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 순창 동계면 추동마을 ‘이장 선출 시 여성 차별’ 진정인 

■ 인터뷰 - 김두규 우석대학교 교수

김두규 우석대학교 교수(사진)는 지난해 국가인권위원회에 ‘전북 순창군 동계면 추동마을에 거주하는 주민으로, 추동마을 이장 선출 시 여성이 피선거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이장 선출에 여성이 배제되는 것은 명백한 성차별이므로 시정을 원한다’는 진정을 제기했다. 

김 교수는 추동마을에서 나고 자랐다. 독일 유학 등을 마치고 전주 우석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지만, 거주지는 추동마을이다. 귀향이자 귀촌인 셈이다. 

그는 추동마을 등 농촌사회 여성에 대해 “시골에 거주하는 여성은 70~80세라 하더라도 의사결정 과정에 참여하지 못해도 이를 부당하다고 여기지 않기 때문에 사실상 발언권이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해당 진정 건의 결과와 관련, “피해 사실을 인정하지만 피해자로 특정되는 것을 거부한 것 역시 이 같은 구조에서 기인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진정 배경은.
처음 발단은 이장 선출이 아니라 마을 도로확장 보상금이었다. 이장을 비롯해 마을 남자들 7명이 배분 기준을 정했는데 누구는 280만원, 누구는 140만원을 준다고 했다. 마을 전입 100년이 기준이었다. 

이미 돌아가신 아버지들의 서류까지 들춰 가며 토박이들에게 유리한 기준을 만든 것이다. 마을을 움직이는 사람들을 살펴봤는데, 이장 선출 과정에서 여성이 배제됐다는 것을 알고 진정하게 됐다. 

-피해자가 특정되지 않았다.
아쉬움이 크다. 피해자가 특정됐다면 아마 ‘각하’가 아닌 더 강력한 결정이 났을 것이다. 피진정인인 순창군수와 동계면장의 피해보상을 이끌어 냈을 수도 있었을 텐데….

피해 사실을 진술한 분은 순창군연합회장(새마을회장)을 3선으로 12년 동안 했고, 동계면 노인회장(여성)을 12년이나 한 분이다. 그럼에도 이장을 한 번도 한 적이 없는데, 만약 마을 남자들이 “이장 한번 해보시라”고 했다면 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여자가 무엇이 되려고 하면 남자들이 시켜줘야 한다고 진술했다. 그분도 대외활동을 많이 한 분이지만 결국 이장 등과의 관계를 고려해 피해자로 특정되는 것을 거부했다. 농촌사회에서 여성이 처한 현실을 대변하는 듯해서 안타깝다. 

-농촌사회 여성들이 가진 마을 의사결정 구조에 대한 인식은. 
마을 의사결정 과정에서 배제가 돼도 이를 차별이라 인식하지 못하는 것은 옛날 사고방식 때문이다. 과거 3대가 한집에 살 때는 굳이 여성이 마을 총회 등에 나서지 않아도 남자들이 참여해 집안을 대표했다. 지금 고령화된 여성들은 아직도 옛 관행에 익숙하다. 

특히 최첨단시대에 마을 대소사를 마이크를 통해 전달한다. 결국 의사결정 구조 안에 있는 몇몇 사람들에게 담합을 할 수 있게끔 발판을 만들어 주는 것이다. 

-농촌사회에서 여성의 비중은.
여성을 차별하는 잘못된 관행을 고치려 해도 “내가 말했다고 하면 안 돼”라며 나서길 꺼린다. 남편이 죽고 여성이 혼자 지내는 경우가 많은데, 혹시 이장 등 발언권이 센 마을 남자들에게 미운털이 박혀 나중에라도 불이익을 받을까봐 노심초사하는 모습을 많이 봐왔다. 

예를 들어, 마을 도로를 포장하는 데 기울기를 잘못 기입해 혜택을 받지 못하거나, 제설용 염화칼슘을 적게 받거나, 뱀이 나오는데 누구는 처리를 해주고 누구는 안 해주고 등까지 고민한다. 

-농촌사회를 지배하는 문화는. 
가부장 문화와 이에서 파생된 텃세 등이다. 특히 농촌사회에 작용하는 텃세는 시골이, 농촌이 죽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은퇴 뒤 귀농하려면 이장이 사인을 해줘야 하는 여러 서류들이 있는데, ‘마을발전기금’ 운운하며 사리사욕을 채운 사례들이 얼마나 많은가. 

공무원들도 문제다. 공무원들 중 몇 명이나 농촌사회에 거주한다고 보는가. 책상에 앉아서 정책을 입안하기에 현실과 동떨어진 실효성 없는 공문들이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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