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곳에 가면 - 국민의 삶 속으로 다가가는 ‘국립농업박물관’

국립농업박물관은 농업과 농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는 물론, 살아 있는 교육과 체험도 이뤄지고 있다.
국립농업박물관은 농업과 농촌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한눈에 볼 수 있는 전시는 물론, 살아 있는 교육과 체험도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근본이자 문화 밑바탕인 농업·농촌 유산 선보여
농업 장려한 정조대왕 숨결 깃든 곳
현재·미래도 조명
연간 관람객 100만명 목표로 젊은 세대와 동행 주력

농업과 농촌의 가치를 제대로
1799년 천년만년 만석(萬石) 생산을 축원하기 위해 정조대왕이 축조한 축만제가 위치한 수원시 권선구 서둔동 일원은 대대로 농업유산의 본산이자 근대농업의 기틀을 다진 우장춘 선생이 잠들어 있는 곳이기도 하다. 1906년 설치된 권업모범장과 1962년 건립된 농촌진흥청을 비롯한 다수의 주요 농업기관이 지방으로 이전하며 위축됐던 지난날을 뒤로 하고 지난해 12월 개관한 국립농업박물관(관장 황수철)이 다시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농업박물관의 설립 근거인 농업박물관 설치에 관한 법률 제1조 목적에 ‘농업·농촌의 공익기능을 널리 알리기 위하여 유물과 사료 등을 전시·교육·체험하는 국립농업박물관은 농업·농촌의 지속 가능한 발전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명시돼 있다.

목적대로 농업박물관은 점차 희미해져 가는 농자천하지대본(農者天下之大本)의 가르침을 널리 알리는 한편, 농업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선보이며 연간 관람객 100만명을 목표로 농업계를 넘어 국민의 삶 속으로 스며드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도약 중이다.

농업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는 수직농장도 국립농업박물관에 설치돼 있다.
농업의 미래를 확인할 수 있는 수직농장도 국립농업박물관에 설치돼 있다.

과거·현재·미래를 한눈에
농업박물관에는 농업의 가치를 알리는 농업관, 다양한 한식문화를 조명하는 식문화관, 연령별 어린이 특성을 고려한 어린이박물관 등으로 구성돼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가 충분하다.

민소연 전시기획실 선임은 “농업문화의 다채로운 경험과 감동을 관람객들이 얻어갈 수 있도록 편의성을 높이면서 효율적인 공간 구성에 초점을 맞췄다”고 설명했다.

역사와 미래를 한눈에 살펴볼 수 있는 농업관에는 농업의 기원부터 미래의 모습을 9가지 테마로 소개하고 있고, 농업의 현재와 미래를 직접 체험할 수 있는 트랙터 시뮬레이터와 VR 드론 방제 등 다양한 체험 코너를 마련한 점도 눈에 띈다. 실제 채소를 재배하는 수직농장은 4차산업혁명의 기술이 농업과 어떻게 융합하고 있는지 한눈에 보여준다.

이외에도 층층이 펼쳐진 다랑이 논밭, 12개의 농가월령 체험공간, 다양한 식물이 공존하는 식물원, 곤충관 등의 멋진 경관을 자랑하는 농업박물관은 국민들에게 특별과 휴식과 행복을 선사하는 힐링의 공간이 돼 가고 있다. 야외 논에는 토종벼 20종을 심어 생물다양성과 토종의 힘을 대내외 알리는 데도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국립농업박물관 야외 논에서 모내기를 하고 있는 초등학생들.
국립농업박물관 야외 논에서 모내기를 하고 있는 초등학생들.

젊은 세대와 동행하다
어린이와 청년 등 젊은 세대와의 동행에도 주력하고 있다. 어린이박물관에는 미래 세대들이 농업의 가치를 제대로 알도록 만져보고 생각하는 감각적인 공간과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그 결과 어린이박물관은 항상 사전 예약이 조기 마감되는 등 가장 각광받는 장소로 발돋움했다.

지난 9일에는 전국 초등학생 대상의 ‘우리 농업·농촌, 사랑해요!’를 주제로 한 제2회 어린이 그림 공모전에서 농업·농촌의 아름다움과 추억, 미래모습도 담아냈다. 관심이 뜨거웠는데, 접수 받은 작품은 475점이나 됐다.

농업과 농촌, 박물관에 관심 많은 19~34세 20명의 청년들로 구성된 홍보 서포터즈 農BRO(농브로)를 지난 5월 발대한 것 역시 젊은 세대와 동행을 이어가기 위한 농업박물관의 노력이다. 농브로는 신선한 아이디어로 무장한 서포터즈로 농업박물관 콘텐츠를 소개하고 농업과 농촌에 추억이 없는 젊은 세대가 참된 가치를 전파하고 있다.

발대 이후 농브로는 10월까지 전시·교육 프로그램 취재, 박물관 행사 홍보 등 다양한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참여와 인증에 익숙한 청년들의 감성으로 콘텐츠를 제작하고 국민과 박물관의 징검다리가 돼 농업을 재미있고 친근하게 풀어나가는 일등공신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 8일 국립농업박물관에서 열린 포럼에서는 예술로 농촌을 물들이고 있는 청년들이 참여했다.
지난 8일 국립농업박물관에서 열린 포럼에서는 예술로 농촌을 물들이고 있는 청년들이 참여했다.

농업에 문화를 농촌에 예술을
유구한 역사를 가진 농업은 생명과 먹거리로서의 의미를 넘어 우리나라 고유의 문화를 형성하는 밑바탕이 됐다. 지난 8일 열린 ‘農, 문화가 되다’는 개관 첫 기획전시로 농업이 지닌 문화와 예술의 가치를 과거와 현재, 미래의 시선으로 조명해 큰 주목을 받았다.

1부에서는 선사시대 유물과 농사의 의미가 담긴 문자로 우리 문화의 근본을 살폈고, 2부에서는 근현대 생활자료를 중심으로 농업의 참의미를 짚었다. 3부에서는 현대 작가의 눈으로 바라본 농촌과 주곡을 다양한 소재의 작품으로 표현, 전시한다. 또한 농촌에 대한 향수를 자극할 수 있도록 경북 칠곡군에서 평생을 농업에 종사한 할머니들이 성인 문해교육에 참여하며 개발한 ‘칠곡할매체’를 전시에 활용해 홍보 전면에 내세웠다.

전시와 연계된 문화제도 시민들의 관심을 끌면서 다양한 농업·농촌 문화 콘텐츠가 국민에게 친근하게 다가갔다는 호평을 받았다. 문화제에서 진행한 국립농업박물관 포럼은 농촌을 예술로 물들게 하는 젊은 세대들의 활동상을 집중 조명했다.

 

■인터뷰-황수철 국립농업박물관장

“고품격 콘텐츠로 국민에 다가갈 터”

누구나 박물관을 찾아와
농업을 탐구할 수 있는
문화공간 역할 강조

지난해 3월 국립농업박물관 초대 관장에 오른 황수철 관장(사진)은 농어업농어촌특별위원회 위원,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한국식품유통학회 회장, 농정연구센터 이사장과 국민농업포럼 이사 등을 두루 거쳤다. 농업박물관을 지속가능성의 가치에 초점을 맞추고 미래 세대에게도 농업과 농촌이 소중한 생명산업이자 치유의 공간이 될 수 있도록 공간 구성과 살아있는 교육 프로그램, 학술행사 마련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개관 1주년을 곧 맞는다.
농업박물관은 농업의 문화유산을 전승·보존하고 역사를 손쉽게 조망할 수 있다는 점이 알려지면서 그동안 30만명 넘는 관람객이 찾았다. 주말과 공휴일 평균 6천여명, 평일 평균 1천200여명이 찾은 농업박물관은 살아있는 교육과 체험에 집중했다. 그 연장선인 첫 기획전시 ‘농農, 문화가 되다’는 땅으로부터 새생명이 창조되고 움트는 과정이 그 어떤 것과 비교할 수 없는 문화이자 예술임을 제대로 알렸다. 기획전시를 통해 농업박물관의 존재 이유와 나아가야 할 방향을 충분히 보여줬다.

3년 임기 중 절반이 지났는데 그동안 오케스트라 지휘자가 돼 여러 음(音)들을 조율해 점차 화음을 이뤄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앞으로 농업박물관이 국민의 삶 속에 자리 잡아간다면 연간 관람객 100만명도 충분히 달성 가능하다고 본다. 대한민국 최고이자 세계 어떤 박물관에 견줘도 뒤지지 않는 농업박물관의 초석을 직원들과 함께 다져가겠다.

-농업박물관의 존재가 갖는 의미와 가치는.
농업과 농촌은 먹거리와 생명의 터전이다. 대대로 전해진 우리나라 문명과 문화 그 자체이기도 하다. 이 점을 명심하고 농업박물관은 누구나 찾아와 농업을 탐구할 수 있는 문화공간의 역할을 다할 것이다. 미래 세대에게는 직접 농업을 보고 만지고 느끼며 새로운 꿈을 꾸는 공간이자, 윗세대에게는 과거의 추억을 떠올릴 수도 있을 것이다. 전 세대를 아우르는 살아 숨 쉬는 공간으로 운영하겠다.

농업박물관을 찾는 모든 이들에게 농업이 지나온 역사를 보여주는 열린 공간이자 나갈 방향을 제시하는 나침반 역할을 함으로써 미래를 선도하고 문화를 향유할 수 있길 바란다.

-끝으로 강조하고 싶은 점은.
농업계가 사랑하는 공간이 됐으면 하는 바람이 크다. 그런 이유로 농업박물관이 ‘당신의 기증으로 농업역사가 깨어납니다’는 주제로 대대적인 유물 기증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어 적극적인 관심을 부탁한다. 개관 초기라 보유하고 있는 유물이 아직 충분하지 않다. 선사시대부터 현대까지 문헌이나 서적, 사진, 의복, 농기구 등 유형의 유물뿐만 아니라 농요와 지역 또는 마을에 구전으로 전해지는 무형의 유물이 지닌 가치는 상당히 높다.

후손들에게 농업의 역사화 문화를 유지·계승하기 위한 농업유산들은 영구 보존처리를 거쳐 전시와 교육, 연구 등의 자료로 소중하게 활용할 것이다. 사라져 가는 농업의 역사와 문화 복원에 적극적인 동참을 다시 한번 부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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