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성 지원, 국가 출생률에 미치는 영향 없어
​​​​​​​전입 유도 ‘뺏고 뺏기는’ 기초단체 간 출혈 경쟁

■ 출산장려금이 출생에 미치는 영향은?
저출산 혹은 저출생 현상이 지속될 경우 발생하는 문제는 크게 두 갈래다. 미래 경제활동 인구가 감소하게 돼 경제성장이 둔화되며, 고령화에 따른 노년층의 부양 부담이 상승한다는 것이다. 

이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한 출산장려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출산장려 정책이란,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행해지는 정책이나 모든 활동을 말한다. 그중 출산장려금은 대표적인 현금성 지원 정책이다. 

전남지역 시·군별 출산축하금 지원 현황(단위 : 천원)
전남지역 시·군별 출산축하금 지원 현황(단위 : 천원)

윤석열 정부는 역대 정권의 저출생 대책을 비판하면서도 이름만 다른 현금성 지원 정책인 ‘첫만남이용권’과 ‘부모급여’를 신설해 국비로 지원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인구소멸 위기에 처한 기초단체들이, 당장 1명의 인구라도 아쉬운 탓에 수백만원에서 수천만원에 이르는 출산장려금 지급을 경쟁적으로 내걸면서 예비 부모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불과 1~2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기초단체뿐만 아니라 광역단체까지 나서 출산지원금이나 양육수당 이름으로 출산장려금 지급에 열을 올리곤 했다. 그나마, 최근 들어 광역단체들의 현금성 지원 경쟁은 주춤한 편이다. 

지난해부터 정부가 첫만남이용권(200만원) 지원에 이어 올해부터 부모급여(월 70만원)를 추진하면서다. 첫만남이용권이나 부모급여는 국비로 진행되나, 지방비 분담 사업이어서 광역단체로서는 이중 부담으로 인한 출혈을 막고자 자체 사업을 축소하거나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 

출산장려금은 출산과 동시에 목돈의 현금을 축하금으로 지급하거나, 양육 시기에 따라 매월 지급하는 수당으로 나뉜다. 또한 축하금은 이른바 돈만 받고 이전하는 ‘먹튀’를 막고자 일시와 분할로 지급되기도 한다. 

실제, 현금성 지원은 어느 정도 효과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부터 전국 최대 규모로 출산축하금을 지급하는 전남 강진군의 경우 올해 출생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강진군의 출산축하금은 5천여만원(7년 분할)에 달한다. 

강진 출생률 40% 증가 
강진군에 따르면 출산축하금을 확대 지급하기 시작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출생아가 모두 83명으로, 1년 전 같은 기간에 출생한 59명보다 많았다. 출생률이 40% 증가한 것이다. 

강진군은 출산축하금 확대 시행으로 인한 결과라는 판단이다. 그러나 현금성 지원에 따른 출생률 증가는 ‘제로섬 게임’일 뿐, 일시적인 현상에 그친다는 분석이 적지 않다. 

감사원이 2021년 발표한 ‘저출산·고령화 대책 성과분석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5년 전남 해남군에서 출산장려금을 지급받은 여성 10명 중 3명은 출산 6개월을 앞두고 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

앞서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은 지난 2019년 내놓은 ‘출산육아지원 사각지대 해소방안 연구’ 보고서에서 지자체별 서로 다른 출산장려금은 국가 전체의 인구 증가와 관련이 적다고 분석한 바 있다. 다만, 더 많은 지원금으로 전입을 유도한다고 했다. 

당초 현금성 지원이 출생률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분석이 미미한 상황에서 지자체 간 경쟁적으로 출산장려금 사업이 추진됐다는 게 지자체 담당자들의 의견이다. 출생률 증가라는 수치를 끌어올리기 위해 선심성 지원이 남발되면서 지자체 간 출생아를 뺏고 뺏기는 제로섬 게임으로 번졌다는 것. 

최근 몇 년 새 기초단체 간 출산장려금 금액이 천정부지로 치솟았지만 전체 출생률은 계속해서 떨어지고 있다는 것 역시 이 같은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에 광주광역시는 올해부터 출산축하금 100만원을 폐지하고, 출산 뒤 24개월 동안 지급하던 양육수당도 올해 12개월로 축소한 뒤 내년부터는 폐지하기로 했다. 

광주시는 지난 2021년 출산축하금과 육아수당(24개월까지 월 20만원 지급)을 신설하는 등 현금성 지원을 늘리자 전국 17개 광역시·도 중 광주만 출생률이 증가한 데다 인근 지자체에서는 출생률이 줄었다고 자체 분석했다. 

하지만 인구감소 지역인 기초단체에서는 여전히 현금성 지원을 늘리고 있다. 특히 인구감소가 심각한 전남지역 지자체들 사이 경쟁이 볼 만하다. 올해 들어 출산축하금을 수백만원 올린 데 이어 의무거주기간까지 삭제하며 단 1명이라도 ‘인구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이 때문인지 전남지역 출생률은 2022년 기준 0.97로 전체 평균(0.78)보다 높다. 

전남지역 한 지자체 관계자는 “의무거주 기간이나 분할지급 기간이 끝나고 나면 떠나버릴 것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이 출산장려금을 올리고 있다”고 전했다. 

■미니인터뷰- 조찬익 광주광역시 여성가족과 주무관

“현금성 지원은 지자체 재정부담 커”

-현금성 지원을 축소했는데.
정부지원이 강화된 데 따른 것이다. 다만, 다태아 출산 시 지급하는 출산지원금 100만원 지급은 유지하고 있다. 현금성 지원 조정은 틈새돌봄 확대로 이어진다. 광주의 대표적인 틈새돌봄 서비스는 손자녀돌봄서비스와 입원아동돌봄이다. 기존 우리동네 10분 이내 돌봄지도를 통합 제공하는 서비스다.

-현금성 지원을 축소하면서 반발이 일었다. 
아무래도 받는 분들 처지에서는 기대했던 부분이 있을 것이다. 올 초 민원이 많이 발생한 것도 사실이다. 정부 정책이 확대되면서 민원성 의견은 줄었다. 

-현금성 지원에 대해.
광주뿐만 아니라 광역단체에선 현금성 지원을 폐지하거나 축소하고 있다. 국비 사업에 지방비가 7대 3정도로 들어가다 보니 재정적 부담이 크다. 전남지역 기초단체는 전국에서도 현금성 지원이 많은 곳이다. 무의미한 경쟁이 아닌가 싶다. 통계상 여러 분석이 이를 말해준다. 지차체 출산장려 정책은 현금성보다 돌봄서비스나 소아과 설치 등 인프라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다만, 현금성 지원이 출생률 증가에는 영향이 없지만 보육 부담을 줄인다는 점에서 정부가 나서 보편적으로 시행해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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