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생활개선연합회장 탐방 - 기양순 충청남도연합회장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는 속담은 기양순 한국생활개선충청남도연합회장을 위한 말 같다. 전남 곡성이 고향인 기양순 회장은 충남 서산으로 시집왔다. 시조모와 시부모를 살뜰히 모시고, 시댁식구 8남매의 맏며느리로서 가정을 당차게 일구면서, 이웃과 화합해온 기양순 회장. 주변인들은 기 회장이 겉은 연약해보여도 한 번 마음먹은 것은 물불 가리지 않고 끝까지 해내는 뒷심 있는 여성농업인이라고 칭찬한다. 사람들을 아우르는 포용력은 회원들이 마음을 터놓고 소통할 수 있는 구심점이 되고 있다. 황금빛 풍년을 꿈꾸며 첫발을 내딛는 기양순 회장을 만나봤다. 

기양순 회장은 벼농사와 한우 150두를 사육하는 35년차 농업인이다. 지게차를 비롯한 각종 농기계를 능숙하게 모는 만능 여성농업인이다.
기양순 회장은 벼농사와 한우 150두를 사육하는 35년차 농업인이다. 지게차를 비롯한 각종 농기계를 능숙하게 모는 만능 여성농업인이다.

여성농업인의 자긍심 일깨워준 생활개선회
“농산물꾸러미로 5대실천과제 구체화할 터”

생활개선회 안살림 챙겨
2000년 서산 인지면생활개선회에 가입한 기양순 회장은 당시 36살이었다. 농촌에 온 새댁에게 주변에서는 총무 일을 권해, 마을의 안살림을 알뜰살뜰 챙기는 살림꾼으로 책임감이 강했다. 생활개선회는 물론 새마을부녀회 총무, 대한적십자회·주민자치위원회 임원을 두루 거치며 지역의 마당발로 자리매김하기 시작했다.

“8남매 집안의 맏며느리로 시집와서 9살 막내 시동생을 아들처럼 양육했어요. 식구가 많아 할일이 태산이었지만, 무슨 일이든 재밌게 하고 긍정적으로 살았네요. 그래도 바깥일이 많은 단체장은 적기에 농사일을 해야 되는 농촌에선 쉽지 않은 일인데, 이제는 시아버님도 남편도 밥걱정 말라며 응원해줘요.”

기 회장은 지난 4년 동안 생활개선서산시연합회장으로서 코로나19로 대면활동이 가로막힌 상황에서도 회원 70명에게 원예심리상담사 자격증을 안겨주는 역량강화교육을 진행했다. 배워서 실천하는 생활개선회의 모토를 재확인할 수 있어서 회원들의 호응이 높았다. 배움이 헛되지 않게 경로당에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을 성봉자 서산시연합회 신임회장과 함께 모색하겠다는 기 회장.

신사업 발굴해 단체 활성화
기양순 회장은 가정과 마을에서 기반을 다지며 한걸음씩 나아갔다. 올초 9천여 회원의 수장으로서 한국생활개선충청남도연합회장에 우뚝 선 취임식에서도 서산 인지면장과 마을주민들을 초대해 마음을 나눠 장내를 훈훈하게 만들었다. 기 회장을 모르던 내외빈도 그가 농촌사회에서 어떻게 마음을 베풀고 활동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었다.

“이름 없는 아낙으로 농사일만 할 뻔 했는데, 생활개선회에서 성장하면서 인정받고, 하나씩 꿈을 이룰 때마다 성취감에 전율을 느꼈어요. 도연합회장에 도전할 수 있는 용기도 얻었죠. 선거운동을 함께 다니며 힘을 북돋아준 생활개선서산시연합회 임원들에게 고마워요.”

충남도연합회에서 4년간 대의원으로 호흡을 맞춘 시·군 회장들은 기양순 회장에게서 외유내강의 성품이 엿보인다고 입을 모았다. 어려운 상황이 생겨도 대화를 통해 풀고, ‘흠이 없는 사람은 없다’며 안고 가는 인품이 생활개선회에 딱 맞는 인물이라는 평가다.

‘농심’ 담은 생활개선회 꾸러미
기 회장은 가족의 배려와 주변의 응원에 힘입어 충남도의 슬로건 ‘힘쎈(센) 충남, 대한민국의 힘’에 발맞춰 여성농업인들의 저력을 발휘하기 위한 계획을 자세히 소개했다.

“도회장 선거에서 생활개선회 살림살이를 늘려보겠다고 공약했어요. 회장이 되면서 충남도의회 농수산해양위원회 의원들을 찾아가 2024년 생활개선충청남도연합회 예산(안)을 증액하기로 긍정적인 답변을 받았어요. 김태흠 충남지사께 생활개선회의 목소리가 닿길 바라고, 회원들에게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고 싶습니다.”

그동안 충남도연합회에서는 5대 실천과제인 ▲이웃사랑실천 ▲우리 쌀을 지키자 ▲희망농업 확산 ▲자살예방 선도실천 ▲깨끗한 농촌 만들기 등에 방향성을 갖고 충실히 수행해 농촌사회에 귀감이 됐다. 이 중 이웃사랑실천은 홀로어르신과 1:1 결연을 맺는 말벗봉사로서 자살예방캠페인으로 이어져 과거 충남도의 3농혁신 시절 주목받았다.

기양순 회장은 5대 실천과제가 무늬뿐인 표지판이 되지 않도록 부족한 점을 보완해 내실을 다지겠다는 포부다.

“앞으로는 ‘생활개선충청남도연합회’ 표식을 새긴 꾸러미상자를 준비하고, 물품도 실속 있고 건강한 시·군 대표농산물로 구성해볼 계획이에요.”

기 회장은 시·군 생활개선회에서 실천하는 자살예방사업에 꾸러미사업을 연계해 농산물 소비촉진에도 기여하겠다고 강조했다.

농산물꾸러미사업의 선한 영향력을 근거리에서 체감한 기양순 회장의 이유있는 자신감이다. 2012년부터 생활개선서산시연합회에서 실시하고 있는 이 사업은 회원들의 상자 활용빈도가 높고, 농업기술센터에서도 긍정적으로 평가해 1천만원에서 1500만원으로 50% 예산을 증액했다.

농기계 운전실력 높일 터
생활개선충청남도연합회는 2015년부터 생활개선중앙연합회에서 실시하던 가족경영협약교육을 도 차원에서 주도적으로 실시해 가족경영의 바람직한 방향을 시·군으로 확산시키고 있다.

기양순 회장도 가족경영협약의 효과를 톡톡히 봤다. 한우 150두를 아들에게 승계하고 남편과 벼농사 6만6115㎡(2만평)에 매진하고 있다.

“농촌에서 농기계를 못 다루면 농사짓기 힘들어요. 지게차에 수확한 벼를 싣고 도정하러 이동하는 건 농업인이라면 기본이죠.”

기 회장의 뒷모습은 순식간에 ‘04아 4410’ 번호판으로 바뀌었다. 요란스러운 지게차의 소음에도 꿈쩍없이 전진, 후진, 쌀가마니를 올렸다 내렸다 능숙하게 작동시키는 기 회장의 모습에 ‘걸크러쉬’(여성이 다른 여성을 선망하거나 동경하는 마음)를 느꼈다.

“농촌여성들이 아프지 않고 농사지을 수 있는 방법을 전하고 싶어요. 한평생 농사만 짓다가 뒤돌아보니 고령화된 농촌이 보였고, 생활개선회원들의 연령대가 농업을 운영하는 실질적인 주역이더라고요.”

오는 7월 충남도연합회에서 실시하는 ‘여성농업인 소형농기계교육’에 회원들이 참여해 소형굴삭기, 지게차 자격증 취득에 집중하기로 한 점에서 기 회장의 의지를 단적으로 느낄 수 있다. 그는 여성농업인이 접근하기 수월한 농기계가 영농현장에 많이 보급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국생활개선충청남도연합회장이란 중책을 맡아 집을 나설 때마다 무거운 책임감을 느껴요. 시아버님과 남편이 '잘 다녀오라'는 응원은 제게 큰 힘이 되고 있습니다. 가족에게 받은 따뜻한 사랑을 생활개선회에 전할 수 있도록 초심을 잊지 않고, ‘힘쎈(센) 충남’의 주역으로 여성농업인의 역량을 발굴하는 데 생활개선회가 중추적인 역할을 다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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