인구 자연감소는 2019년 11월부터 46개월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다. OECD 회원국 평균인 1.59명을 밑도는 압도적인 꼴찌다. 출산율 하락은 세계적인 추세이지만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 단기에 급격히 크게 하락하고 있다. 경제적 이유와 개인적 삶을 중시하는 풍조로 결혼과 출산을 하지 않는 젊은이들이 나날이 늘어나고 있다. 정부가 15년 동안 380조원이란 천문학적 예산을 투자했지만 출산율은 매년 곤두박질치고 있다. 백약이 무효인 상황이다. 

저출생의 근본 원인이 무엇인지에 대한 논란과 이견이 있지만 사회·경제·문화적 요소와 개인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최근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저출생·인구절벽에 대응하기 위한 포럼을 개최하고 저출생의 원인과 대책을 논의하는 자리를 가졌다. 이날 한국의 출산율 하락에 관한 사례를 발표한 최강식 연세대 교수는 경제학적 측면에 초점을 맞춰 한국의 저출생 원인과 대책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최 교수 발표에 의하면, 가정용 전자기기의 발달로 가계 생산활동 시간이 단축되고 영유아 양육도 크게 용이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자녀 출산과 양육은 여전히 시간이 많이 투입되는 시간 집약적 활동이라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빠른 고학력화가 이뤄졌고, 여성의 급격한 고학력화 현상은 여성 경제활동 증가와 임금 상승에도 큰 영향을 줘 자녀 출산에 대한 수요를 감소시키는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이러한 변화를 염두에 둔다면 저출생 대책에서 현금 지원이 큰 효과를 거두지 못한 것은 너무 당연하고, 저출생 정책 설계 시 직접적인 현금 지원보다는 여성의 시간 비용을 줄여줄 수 있는 정책이 더 효과적일 것이라고 제언했다.

우리나라는 과거에 비해 양성평등이 상당히 진전됐다고는 하나, 가사노동에 있어서는 여전히 여성이 남성보다 부담이 큰 게 현실이다. 실제, 청년들을 대상으로 ‘이상적인 부부상’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서도 성별에 따른 역할분리형 부부가 아닌 함께 일하고 함께 기르는 협력적 부부상에 대한 지지가 높았다고 한다. 하지만 ‘남성의 독박 경제활동’, 여성의 ‘독박육아와 비대칭 가사분담’이 결혼과 출산 자체를 가로막고 있다. 백약이 무효라면 이젠 극약 처방을 해야 한다. 과학의 발달로 로봇과 인공지능이 사람이 하는 일을 대신한다고 하지만 그것이 인류의 지속가능성을 책임지지는 않는다. 지방소멸, 도시소멸에 이어 국가소멸의 위기로  치닫기 전에 특단의 인구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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