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획특집 - 우리학교·우리마을이 달라졌어요~

■  전남 해남 삼산초등학교 ‘골프·승마 특성화교육’ 

상쾌한 바람과 새들의 노랫소리에 맞춰 삼남매의 아침은 시작된다. 전남 해남군 삼산면 삼산초등학교에 다니는 이하름(9), 하록(11), 하린(13) 학생은 아침이 즐겁다. 서울에 살던 김하나씨는 지난 9월 삼남매와 이곳 무선동 한옥마을로 내려왔다. 김씨는 등교를 거부하는 아이들과 더는 실랑이를 벌이지 않는다. 김씨는 올해 초 유학 6개월 연장을 신청한 상태다. 

서울에서 나고 자란 김씨는 아이들이 마음껏 뛰어놀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 ‘단독주택 거주’라는 꿈을 키우고 있었다. 그는 “여기 오니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것을 너무 좋아한다”면서 “오히려 주말이 싫다고 할 정도로, 내려온 뒤 단 하루도 결석해 본 적이 없다”고 전했다. 

전남 해남 무선동 한옥 유학마을에 거주하는 ‘가족체류형’ 유학생과 가족
전남 해남 무선동 한옥 유학마을에 거주하는 ‘가족체류형’ 유학생과 가족

 

무선동 한옥마을서 바라던 가족의 모습 실현
삼남매 “흥미 만점…주말에도 학교가고 싶어요”
두자매 엄마, 마음의 병 낫는 아이 보며 ‘흐뭇’

아이와 갈등으로 힘겨웠던 일상

김씨가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는 이렇다. 2년 전 코로나로 인해 대면 수업에서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던 때다. 첫째 하린이가 초등학교 4학년이 되면서 사춘기에 접어들었다. 김씨와의 갈등은 깊어졌고, 하린이의 이유 없는 반항에 김씨도 모든 걸 내려놓고 싶을 정도로 힘들었다.

아이들이 학교에서 받아 온 전남 ‘농산어촌 유학 신청’ 공문은 한 줄기 빛이었다. 필라테스 강사였던 김씨는 딸과 깊어진 감정의 골을 회복할 수 있는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마감 2시간 전 급하게 신청서를 제출했다. 

여러 곳 중 김씨는 콕 집어 해남 삼산초로 결정했다. 골프와 승마라는 삼산초 특성화교육에 더해 천연잔디 운동장과 두륜산의 빼어난 자연경관이 어우러진 예쁜 학교였다. 삼산초는 유학생과 학부모가 머무는 무선동 한옥마을에서 차로 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그러나 학교에선 차량으로 아이들의 등·하교를 돕는다. 

김씨는 이곳에서 사소하더라도 일상의 원칙을 세우게 됐고, 아이들과 깊게 교감도 할 수 있게 됐다. 

삼남매의 학교생활도 서울과 많이 다르다. 학습 위주의 교육이 아닌, 초보자들이 재미있게 배울 수 있는 스내그 골프와 승마체험, 주마다 진행하는 체험학습 등이 아이들의 흥미를 이끈다. 

삼산초의 특성화교육은 지난 2019년에 도입돼 자부담 없이 학교 지원으로 1:1에 가까운 맞춤별 교육이 가능하다. 지역을 대표하는 4명의 골프선수는 학교의 자랑이다. 삼산초는 골프학교로 소문이 나면서 전학생이 꾸준히 늘어나 올 3월 기준 전교생 36명 중 유학생이 7명으로 19.4%를 차지한다. 

무선동 한옥 유학마을에서는 평일에는 삼산초등학교에서 스내그 골프와 승마 체험을, 주말에는 한옥마을에서 요리활동 등 다양한 체험을 즐길 수 있다. 지루할 틈 없이 유학 온 가족들에게 다채로운 일상이 펼쳐진다.

학원 스트레스 유학으로 치유 

김씨와 친구 사이로 같은 시기 유학 온 황선미씨는 노윤하(8), 윤서(11) 두 딸의 엄마다. 서울의 학원 셔틀 중심지에 살면서 윤서는 다람쥐 쳇바퀴 돌 듯 학원 4곳을 번갈아 다녔다. “윤서는 발레 학원 안 보내?”라는 지인들의 말에 과하다 싶을 정도로 학원 수를 늘렸고, 아이는 틱 장애 등 마음의 병까지 얻게 됐다. 아이의 증상은 날로 심해졌었다고 한다. 

자매는 하교하면 황씨에게 시시콜콜한 학교 이야기를 하느라 바쁘다. 그러다 잠드는 게 하루의 일상이 됐고, 처음엔 어색했던 일과도 이젠 익숙해졌다. 자매는 학교가 너무 좋다. 친구들과 운동장에서 뛰어놀고, 겨울에 눈이 많이 온 날이면 전교생이 운동장으로 뛰쳐나와 눈사람을 만든다. 

“엄마, 오늘 호박전 해줘.”

농촌학교와 농촌마을의 일상은 편식이 심하던 아이들의 입맛마저 바꿔놨다. 아이들은 신체활동이 부쩍 늘면서 금방 배도 고프다.

황씨는 농촌 유학생활의 아쉬움도 전했다. 거주공간에는 냉장고만 있을 뿐, 아이들 책상이나 전자레인지, 밥솥 등이 없다. 그래서 황씨는 용달차를 불러 사용하던 매트리스, 그릇, 냄비 등 필요한 물건들을 가져왔다.

특히 겨울철 코끝 시린 한옥생활을 견디기가 쉽지 않았다. 난방비만 한 달에 40만원가량인데도 추위를 떨치지 못했다. 연간 6만원을 지불하는 세탁실은 공용이다.

황씨는 “학원에 전전긍긍하는 아이를 보면서 부모 욕심이 화를 부른 것 같아 안타까웠다”면서 “인천에서 도금 사업을 하는 남편의 외로움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올해 1학기를 마치고 서울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래도 윤서가 마음의 안정을 찾아서 다행”이라고 전했다.

윤서는 그동안 자신감도 얻고, 밝고 쾌활하던 이전의 상태로 바뀌었다. 하지만 마음 한편엔, 서울로 돌아간 뒤 과거의 일상을 다시 반복해야 하는 게 아닌가 하는 두려움도 느낀다.

병풍산에 둘러싸인 한옥 유학마을

무선동 한옥마을은 약 40년 전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한옥으로 조성된 민박마을이다. 해남읍에서 5㎞ 거리 두륜산 끝자락에 위치한 이곳은 한옥 16동이 자리해 있다. 

인근 산삼초등학교, 두륜중학교와 연계, 2019년부터 유학마을로 지정됐다. 현재 2명의 학생이 한옥마을 내 가정(농가홈스테이형)에서, 3가족이 ‘가족체류형’으로 머물고 있다. 

윤문희 무선동 한옥 유학마을 대표는 “코로나19 때도 이곳은 청정지역인 만큼 휴교 없이 등교했다”면서 “자연친화적인 시골학교인 데다 한옥에 머물기 때문인지 아이들의 습관도 많이 개선된다”고 강조했다. 

한옥 유학마을은 요리, 도자기 만들기, 다도·예절 배우기, 화분심기, 서예 등 주말프로그램을 운영, 유학 온 가족에게 다양한 체험활동을 선보인다.

한옥 유학마을 윤문희 대표는 요리활동 등 주말프로그램을 운영, 유학 온 가족을 대상으로 다양한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한옥 유학마을 윤문희 대표는 요리활동 등 주말프로그램을 운영, 유학 온 가족을 대상으로 다양한 체험을 진행하고 있다.

 

■ 전남 해남의 5년 정주형 장기유학

‘주거와 교육’ 두 마리 토끼 잡다

‘작은학교 살리기’와 연계 
가구당 2천만~2500만원 지원 

전남 해남군은 작은 학교를 지키고 인구소멸위기에 처한 시·군에 학령인구와 경제활동이 가능한 인구를 유입하기 위해 5년 정주형 장기유학을 운영하고 있다. 북일초등학교와 두륜중학교를 대상으로, 유학 온 지역에 최소 5년 이상 전 가족이 이주해 생활하는 정주형 장기유학인데 지난해 기준 19가구 총 35명이 생활하고 있다. 

전남 해남군 북일면 만수리에 위치한 장기유학 공급주택의 수리 전 모습(사진 왼쪽)과 이후의 모습
전남 해남군 북일면 만수리에 위치한 장기유학 공급주택의 수리 전 모습(사진 왼쪽)과 이후의 모습

해남군은 지역개발공모사업 중 ‘작은학교 살리기와 연계한 생활거점 조성사업’에 응모해 교육부 ‘농어촌 교육여건 개선사업’과 협업으로 추진하는 공모사업에 선정됐다.

이에 북일면을 시작으로 현재 계곡면, 현산면에서 5년 정주형 장기유학을 확대 시행하고 있다. 농가주택 1가구당 2천만~2500만원의 수리비용을 지원하는데, 모두 30가구에 지방소멸대응기금 6억원을 지원한다. 

 

■ 미니 인터뷰 - 박재의 해남교육지원청 장학사

“작은학교, 특색교육 절실”

5년 정주형 유학은 해남군청에서 접수한 유학생 가족에게 주거를 무상으로 지원하고 지자체와 연계해 일자리도 제공하고 있다. 

해남군은 북일면, 계곡면, 현산면 등 3곳에서 5년 정주형 유학을 운영하고 북일초등학교와 두륜중학교가 참여하고 있다.

정주형 유학을 3년째 진행 중인 북일초등학교는 기존 30명 안팎이었던 학생 수가 올 3월 기준 63명으로 두 배가량 늘었다. 북일면은 해남군에서 유일하게 인구가 증가한 지역이기도 하다. 특히 현산초등학교는 정규직은 아니지만 유학 가족의 일자리도 제공함으로써 안정적인 경제활동을 돕고 있다.

해남군 관내 초등학교 20곳 중 올해 1학년 학생들이 없는 학교가 3곳이나 된다. 다양한 지원사업에도 시골 작은 학교들은 어렵고 힘들다. 지원도 중요하지만 작은 학교가 살아남기 위해서는 특색교육과정이 절실하다. 먼 곳의 학생들도 유입될 수 있는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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