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풍당당 – 정정순 강원도 삼척시의회 의장

지방의회는 여성정치인의 산실이다. 지난해 6·1지방선거에서 여성은 광역의회 19.8%, 기초의회에 33.4%에 이르렀다. 비록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지방정치는 생활정치인만큼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전문성을 발휘한다면 여성의 권익과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여성으로서 유리천장을 깨고 삼척시의회 의장에 오른 정정순 의장(국민의힘, 비례대표)을 만났다. 3선으로 6·7대를 거쳐 만장일치로 9대 의장에 선출된 정 의장은 시민과 동행하는 의정활동을 펼치고 있다.

정정순 삼척시의회 의장은 “농촌여성들이 한뜻으로 뭉치면 더욱 섬세한 정치활동으로 큰일을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정정순 삼척시의회 의장은 “농촌여성들이 한뜻으로 뭉치면 더욱 섬세한 정치활동으로 큰일을 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보수지역서 31년만 첫 여성의장 만장일치 선출
지역사회 봉사 경험이 의정활동에 자양분 돼

- 의장에 오르기까지의 여정은?
삼척시의회 역사상 31년만의 첫 여성의장으로 9대 남성의원 8명 사이에서 유일한 여성의원이다. 지난날 농협주부대학삼척시연합회장과 고향주부모임 행복나눔이봉사단 회장으로 여성시민들과 현장에서 소통한 나날들이 주마등처럼 스친다.

2010년 당시 보수적인 삼척지역에서 선출직 여성의원으로 의회에 입문했을 때만 해도 남성 중심의 사회에서 여성이라는 이유로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일이 더 많았다. 여성리더로서 자신 있게 활동했지만, 때로는 눈물을 삼킨 적도 많았다.

‘의정활동으로 승부를 보겠다’는 뚝심으로 낮에는 발로 뛰고, 밤에는 공부하며 주경야독했다. 선거에 나가면 시민들이 ‘스터디 하는 의원’ ‘민원해결사’ ‘준비된 의원’이란 닉네임으로 불러줘 큰 힘이 됐다. 현재 9대 강원도시군의회의장협의회 전반기 부회장과 고향주부모임 행복나눔이봉사단 회장으로도 활동 중이다.

- 여성농업인을 위한 지원은.
정부에서 2021년 10월15일 여성농업인의 날을 법정기념일로 지정했다. 여성농업인의 지위와 중요성을 정부가 인정했고, 다양한 분야에서 여성의 역할이 커지고 있음에 공감한다.

여성농업인을 위한 복지바우처, 농작업 편이장비를 지원하는 노동경감지원사업 등을 삼척시에서 추진하고 있지만, 보다 현실적이고 적극적인 지원이 필요하다.

그동안 남성 시선에 맞췄던 농업 환경을 이제는 여성의 관점으로 볼 필요가 있다. 지난 4월 삼척시에서 여성농업인을 대상으로 농작업편이장비시연회가 열렸다. 작은 관심으로 시작된 일들이 더 나은 농촌을 만들어가는 데 원동력이 되길 바란다.

또 그동안 산부인과가 없어 다른 지역으로 임신부들이 유출됐다. 이에 삼척시의료원을 통해 산부인과 진료와 산후조리원이 연계될 수 있도록 적극 나섰다. 산모의 산후조리를 도와 2주간 무료로 지원하고 있으며,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정정순 의장과 함께한 자리에서 권영희 한국생활개선삼척시연합회장(사진 왼쪽)은 해양관광문화도시만의 특색 있는 향토음식 개발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정정순 의장과 함께한 자리에서 권영희 한국생활개선삼척시연합회장(사진 왼쪽)은 해양관광문화도시만의 특색 있는 향토음식 개발에 대해 의견을 제시했다.

- 현장에서 여성농업인과 소통은.
10여년 고향주부모임 행복나눔이봉사단 회장으로 활동하면서 복지 사각지대에 놓인 시민들을 위한 봉사에 앞장섰다. 소외이웃에 김장을 나누고, 농산물을 판매한 수익금을 장학금으로 기탁했다. 이외에도 다문화여성을 위한 생일상 차려주기와 향토음식 만들기 체험 등을 통해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운 일이 기억에 남는다.

삼척농협주부대학연합회장을 지낸 덕분에 농촌여성들의 애로를 생생히 듣고 소통할 수 있었다. 사회에서 쌓은 경험이 의회에서 접목할 수 있는 상황이 많았다. 축적된 활동이 있어 시민들과 더욱 진솔하게 소통할 수 있는 의장이 됐다고 생각한다. 도움이 필요한 곳이라면 바쁜 시간을 쪼개 행복나눔이봉사단원들과 함께 달려가겠다.

- 농촌여성신문 독자에게 한 말씀.
농촌여성들은 가정과 농업을 지키고 이끌어온 주역이며, 그동안 쌓아온 지혜와 힘은 무엇으로도 대체될 수 없다. 활력과 희망이 넘치는 농업을 위해 ‘여성파워’를 보여주길 바란다.

여성들이 정치에 입문한다면 좀 더 섬세하게 정치활동을 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 여성정치인이 많으면 많을수록 더 큰 일을 도모할 수 있다. 정치를 꿈꾸는 여성들에게 길을 열어주는 롤모델이 되고 싶다. 포용력과 배려를 발휘해 더 많은 여성들이 정치에 참여하고, 활동 영역을 넓혀갈 수 있도록 길을 다져놓고 든든한 동반자이자 지원군이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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