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식품부·농진청·농어촌공사 등 포함한 추진단 꾸려
아프리카 국가, 식량자급 경험 지닌 대한민국 선호
종자공급·경지정리 넘어 종자생산시스템 대전환 유도

■ 농정 현미경 :  ‘K-라이스벨트’ 추진 청사진은…
윤석열 정부는 농정의 핵심비전을 ‘힘차게 도약하는 농업, 국민과 함께하는 농촌’으로 정하고 스마트농업과 신성장 분야를 포괄하는 미래 먹거리 창출 산업으로 농식품산업을 키우는 한편, 국민을 위한 삶터·일터·쉼터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농촌을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식량안보·농업혁신·디지털전환·동물복지·농촌환경개선 등의 농정 핵심과제를 내놓은 정부는 2023년을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해로 만들기 위한 다양한 제도를 시작했다. 본지는 주요 농업정책을 살펴보고 자세한 내용을 차례로 제공한다.

 

지난 7월 농림축산식품부는 서울에서 ‘K-라이스벨트 농업장관회의’를 개최해 우리나라의 쌀 자급 노하우를 아프리카에 전수하기로 했다.
지난 7월 농림축산식품부는 서울에서 ‘K-라이스벨트 농업장관회의’를 개최해 우리나라의 쌀 자급 노하우를 아프리카에 전수하기로 했다.

보릿고개 걱정하던 대한민국의 변신
지난달 10일 서울에서 대한민국 식량역사의 획기적인 장면이 연출됐다. 농림축산식품부가 가나·감비아·기니·기니비사우·세네갈·카메룬·케냐 등 아프리카 8개국 장·차관을 초청해 ‘K-라이스벨트 농업장관회의’를 개최한 것. 보릿고개에 허덕이며 식량을 원조 받던 대한민국이 식량자급의 경험을 아프리카 국가들에게 제공하게 된 것이다.

정부는 올해 6개국에서 벼 종자 2040톤을 시작으로 2027년 1만1140톤을 생산해 농가에 보급한다. 종자 1만톤을 22만3천㏊에서 재배하면 연간 쌀 216만톤을 생산할 수 있어 아프리카 국민 3천만명에게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 사실상 해당국가의 기아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할 수 있게 되는 셈이다.

현재 K-라이스벨트 참여국가들은 쌀 수입으로 연간 60억달러를 지출하고 있어 외화 손실의 주원인이 되고 있다. 게다가 최근 기후이상과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식량확보에 큰 어려움을 겪으며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에 사활을 걸고 있다.

문경덕 농식품부 국제협력총괄과 사무관은 “아프리카 국가들도 인구가 증가하고 도시화가 진행되면서 기존에 주식이었던 감자의 일종인 카사바와 옥수수에서 쌀로 점차 옮겨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7년까지 K-라이스벨트에 투입되는 예산은 8천만달러로 우리나라 전체 ODA(공적개발원조) 사업에서 비중은 작은 편이지만 장기적으로 보면 쌀을 자급하게 되면 이 예산을 다른 산업으로 돌릴 수 있어 아프리카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예측했다.

이어 “참여국가들은 농업기술이 더 발전한 다른 선진국보다 대한민국이 보릿고개를 경험하고, 통일벼를 통해 쌀을 자급한 경험을 갖고 있기 때문에 농업분야 협력을 더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K-라이스벨트에는 서부 세네갈부터 동부 케냐까지 8개 국가가 참여한다.
K-라이스벨트에는 서부 세네갈부터 동부 케냐까지 8개 국가가 참여한다.

관계기관 역량 총집결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 1일 K-라이스벨트를 안정적으로 추진하기 위한 목적으로 농촌진흥청, 국립농산물품질관리원, 국립종자원, 한국농어촌공사 등의 담당자 8명을 모아 추진단을 꾸렸다. 추진단은 2027년까지 종자생산과 농가보급, 생산기반 조성, 국제기구와 해당국가 공조 등의 역할을 수행한다.

농촌진흥청은 현지에 벼 전문가를 파견하고, 농약과 비료, 농기계, 종자시설을 책임진다. 농식품부와 농어촌공사는 생산에 필요한 국가별로 50~100㏊ 규모의 종자생산 단지를 비롯해 경지정리와 용·배수로 개선 등 인프라를 구축한다.

앞서 농진청은 라이스피아 사업추진단을 구성해 종자생산과 기반조성, 교육훈련 등을 추진하고 있다. 신품종 육성과 종자생산, 품질관리, 맞춤형 재배기술과 농기계 운영, 현지 전문가 양성 교육훈련을 책임지게 된다. K-라이스벨트의 핵심은 일시적인 식량지원이 아닌 아프리카 국가 스스로 안정적인 식량자급이 가능하도록 종자생산시스템을 구축하도록 하는 것이다.

정국현 농촌진흥청 중부작물과 연구사는 “아프리카 국가들은 종자보급은 자가채종 위주로 국가 보급종 비율이 10%이고, 우리나라는 50%대”라며 “즉, 우리나라는 종자를 완전히 바꾸는데 2년이면 충분하지만, 아프리카 국가들은 10년이 걸린단 뜻”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국가에서 보급하는 종자 보급률을 30%대까지 끌어올리도록 영구적인 식량자급을 이루는 게 핵심”이라고 요약했다. 또한 “2017년 세네갈에서 처음 등록된 ‘이스리(ISRIZ)-6’과 ‘이스리(ISRIZ)-7’ 품종 이외에도 각 국가에 적합한 신품종 개발도 계속 진행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국내에서는 쌀의 과잉공급으로 천문학적인 예산이 투입돼 천덕꾸러기 신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2017년부터 2022년까지 공공비축미 보관과 판매과정에 따른 손실은 4조3913억원에 달했다. 그중 판매손실은 3조2천억원이 넘고, 관리비 총액은 1조1048억원으로 추정된다.

반면 K-라이스벨트를 통해 대한민국의 쌀은 아프리카 대륙의 식량난을 해결하는 상징으로 인정받으며 대한민국 국격을 높이는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농식품부는 KAFACI(한국-아프리카농식품협력협의체)에 참여하는 국가를 포함해 아프리카 대륙의 다른 나라들도 식량안보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K-라이스벨트에 참여하길 기대하고 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