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 창업열전 - 김성실 충북 괴산 생활개선회원

충북 괴산 소수면 소암리 김성실 가산농업회사법인 대표는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살피며 지역과 상생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충북 괴산 소수면 소암리 김성실 가산농업회사법인 대표는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살피며 지역과 상생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북한이주민 설움 ‘가족의 힘’으로 극복

하반기 절임 배추 가공설비 본격 가동

새벽 4시. 김성실 가산농업회사법인 대표(한국생활개선괴산군연합회원)의 일과는 이른 새벽부터 시작된다. 농사는 물론 아이 등교에 각종 미팅과 교육 등 시간을 분 단위로 나눠 쓸 정도로 하루가 분주하다.

“귀농을 마음먹고 괴산으로 온 건 아니었지만 청정 괴산에서 제일 좋은 먹거리를 생산하고 싶었어요. 내 땅에서 집을 짓고 농사도 제대로 지어보면서 꿈을 찾고 싶었죠. 그래서 주머니 탈탈 털어 땅부터 샀어요.”

유기농업이 주를 이루는 충북 괴산 소수면에서 옥수수, 고추, 배추 등 6611㎡(2천평) 규모로 농사를 짓고 있는 김 대표는 소암리에 자리한 가산농업회사법인 대표다. 이곳은 대형마트에 납품할 김치 생산을 위해 해썹인증 김치 가공설비와 저온저장고 등을 갖추고 올해 가을 본격 가동을 앞두고 있다. 또 김치, 절임배추와 더불어 무시래기 밀키트 자동화 생산 설비도 구축해 더 많은 소비자에게 안전한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각오다. 이렇게 되기까지 딱 6년 걸렸다.

기회의 땅, 청정 괴산에서 꿈 일궈
“지금까지 전쟁 같은 시간을 보냈어요. 괴산에 터 잡고 농사지으며 판로를 개척하고 지역 주민들과 융화하고... 그 안에서 성장한 저를 보면 괴산은 기회의 땅이죠.”

김 대표는 북한에서 태어나 2002년 월드컵 때 중국을 거쳐 2004년 한국으로 왔다. 그는 북한 중앙체육단에서 육상선수로 생활하다 19살 때 교통사고로 근육이 파열돼 운동을 접었다. 그리고 자유로운 삶을 살아보고자 한국행을 택한 것이다. 귀농을 결심하고 충북대학교 경영대학원에서 최고경영자 과정을 밟은 그는 당시 농기계센터를 운영하던 지금의 남편을 만나 그의 고향인 괴산에 터를 잡았다.

한 남자의 아내, 한 아이의 엄마인 김 대표는 어색함과 설렘이 가득했던 한국 생활에서 수년간 좌절과 상처를 견뎌냈다.

괴산의 대표 농특산물인 절임배추와 김치는 처음에 판로가 없어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 먼저 가까운 지인과 교인에게 판매하기 시작했고 입소문을 타고 찾아주는 소비자가 생기면서 주문량도 크게 늘었다.

그는 고민 끝에 2020년 6월 ‘상원농원’이라는 사업자를 등록하고 그해 8월 ‘코미청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해 생산량을 늘려 갔다. 통신판매업을 등록하고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개설하는 등 본격적으로 사업에 뛰어든 결과, 2020년 매출액은 1억원, 2021년에는 2억5천만원, 지난해는 3억원을 훌쩍 넘겼다.

이렇게 되기까진 지자체의 도움이 컸다. 농촌 창업 청년농업인 정착지원대상자로 선정돼 맞춤형 컨설팅을 받았고, 농촌융복합산업 지원사업에도 뽑혀 하반기에 인증만 남겨두고 있다.

소외된 이웃 살피며 지역과 상생
“버는 만큼 이웃과 함께 나누려고 노력합니다. 짧은 기간에 많이 성장했죠. 혼자만의 역량이 아니기에 동네 어른, 주변의 소외된 이웃을 틈틈이 살피며 지역과 상생하려고 해요.”

코로나19로 인해 마스크 품귀현상이 일어나던 2020년 5월, 괴산군보건소에 방역용 마스크 6600개를 기탁했고, 10월에는 괴산 김장김치 축제위원회를 통해 지역돌봄센터에 김장김치를 전달했다. 지난해에는 소수면 경로잔치 때 마을어른을 위한 냉장고를 후원했는가 하면, 지역발전기금 300만원, 소수면 지역사회보장협의회에도 100만원의 성금을 기탁하며 지역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끼치고 있다.

“6년 전 뭣도 모르고 절임배추를 소비자에게 전달했던 귀농 탈북민이 이제는 지역방송에 소개되는 어엿한 농업법인 대표가 됐어요. 이런 제 모습이 너무 자랑스럽습니다.”

김 대표는 지역방송과 공영방송에 괴산 절임 배추 홍보 농가로 소개되면서 높아진 인지도를 실감하게 됐다고. 언론 홍보에 적극적인 참여로 괴산을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또 괴산군생활개선회를 비롯해 여성농업인회, 주민자치위원회 등 다양한 사회단체에서 활동하면서 내년 사회적기업 설립을 목표로 지역 주민과의 상생 방안을 늘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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