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풍당당 – 차미숙 충남 청양군의회 의장

지방의회는 여성정치인의 산실이다. 지난해 6·1지방선거에서 여성은 광역의회 19.8%, 기초의회에 33.4%에 이르렀다. 비록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지방정치는 생활정치인만큼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전문성을 발휘한다면 여성의 권익과 삶의 질 향상에 긍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 여성으로서 유리천장을 깨고 충남 청양군의회 의장에 오른 차미숙 의장을 만났다. 그는 지난 1997년부터 정산자율방범대장과 정산적십자 봉사대 총무, 새마을부녀회 등에서 어려운 환경에 처한 생활보호대상자나 소년소녀가장들에게 자활의지를 심어주면서 군민을 위한 봉사를 실천해 왔다.

차미숙 청양군의회 의장은 여성농업인의 의견에 귀를 기울이겠다고 다짐했다.

청양농업 발전 위해 ‘푸드플랜’ 지켜나갈 터
청양군보건의료원 교통편 개선으로 생활편의 증진

-의장으로 우뚝 서기까지.
청양에 54년 동안 살면서 군민들에게 봉사해 왔다. 지난 2018년 제8대 청양군의회 의원에 당선되자마자 전반기 부의장을 맡았다. 자원봉사회장, 소방의용대장, 자율방범대장 등 청양 구석구석에서 어려운 이웃을 돕기 위해 힘썼다. 내 장점은 손이 빠르고 일머리가 좋다는 것이다. 눈썰미가 있어서 김장 300인분 담그는 건 일도 아니다. 주변에서는 ‘봉사의 달인’ ‘봉사의 여왕’이라 추켜세웠다. 지나고 나니 내가 즐거워서, 나를 위해 하는 봉사였던 것 같다.

적십자봉사회 청양지구협의회 총무를 5년 하고 새마을부녀회에서도 활동하며 봉사에 주력했다. 어려운 이웃을 발굴하고, 소년소녀가장과 자매결연을 맺어 김장을 담가 나눴다. 새마을부녀회에서는 지원금이 있어서 부식비에 대한 걱정이 없는데, 봉사를 열심히 하니까 밑반찬봉사를 하면 주민들이 식재료를 더 갖다 줬다. 반찬 가짓수가 푸짐해져 군민들의 호응이 높았다.

- 청양은 대표적인 농업군이다.
농지 9917㎡(3000평)에 매실나무와 구기자를 재배하고 있다. 지역사회에 봉사하면서 음식 만드는 걸 좋아하게 됐고, 농산물에 관심도 많아졌다. 매년 청양 대표농산물인 구기자를 직접 생산하고 구증구포한 뒤 200~300근 정도 지인들에게 선물한다. 구기자를 구증구포해서 환이나 분말로 가공하면 저장성이 훨씬 뛰어나다는 것을 체감했다. 지인들도 건강에 두루 효과를 봐서 보람 있었다. 매실로 장아찌 담그는 일도 부지런히 하고 있다.

직접 음식을 만들다보니 건강 먹거리의 중요성을 피부로 느낀다. 의회가 농업인들의 어려움을 먼저 알고, 관심을 가짐으로써 우리 농업인들이 안전한 먹거리를 생산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겠다. 여성농업인이 뭘 원하는지 알아야 지원할 수 있다. 이에 청양군품목농업인연구협의회 부회장으로 활동했고, 농업기술센터의 다양한 교육에 관심이 많고 참여한다. 항상 농업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겠다.

- 푸드플랜정책이 각광받고 있다.
푸드플랜을 소비자 눈높이에서 관심 갖고 조언하기도 한다. 소비자는 포장·진열방식에 따라 선택을 하는데, 푸드플랜의 청양생산자들이 납품하는 대전직거래매장에 가보니 꽃차가 매대에 쌓여있었다. 생산자는 안 썩는다고 여겨 많이 진열하지만, 소비자는 안 팔린다고 본다.

포장재도 중요한데, 엉성하게 포장한 마늘을 보고 청양군지역활성화재단에 직접 매대 사진을 보내 부족한 점을 보완토록 건의했다.

청양군은 푸드플랜을 시작하면서 군민들을 위한다는 마음뿐이었다. 윤석열 정부의 농정이 푸드플랜에서 푸드테크로 바뀌었더라도 군민들이 원한다면 군에서 자구책을 마련해야 한다.

푸드테크 관련 어르신들이 공장형 스마트팜이나 과학영농을 한다는 건 현실적으로 힘에 부치는 게 사실이다. 푸드플랜으로 안전 먹거리를 생산하는 일은 진입장벽이 낮고, 농업인이라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다. 농업인들은 수익이 많고 적고를 떠나 보람된 일에 행복을 느낀다는 것을 잊지 말아야 한다.

- 의장으로서 성과는.
장애인과 고령여성군민에 관심이 많다. 전대 의회에서 청양군보건의료원 자리에 장애인회관을 짓는다고 의결한 사안이 있었다. 회관 건설만 앞두고 있었다. 당시 의료원에 지인이 있어 매일 가다시피 해 상황을 살폈다. 군수를 찾아가서 그 자리에 장애인회관이 들어서면 안 된다고 주장했다. 읍내가 복잡해서 주차자리도 없다고 건의했지만, 전대 의회에서 결정한 사안이라고 곤란한 기색이었다. 여러 차례 협의 끝에 장애인회관은 다른 곳으로 옮겨 짓고, 청양군보건의료원 터는 주차장으로 조성하기로 했다.

또한 청양군보건의료원이 어르신들이 찾아가기 불편한 위치에 있어 이를 개선했다. 시내버스가 의료원을 경유하도록 간이정류소를 만들었다. 고령인구가 많은 청양에서 병원 접근성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어르신과 장애인을 군민들이 보살펴줘야 하고, 의회에서도 적극 관심을 가져야 한다.

- 농촌여성신문 독자에게 한 말씀.
생활개선회는 청양군 여성단체 중 회원 수가 가장 많다. 과거 생활개선회에 가입해 회원으로 활동하기도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다양한 활동에 나서고 있었다.

농업·농촌, 여성농업인의 애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차미숙 의장이다.(사진 왼쪽은 정혜선 한국생활개선청양군연합회장)
농업·농촌, 여성농업인의 애로를 누구보다 잘 아는 차미숙 의장이다.(사진 왼쪽은 정혜선 한국생활개선청양군연합회장)

칠갑산장승문화축제에서 생활개선회를 만났는데, 협력이 잘되고 활발히 움직이는 것이 눈에 띄었다. 군민들을 만나면서 한 가지 아쉬운 점은 시대적 흐름에 둔감해진다는 것이다. 변화하는 정책에 관심을 갖고 소비자 요구에 발맞추는 노력이 마을단위에서부터 시작돼야 한다. 군민들을 이끌 중심역할로 생활개선회원들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성농업인이 결속력을 발휘해 농촌의 의식을 한층 더 높이는 데 생활개선회가 한마음 한뜻으로 활동해주길 바란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