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우리 마을 농업유산 어떻게 활성화할까...(경남 하동)

우리나라 차 시배지이자 대표적인 전통수제차 생산지인 경남 하동. 해발 1200m가 넘는 지리산에 둘러싸여 남쪽으로 섬진강과 화개천이 만나 흐르는 천혜의 차 재배고장이다. 하동 전통차농업은 산비탈 나무와 바위틈에서 자란 야생 차 군락을 훼손하지 않는 친환경농법으로 재배해 생물다양성을 지키고 ‘무쇠가마솥 덖음’이라는 전통차 가공기술을 고수하고 있다. 하동의 기후와 토질은 차 농업의 최적지로 1200년을 이어온 차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7년 하동 전통차농업이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경남 하동 전통차농업이 1200년을 이어온 차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7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경남 하동 전통차농업이 1200년을 이어온 차 역사와 문화의 가치를 인정받아 지난 2017년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됐다.

긴 역사와 친환경 재배로 세계중요농업유산 등재

다양한 체험·축제는 전국 차 마니아 성지로 우뚝

1200년 역사 하동 전통차의 위엄
하동은 통일신라시대 국내에서 처음 차를 재배한 곳으로 많이 알려졌지만 1200년 전 당나라에 사신으로 갔던 대렴공이 차 씨앗을 들여와 왕명이 화개동천에 심었다고 전해진다.

화개 지역은 지리산에 둘러싸인 험준한 산지로 면적의 93%가 산지여서 식량작물 재배가 어려운 열악한 환경이다. 주민들은 이 산간지형을 최대한 이용해 돌 틈과 계곡 주변, 구릉지 등에 야생차를 식재했고, 그 결과 지리산의 생태환경과 조화를 이룬 차 군락지가 형성됐다. 화개의 야생차밭은 산기슭 바위틈에 산재해 있어 재배조건이 매우 까다롭고 기계작업이 어렵다. 때문에 한정된 고급 수제녹차 가공기술이 전승될 수 있었다.

가내수공업 형태로 오랫동안 전해져 온 하동만의 전통 제다법(製茶法)은 무쇠가마솥 덖음 방식이다. 소량생산이기에 가능한 이 방식은 250~350℃로 달궈진 무쇠솥에 찻잎을 넣고 타거나 설익지 않도록 균일하게 덖어내는 것이 비법이다. 그렇게 생산된 하동 전통차는 명실상부, 한국 최고의 차로 각광받았다.

식재에서 재배까지 친환경 방법을 고집하는 하동 주민들은 수확이 끝난 후 차나무 전지·전정으로 생긴 부산물을 차밭에 그대로 둔다. 잡초방지와 친환경 퇴비역할을 하기 때문.

또한 친환경 차밭을 보전하기 위해 가축을 기르지 않아 화개면 일대에는 가축 사육농가가 없으며, 다른 작물에도 농약을 치지 않는 등 주민들의 자발적 노력이 오랫동안 이어져 왔다.

박지원 하동군청 세계중요농업유산 보전 홍보팀장은 “기존에도 해왔듯이 지속적으로 차밭을 정비해 경관을 보전하고 토양 유실 방지 작업 등을 시행할 계획”이라며 “단순히 차를 마시는 게 아니라 차를 이용한 웰니스산업 콘텐츠 개발에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하동야생차박물관에서 전통차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다례체험이 진행되고 있다.
하동야생차박물관에서 전통차의 우수성을 알리기 위해 다례체험이 진행되고 있다.

체험과 축제로 대중적인 차문화 선도
화개면에 위치한 ‘하동야생차박물관’은 옛 차 문화의 역사성과 정통성을 보전·계승하기 위해 2017년 설립됐다. 단순히 정보전달에서 벗어나 참여형 체험 전시와 찻잎따기 체험, 다례 체험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며 하동 전통녹차의 우수성을 알리고 지역사회의 인식을 높이고 있다.

허진석 하동군농업기술센터 녹차기반담당은 “웰니스산업을 겨냥해 녹차를 활용한 명상과 요가, 티클래스 등이 가능한 치유관 개관을 앞두고 있다”면서 “지속적으로 축제나 박람회 열어 하동 녹차의 우수성을 홍보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동야생차문화축제는 하동 차를 홍보하고 차의 산업화를 위해 25회째 열리고 있다. 이 축제는 하동 차의 세계화, 대중화, 산업화를 목표로 녹차와 홍차를 활용해 현대인들이 좋아하는 블렌딩 티를 발굴하고 개발하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하동 야생차는 2022년 기준 221억원의 농가소득을 올리는 하동군의 대표 특화작목이다. 화개·악양면 일원 1066 농가에서 연간 1261여톤을 생산한다. 하동의 전통차 농업은 세계중요농업유산에 등재된 이후 세계인의 주목을 받으면서 글로벌 커피 프랜차이즈 스타벅스를 비롯해 독일, 캐나다, 호주 등 10개국에 수출돼 그 우수성을 세계적으로 인정받고 있다.

차 문화의 진흥과 소비 확대를 위해 지난 5월에 열린 하동차세계엑스포에서도 다양한 볼거리와 즐길거리를 선사해 성공적인 행사로 평가받고 있다.

생산에서 친환경인증까지 ‘하동녹차연구소’
하동녹차연구소에서는 농가의 안전한 찻잎 생산과 마케팅 지원을 위해 잔류농약, 중금속 등 안정성 검사를 지원하고 있다. 차의 기능성 연구, 우수 유전자원수집을 통한 품종개발, 기후변화에 따른 차 생산 관련 연구를 통해 하동 전통차의 우수성과 차별성을 알리기 위해 다방면으로 연구 중이다.

심두보 하동녹차연구소 연구원은 “하동에서 36여 농가가 말차를 생산하는데 차광시설인 볕가리개를 설치해 재배한다”며 “아미노산인 테아닌이 풍부해 성인병 예방에 효과적이며 일반 녹차에 비해 생산단가도 높아 농가에 말차 재배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가공공장에서는 지역 차 생산 농가의 수익 창출과 수제차 생산업체(소공인)의 차를 활용한 다양한 제품개발을 통해 성장의 기회를 제공한다. 하동 야생차 전통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유지하기 위해 민·관·산·학·연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김종철 하동녹차연구소 책임연구원은 “세계중요농업유산으로 등재돼 확보한 정부지원금 2억원은 친환경 유박, 제초작업 인건비 지원 등 중요농업유산 지정 차밭 경관 조성사업비와 홍보비로 쓰이고 있다”며 “세계중요농업유산 지정으로 ‘소상공인 지원유통센터건립사업’ ‘신활력플러스사업 선정’ ‘2023 하동세계차엑스포 유지’ 등 주요 국책사업 유치성과도 있었다”고 전했다.

따신골녹차정원의 티캠핑 꾸러미
따신골녹차정원의 티캠핑 꾸러미

차가 아름다운 곳 ‘따신골 녹차정원’
따신골 녹차정원(대표 하근수)은 섬진강이 내려다보이는 1만9834㎡(6000평) 규모의 숲속 야외 다실로 500년된 소나무와 진달래 군락이 어우러져 녹차 체험과 경관을 활용한 치유, 티(tea) 캠핑이 가능하다. 야생 녹차밭 사이에 마련된 공간에서 꾸러미와 캠핑 의자를 가지고 녹차를 마시는 티 캠핑이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어린 아이와 함께 오는 가족단위가 꽤 있습니다. 어릴 때부터 차를 가까이 해서 다도를 익히도록 하고 정서에도 많은 도움을 주려고 하죠.”

따신골 녹차 정원에서 제공하는 티 캠핑 꾸러미 안에는 도마, 뜨거운 온수, 숙우와 찻잔까지 들어있다. 게다가 곶감까지, 녹차 중에서도 고급 차에 속하는 세작을 우려 그늘진 녹차밭 사이에 앉아 그 맛과 향을 음미할 수 있다. 일교차가 큰 하동의 야생차는 일반 녹차의 떫은맛보단 고소함과 단맛이 은은한 향이 더한다.

하 대표는 “2023하동세계차엑스포를 계기로 하동 차를 알게 된 전국의 차 마니아들이 다시 찾아주는 곳”이라며 “세계가 인정하는 우리나라 K-Tea는 단연 하동 전통차”라고 엄지를 치켜 세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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