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기울어진 농촌 성평등... 여성 이장 현주소는?(우리 마을은 여성 이장 전성시대) - 전북 완주 상관면 한숙화 수월마을 이장 인터뷰

‘어지간한 남성들보다 낫다’ ‘일처리가 똑 부러진다’ ‘마을 변화를 가져올 사람’….
전북 완주 상관면 신리 수월경로당. 마을주민들이 지난해 이장으로 단독 추대한 한숙화 이장(한국생활개선완주군연합회 총무)을 일컫는 칭찬이 곳곳에서 들린다. 마을에서는 유능한 이장이 필요했고, 지역민들에게 봉사하며 소통이 원활한 한숙화 이장이 제격이었다.

귀농·귀촌인 환영식, 경로당 화장실 개보수 성과
어려운 이웃에 봉사하며 따뜻한 리더십 발휘

완주군에 여성 이장 20.5%
완주군에 따르면 13개 읍·면 556명 마을이장 중에 남성은 442명, 여성은 114명으로 20.5%가 여성 이장이다. 행정안전부의 2022년 전국 이·통장 현황에서 남성 90%(3만3901명), 여성 10%(3775명)인 것을 비교하면 평균 이상의 수치다. 완주군은 이장 임기를 3년으로 정하고 2번 연임할 수 있게 했다. 예외적으로 적임자가 없을 경우에는 1번을 추가 연임할 수 있다.

상관면 28개 마을 가운데 여성 이장이 5명이다. 수월마을은 한숙화 이장을 비롯해 노인회장, 부녀회장이 여성이고, 이장 선거철에 한시적으로 활동하는 개발위원장과 노인회총무, 반장은 남성이 맡아 성비가 5:5다.

전주에서 남편 고향 완주로 귀농한 한숙화 이장은 농지 1322㎡(400평)에서 복합농을 한다. 2015년 상관면의용소방대 초대 여성대장으로서 상관119지역대에 구급차를 최초 보급하는 공을 세웠고, 상관농협 이사, 상관면생활개선회장, 적십자봉사회 등 지역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다.

이장 준비하며 유리천장 체감
2021년 직전 남성 이장의 임기만료로 찾아온 기회에 이장에 도전했다는 한숙화 이장. 현실은 녹록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반대여론이 없었다면 거짓말이죠. 믿음을 못 갖는 주민을 찾아가 ‘한 번만 맡겨 달라’고 설득해 동의를 구했어요. 그래도 직전 이장님이 인정해주고, 주민 대다수가 우리 마을을 위해 발로 뛰고, 변화시킬 수 있는 사람이라는 의견이 있어 가능했습니다.”

한숙화 이장은 생활개선회 활동이 주민들과 자연스레 교류할 수 있는 기회를 가져왔다고 전했다. 상관면생활개선회에서 9년 동안 총무를 맡으면서 상관면농촌지도자회와 선진지 견학을 함께 다니는 등 연례행사에 적극 참여해 남·녀가 두루 친목을 다지며 화합했다고.

완주 상관면 수월마을은 이장, 노인회장, 부녀회장을 여성이 이끌고 있다.
완주 상관면 수월마을은 이장, 노인회장, 부녀회장을 여성이 이끌고 있다.

작은 발견으로 큰 변화 이끌어
가정에서도 꼼꼼한 성격이라는 한숙화 이장. 지난해 상관면 이장협의회에 참석했다가 완주군귀농귀촌센터 홍보물에서 귀농·귀촌인 마을환영행사 지원사업을 발견하고, 마을에서 추진토록 중심 역할을 했다.

“귀농귀촌센터에 문의해서 사업을 신청했어요. 경로당에 귀농·귀촌인을 맞이하는 환영식을 열고 귀농한 부부를 주민들에게 소개했습니다. 군의회 의원, 완주군 관계자와 상관면장님을 초대해 화합의 장을 만들었어요. 홍보물 뒷면을 확인해본 사소한 발견이었지만 여성이라서 섬세하게 챙길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지난해 7월 유희태 완주군수가 수월경로당을 방문했을 때 한숙화 이장은 부드러운 리더십을 발휘해 주민들의 애로를 대변했다. 군수에게 노후된 경로당 시설로 인한 불편사항을 전했고, 마을에 변화를 가져왔다.

9년차 서경희 부녀회장은 “낡은 창문 틈새로 바람이 들어 외풍이 심했는데, 최신식 창틀로 바꾸고 나서 한파가 무섭지 않다”며 “화장실 한편에 자리만 차지하던 보일러를 옮기고, 낙후된 시설을 리모델링했더니 화장실이 쾌적해졌다”고 치켜세웠다.

서 부녀회장은 “한숙화 이장님이 마을에 부족한 점이 있으면 해결하려고 노력해 어지간한 남성들보다 낫다”고 강조했다.

한숙화 이장은 주민들과의 소통방법도 양방향으로 개선했다. 전달사항이 생기면 방송 송출은 물론,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 문자로 동시에 전하고 있다.

“한 번이면 끝날 일을 세 번 해야 하는 수고가 있지만, 디지털시대에 발맞춰가려고 주민들에게 양해를 구했습니다.”

한 이장의 손목에 스마트워치가 눈길을 끌었다. 언제 어디에 있든 이웃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놓치지 않고 받아 민원을 해결하겠다는 의지인 듯했다.

“이제는 농촌여성이 나설 때”
한숙화 이장은 “농촌여성들이 이장에 도전해도 손색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장으로 거듭날 수 있는 방법을 조언했다.

“마을을 위해 일하려는 순수한 마음이 중요하죠. 주민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혜택이 돌아갈 수 있도록 나선다면 이장 자격이 충분해요. 농업인단체에서 행사가 있으면 회원이 아니어도 일손을 돕고, 십시일반 어려움을 나누다보니까 주민들이 큰일을 맡겨도 받아들일 그릇을 가진 사람으로 인정해줬어요.”

한 이장은 “여성이어도 능력이 있으면 인정해주는 어르신이 늘고 있다”며 “유리천장을 뚫은 농촌여성리더들이 선례를 보여 농촌문화를 발전시키는 데 역할을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노인회장, 부녀회장 등 마을리더로 함께하는 농촌여성들이 지역에 몇 안 되는 여성 이장들에게 자신감을 불어넣어주는 지원군”이라고 고마운 마음을 전했다.

전북 완주 상관면 신리 수월경로당에서 (사진 왼쪽부터)한숙화 이장과 조경애 할머니, 서경희 부녀회장, 이영 전 노인회장이 수박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전북 완주 상관면 신리 수월경로당에서 (사진 왼쪽부터)한숙화 이장과 조경애 할머니, 서경희 부녀회장, 이영 전 노인회장이 수박을 먹으며 이야기꽃을 피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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