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 “제대로 역할 못한 농진청이 위기 자초”
야 “대통령 말 한마디에 농업이 엉뚱하게 피해”

국회 농림축식품해양수산위원회 18일 국정감사에서는 연구개발 예산의 무리한 삭감과 전 정부 사업의 없애기 등이 도마에 올랐다.
국회 농림축식품해양수산위원회 18일 국정감사에서는 연구개발 예산의 무리한 삭감과 전 정부 사업의 없애기 등이 도마에 올랐다.

■2023 국정감사 - 농촌진흥청·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축산물품질평가원·한국농업기술진흥원·한식진흥원·축산환경관리원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가 18일 농촌진흥청·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축산물품질평가원·한국농업기술진흥원·한식진흥원·축산환경관리원 등을 대상으로 한 국정감사에서는 연구개발 예산의 삭감을 두고 여야 설전이 오갔다.

여당은 농진청이 부실한 성과와 부적절한 사용이 누적된 결과라고 진단하며, 야당이 제기한 농업홀대론을 일축했다. 야당은 연구개발을 둘러싼 이권 카르텔을 깨겠다는 윤석열 대통령의 말 한마디에 농업분야가 엉뚱하게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농업의 미래를 위해 필요한 여러 사업이 좌초될 위기에 처해있다며 예산을 회복할 수 있도록 농진청에 노력을 요구했다.

여당 “농진청 스스로 돌아봐야”
정희용 국민의힘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 국가부채가 1000조원을 넘어 건전재정 기조 아래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반박하며 농진청은 예산이 왜 줄었는지 면밀하게 살펴봐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 의원은 “이번 삭감은 부적절하게 쓰인 걸 줄인 것”이라면서 “연구개발 예산은 꾸준히 늘었지만 품종개발, 논문게재, 기술료 수입은 모두 줄었다. 사업비 유용이나 횡령은 2018~2022년에 16건이나 될 정도로 부실하게 관리됐다”고 지적했다.

같은당 최춘식 의원도 “5년간 연구개발 부정행위가 35건에 예산은 11억9100만원이나 된다”며 “묻지마 지원이 잇따르면서 눈먼 돈, 쌈짓돈이란 말을 듣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덕흠 의원 역시 “연구개발 예산은 2013년 4826억원에서 지난해 6251억원으로 많이 늘었지만 특허출원은 444건에서 399건으로 오히려 줄었다”면서 “특허 승인율도 지난해 1.5%에 불과했는데 쉬운 연구개발에만 집중한 걸로 보인다”고 분석하며 농진청이 삭감의 빌미를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달곤 국민의힘 의원은 “농진청과 한국농업기술진흥원, 농림식품기술기획평가원 등 3개 기관이 연구개발에 나서고 있는 점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연구개발 기관들의 중첩문제를 해결하지 않는 한 연구개발비 삭감은 필연적이라고 봤다.

조 청장은 “국감 때 나온 지적사항을 심각하게 받아들여 연구개발 사업을 다시 점검하고 더불어 성과를 늘려 현장과 농업인에 도움이 되는 성과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야당, 부자감세로 농업이 희생양
반면 윤준병 민주당 의원은 대통령이 부자감세를 하느라 세수가 60조원 부족해지자 긴급처방을 내렸다고 주장했다. 윤 의원은 “효율성이 낮은 사업예산은 당연히 삭감해야 한다. 문제는 우수한 성과를 낸 사업의 예산을 무리하게 깎은 것”이라고 성토했다.

그 예로 올해보다 79.4%가 삭감된 지역농업기반 및 전략작목 육성사업을 들었다. 그는 “농진청장이 예산을 복원하거나 국회 심의단계에서 반영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가져야지 효과가 떨어진다며 여당에 동조하는 발언은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고 꼬집는 한편, 필요한 예산확보에 절실한 노력을 기울이라고 주문했다.

신정훈 민주당 의원은 2027년까지 청년농업인 3만명을 육성하겠다면서 관련예산을 삭감한 건 문제가 심각하다고 질타했다. 신 의원은 “청년농업인 경쟁력 제고 30억6000만원, 농업인학습단체 교육운영지원 19억4700만원, 청년농업인 경영진단분석컨설팅 4억5000만원, 청년농업인협업모델시범구축 13억원 등이 모두 삭감돼 청년농의 이탈이 걱정된다”면서 “모두 좋은 평가를 받았지만 마구잡이 예산삭감 기조로 청년농 사업이 희생양이 됐다”고 아쉬워했다. 

조재호 청장은 “농진청과 농식품부 (청년농업인 대상)사업명이 중복돼 보였던 것 같다”며 “청년농업인 정착에 기여하기 위한 사업을 재편하고 중복우려가 없애 효율에도 힘쓰겠다”고 말했다.

치유인증제·농림위성 사업도 차질 빚어져
농작업 위험 낮춰줄 담당인력도 크게 부족
무리한 전 정부 사업 지우기도 비판

 

야당 의원들은 조재호 농촌진흥청 청장이 연구개발 예산에 대한 회복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야당 의원들은 조재호 농촌진흥청 청장이 연구개발 예산에 대한 회복의지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치유농업인증제·농림위성도 좌초 위기
이원택 민주당 의원은 내년 시행을 앞둔 ‘우수 치유농업시설 인증제 운영사업’ 예산 5억원이 모두 깎여 업계의 반발이 클 것이라 예상했다. 이 의원은 “치유농업은 국민 삶의 활력을 되찾아주고 농업소득 증대와도 깊은 연관이 있다”면서 “공동연구사업 예산이 41.6% 삭감돼 치유농업의 객관적 효과검증도 어려워졌다”고 진단했다.

조 청장은 “치유농업법이 시행된 지 4년 정도 됐는데 성과가 조금씩 나오고 있다”며 “예산은 깎였지만 보건복지부와 유관기관과 공감대를 만드는 작업을 계속하면서 돌파구를 찾고 있다”고 설명했다.

위성곤 민주당 의원은 1161억원 예산을 들여 2025년 발사예정인 농림위성의 자료를 분석하기 위한 예산이 삭감된 점을 지적했다. 위 의원은 “위성을 쏴도 영상자료를 분석할 장비와 기술이 없으면 무용지물이 될 것”이라며 “발사계획에 맞춰 위성자료를 분석할 장비와 체계를 개발하는 것은 당연한 상식”이라고 주장했다.

언급된 사업은 농림목적으로 가공하기 위한 장비와 시스템을 개발하는 ‘농업위성정보활용센터 구축사업’으로 83억원을 요구했지만 54억원만 반영돼 관련사업의 차질이 빚어지게 됐다.

안전관리 부실도 반복
각 기관의 부실한 안전관리 능력도 도마에 올랐다. 최춘식 의원은 “가축방역사 설문조사 결과, 95%가 업무 중 부상을 당했고 그중 절반은 치료비용을 본인이 부담했다”면서 “심지어 산재청구를 하지 말라는 말도 들었다고 한다. ‘동료들 눈치가 보여서’ ‘청구하는 방법을 몰라서’는 응답도 나왔는데 확실한 개선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성환 가축위생방역지원본부장은 “개인보험을 활용하는 게 더 좋아 스스로 선택하는 경우가 있다”며 “2019년 산재신청을 간소화하고 안전보건 강화를 위해 자체적으로 규정도 정비했다”고 해명했다.

서삼석 민주당 의원은 “5년간 농작업 중 이틀에 한 명꼴로 사망했다는 통계가 있다”며 “재해위험이 높지만 농진청의 농작업 안전관리 인력은 퇴직공무원 5명에 불과하다”고 질타했다. 고용노동부의 담당인력이 832명인 것에 비교해 최소 63명이 충원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예산이 부족하다는 얘기만 하는데 고용노동부와 협의 한 번 하지 않은 걸로 봐선 의지도 없어 보인다”고 지적했다.

조재호 청장은 “농작업안전보건기사 자격을 취득한 600명을 활용해 안전관리 사업을 신규로 만들어 보겠다”고 설명했다.

우유바우처 효과 의문·전 정부사업 없애기 지적도
김승남 민주당 의원은 우유바우처 사업이 우유 무상급식보다 오히려 원유 소비량을 줄어들게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김 의원은 “1인당 지원금이 450원으로 현실과 동떨어져 이용자의 불편함이 커 무상급식이 우유바우처로 전환하면 매년 123억원의 불용액이 더 발생할 것”이라고 내다보며 낙농업계에도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춘진 사장은 우유바우처가 일장일단이 있을 거라고 봤다. 김 사장은 “학교가 쉬거나 외부에서 우유를 마실 수 있는 장점이 있지만 지원단가가 (20㎖) 480원인데 시중가격은 1천원이다. 단가를 올릴 수 있도록 지원하면 좋을 것”이라고 해법을 모색했다.

윤미향 무소속 의원은 전 정부에서 인기가 높았던 임산부 친환경 농산물 지원과 초등학생 과일간식 지원사업이 갑자기 없어진 점을 지적했다.

윤 의원은 “두 사업은 현장에서 만족도가 높았고, 과일간식 지원사업은 없어져 학부모들의 원성이 많았는데 전 정부사업에 대한 무리한 지우기였다”면서 “취약계층을 위한 농식품 바우처 사용처가 하나로마트, 로컬푸드직매장, 농협몰로 한정돼 농협전용 바우처로 전락했다”고 비판했다. 소상공인과 소비자를 위해 전통시장과 온라인몰로 가맹점을 많이 늘려야 한다고 해법을 제시했다.

김춘진 사장은 “국비가 종료된 두 사업은 2025년 농식품 바우처 사업으로 통합 확대될 계획으로 현재 예타면제 심사 중”이라며 “바우처를 쓸 수 있는 가맹점을 늘리는 데 힘쓰겠다”고 답변했다.

 

농촌진흥청은 선택과 집중을 이유로 지역특화작목 육성사업에 국비지원을 크게 줄였다.
농촌진흥청은 선택과 집중을 이유로 지역특화작목 육성사업에 국비지원을 크게 줄였다.

■국감 돋보기-된서리 맞은 지역특화작목

‘지역농업기반 및 전략작목육성’ 144억원 깎여

9개 대표작목에만 국비지원 집중될 듯
지방비에만 의존해선 지역농업 위축 불가피

2024년 농촌진흥청 연구개발 예산은 올해보다 약 25% 줄어든 1875억원이 삭감됐다. 그중 ‘지역농업기반 및 전략작목육성’ 사업은 올해 182억원에서 79.4% 삭감돼 37억5800만원만 반영됐다. 지역농업 연구개발을 체계적으로 지원하고자 2019년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에 관한 법률’에 근거한 이 사업은 농진청이 시행하는 유일한 지역농업 연구개발사업이다.

앞서 농진청은 선택과 집중을 이유로 69개 지역특화작목(집중육성작목 36개·지역전략육성작목 33개)을 대표작목(9개), 집중육성작목(18개), 자체육성작목(42개)으로 세분화했다. 국비지원은 ▲경기도(선인장·다육식물) ▲강원(옥수수) ▲충북(포도·와인) ▲충남(딸기) ▲전북(수박) ▲전남(유자) ▲경북(참외) ▲경남(단감) ▲제주(키위) 등 9개 대표작목에 집중하고, 자체육성작목은 시장과 생산환경·연구기반이 미흡하다는 이유로 국비지원을 사실상 중단하기로 했다.

2021년 9개 도농업기술원과 함께 1차 지역특화작목 연구개발 및 육성 5개년 종합계획을 세운 지 3년밖에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이번 연구개발 사업의 국비지원이 줄어든 건 이율배반적인 정책이란 비판이 나온 것.

지자체 연구예산 중 농업분야 비중은 2% 이하인 데다 대부분 농진청의 예산지원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에서 이번 연구개발 예산의 대폭 삭감으로 지역농업에 큰 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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