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업열전 – 경기 양평 ‘델레떼’ 김성은·지윤 자매
“프랑스에서 귀국한 언니가 창업을 제안했을 때, 제철에 따라 아이스크림을 개발한다는 발상이 색달랐어요. 언니를 믿었고 저도 자신 있었습니다.” (김지윤 델레떼 공동대표)
“출세하려면 왜 상경하라고 할까요? 농촌에 기회가 참 많아요. 지역농업인들과의 인연도 소중하고, 델레떼 본점은 양평이고 싶어요.” (김성은 델레떼 대표)
지역농산물 존중하는 ‘팜투테이블’ 실천
주민들과 소통하며 맞춤 레시피 개발
프랑스에서 농촌 이주
성은·지윤 자매는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 성장했다. 현지에서 호텔경영학을 전공하고 요식업계 셰프를 두루 경험한 세월만 22년. 김성은 델레떼 대표가 먼저 귀국하고 주거지를 옮겨 다니던 중에 경기 양평에 발길이 닿았다. 한강 유역의 상수원 보호구역으로 개발이 제한된 지역적 특색을 알게 됐고, 친환경농업으로 소신을 지키는 주민들과 인연을 맺으면서 정착했다.
“양평은 산과 계곡이 많고 평지가 적어서 다양한 작물을 조금씩 재배하는 중소농이 많아요. 도시에서 보기 힘든 특용작물도 접할 수 있어서 ‘여기다!’ 싶었죠.”
델레떼가 자리 잡은 양서면 인구는 1만3천명 안팎. 상권을 유지하기 쉽지 않은 인구수다. 대표농산물이 없는 건 오히려 장점이었다. 그는 프랑스에서 가치가 높은 식문화였던 ‘팜투테이블’(텃밭에서 식탁까지)을 우리나라에서 실천하기로 다짐했다.
“한 끼 식사보다는 접근하기 쉬운 디저트로 접근했어요.”
양서면에서는 프랜차이즈 업체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지역과 밀접하게 교류해야 살아 남는다’는 것이 김 대표의 지론이다.
제철에 맞춰 레시피 개발
김 대표가 농촌에서 가장 먼저 문제의식을 느낀 건 우리나라의 농산물 유통구조다.
“과일류가 후숙되면 유통 중에 신선도가 떨어져 미리 수확하게 되고, 정작 가장 맛있을 때의 농산물은 마을주민끼리 나눠먹어 처리하는 상황이 이어졌어요. 마을에서 소비하기엔 양이 터무니없이 많아요.”
농산물은 조그만 흠집에도 비품이 됐다. 코로나19 시기에는 학교급식이 중단돼 농산물이 남아돌았고, 농업인들은 발을 동동 굴러야했다.
“농산물을 갈아서 가공하는 아이스크림은 농촌의 어려움을 해소시켜줄 돌파구가 될 수 있을 거예요.”
지난해 김성은 대표는 양수역 인근에 ‘델레떼’를 오픈하고, 지역농업인들과 교류했다.
“이명박 정부 시절에 4대강 사업에 맞서 농지보존 투쟁에 앞장섰던 농업인들을 찾아갔어요. 그분들을 통해 지역농산물 수급에 속도가 붙었어요.”
지역농업인과 교류에 힘써
델레떼에서는 농산물의 생장시간을 기다려서 제철에 맞춘 아이스크림 레시피를 개발한다. 그렇게 연락을 주고받는 지역농업인만 10여명.
농업인들은 “가공해보려 해도 청과 잼밖에 모르는데, 이런 농산물로도 아이스크림이 되냐”면서 매장을 찾아온다고 했다. 그러면서 지난한 세월을 동고동락하던 농산물이 아이스크림으로 탈바꿈하는 것을 보고는 눈이 휘둥그레진다고 했다.
사연을 갖고 탄생한 메뉴들은 더 애착이 간다. 젊은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는 ‘민트초콜릿’에 활용 가능한 토종민트를 소개해준 농업인 덕분에 델레떼의 인기 맛 중 하나로 자리매김하는 성과도 있었다.
“농산물을 가져와서 동생이랑 쿵짝쿵짝하고 만들어봐요. 소규모업체여서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바로 실행해볼 수 있는 게 큰 장점입니다.”
델레떼의 다양한 시도를 인정해준 건 소비자들이다. 프랜차이즈 아이스크림에 익숙한 소비자들이 델레떼 아이스크림을 맛보고 차이점을 알아챈다고. 도시에서 열리는 ‘마르쉐’ 등 팝업행사에 참여하면 로컬푸드의 진미를 알아봐주는 도시민들의 뜨거운 반응에 자부심을 갖게 된다는 김 대표.
“봄에는 도다리쑥국을 먹는 것처럼 디저트와 아이스크림에도 계절감을 불어넣고 싶어요. 델레떼만의 특색을 알리고 경쟁력을 높여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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