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가 FTA 시대, 여성의 창의·협력이 농업·농촌 지킨다 ③경남 거창 '모전여전' 박진강 이수미팜베리 실장

세계 무역환경은 양국 간 FTA(자유무역협정)를 넘어 RCEP, CPTTP 등과 같은 다수 협상국 간 규범을 정하고 이를 활용하는 일명 ‘메가 FTA’ 시대로 접어들고 있다. 무한경쟁의 글로벌 무역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해선 농업의 다양한 분야에서 경쟁력 강화가 시급하다. 정부는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하고자 청년농업인 육성에 박차에 주력하고 있으며, 특히 최근 들어 참신한 아이디어와 열정으로 농업경쟁력을 키우고 있는 청년 여성농업인의 활약이 두드러지고 있다.

본지는 전국 각지에서 대한민국 농업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여성, 특히 청년 여성농업인을 찾아 미래 한국농업의 가능성과 희망을 제시한다.

항산화 물질이 함유된 블랙베리의 줄기를 전통장에 접목한 박진강 이수미팜베리 실장
항산화 물질이 함유된 블랙베리의 줄기를 전통장에 접목한 박진강 이수미팜베리 실장

하루 최대 800명 방문… 번호표 뽑는 농가레스토랑 운영
5색5미 베리류 직접 재배해 건강한 디저트 레시피 개발
한농대 졸업생으로 농가공식품 개발해 부가가치 높여
“1·2·3농장 운영하며 완성도 높은 치유농업 선보일 터”

수준 높은 농촌융복합산업 실현
경남 거창 읍내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탁 트인 전경이 답답했던 가슴을 뻥 뚫리게 해준다. 4만6280㎡(1만4000평) 베리농장에서 불어오는 맑은 바람에 힐링되는 곳. 하루 최대 800명 방문해 웨이팅이 있는 ‘이수미팜베리’는 경남관광재단에서 문화, 전통, 자연 테마별 25곳을 선정한 경남유니크베뉴다. 팜웨딩과 돌잔치, 소모임 장소로 불티나게 예약이 마감되는 이곳에서 모든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박진강 실장을 만났다.

“농촌융복합산업에 주 고객층은 도시민이에요. 도시 사람들도 세련되고 깔끔한 장소에서 농촌의 여유를 즐겨야죠. 허름하고 지저분하고 서비스도 엉망이면 두 번 다시 안 올 겁니다. 농촌이라고 투박하게 농촌다움만 강요해선 안 된다고 생각해요.”

경남 거창 거창읍 가지리 1597-20. 오르막길 끝에 자리 잡은 이수미팜베리농장은 압도적인 스케일을 자랑한다. 165㎡(50평) 규모의 건물은 우드톤의 세련된 외관으로 350m 고도에 위치한다. 통유리창으로 베리밭과 거창읍내가 한 폭의 그림처럼 담긴다. 1층 체험장, 2층은 식사와 디저트, 차를 마실 수 있는 농가레스토랑 겸 카페다.

박진강 실장은 거창에서 나고 자라 농사짓는 어머니에게서 많은 가르침을 받았다. 어머니 이수미 대표는 1992년 양계업을 시작해 14년 동안 산란계를 사육했고, 컬러푸드의 가능성을 보고 남편을 설득해 2006년 농업인이 됐다. 블루베리, 블랙베리, 아로니아, 산딸기, 복분자를 유기재배하며 수확체험학습도 병행하고 있다.

유기재배를 지향하면서 농약과 제초제를 사용하지 않고 건강한 먹거리를 생산해내는 이수미 대표. 농번기 더위와 장마를 앞두고, 또 바쁜 농사일을 할 때마다 항상 써온 챙이 넓은 모자는 그의 트레이드마크다.

“저의 롤 모델인 어머니는 소비자들이 먹거리 유행에 현혹되지 않고, 바른먹거리를 경험해 인지능력을 높이는 공간을 조성하고자 팜베리를 설립했어요. 제대로 만든 과일스무디를 제공하고 인위적인 합성착향료에 길들여진 맛을 구분할 줄 아는 경험을 선사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 생산되는 베리만 연간 5톤에 달한다. 이 물량은 전량 팜베리에서 맛있는 음식으로 재탄생하고 있다. 베이커리와 원두커피는 물론이고 친환경축산 시스템으로 생산한 베리 임실치즈 돈가스는 건강한 한끼 식사로 손색없다. 직접 재배한 5가지 베리와 산양산삼을 100% 활용한 복분자요거트스무디, 복분자에이드, 딸기스무디, 산딸기젤라또, 복분자산양산삼젤라또는 원물 그대로의 깊은 맛으로 이곳에서만 경험할 수 있다.

박 실장은 이수미 대표의 시원시원한 배포와 비범함을 그대로 물려받았다는 게 주변인들의 평가다. 5가지 베리의 특성에 맞춘 가공레시피를 연구하고, 개발에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박진강 실장은 이수미팜베리의 소비촉진 역할에 나서고 있다.

“농업인이라고 촌스러운 사진촬영은 사양이에요~”라며 이수미팜베리 정원의 치유기능을 알리고 있는 이수미·박진강 모녀
“농업인이라고 촌스러운 사진촬영은 사양이에요~”라며 이수미팜베리 정원의 치유기능을 알리고 있는 이수미·박진강 모녀

농수산가공전공 1기 졸업
박진강 실장에게 꿈의 날개를 달아준 건 국립한국농수산대학(이하 한농대)에 2019년 입학해 농수산가공전공을 수학하면서다.

당시 농수산가공전공 모집인원은 농수산인재전형, 도시인재전형, 일반전형을 합산해 30명이었다.

농수산가공전공 1기로 입학한 박 실장은 식품가공의 이론과 실무를 충실히 익히며 적극적으로 학업에 임했다. 한농대에서 가공산업 전문인력 양성과 영농 정착 지원을 위한 현장실습 교육의 내실화 등을 위해 완주군과 농산물가공센터를 연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게 된 건 박 실장에게 현장감을 익힐 수 있는 기회였다. 처음으로 농장을 벗어나 식품공장에 8개월 동안 실습을 나가 산업현장을 경험했다.

“삶의 공간으로서 농촌에서 앞날을 만들어나가야 해요. 아이디어를 얻고 싶으면 박람회에 가고, 배움이 필요하면 식품회사를 견학하고 스스로 움직이고 공부해야 경쟁력을 키울 수 있어요.”

현장실습은 ▲가공 전문인력 양성을 위한 현장실습 프로그램의 운영과 활용 ▲영농 정착 지원을 위한 현장실습 교육 등 평생교육 과정 운영 ▲신기술 영농 활용과 첨단 농기계 활용 교육과정 운영 ▲주류산업 발전을 위한 공간과 인적 자원의 공동 활용 ▲식품 가공정책과 사업에 대한 협력을 중심으로 운영돼 학생들이 농업 현장에 쉽게 정착하고, 다양한 농업기술을 전수받아 역량을 키울 수 있도록 진행됐다.

“명인특강이 ‘꿀잼’이었어요. 수십 년간 음식분야에 몸담은 명인들의 생생한 강의에 귀가 쫑긋했습니다. 안토시아닌·폴리페놀 등 항산화 물질이 함유된 블랙베리의 줄기를 전통장에 접목해 나만의 전통장을 개발했어요.”

박 실장은 팜베리에서만 맛볼 수 있는 즉석가공식품을 뛰어넘어 어디에서나 간편하게 먹을 수 있는 젤라또패키지를 개발하며 디저트식품 다양화에 주력하고 있다.

“먹거리가 다양해지면서 디저트 분야에 우리농산물에 대한 활용 가치와 다양성을 보여주고 싶어요. 가정에서 필요한 천연조미료에도 관심 있어 식품연구를 거듭하고 있습니다.”

베리를 활용한 식초, 간장, 고추장, 된장이 숙성되고 있는 장독 너머 펼쳐진 전경이 이수미팜베리의 백미다. (사진출처:경남관광재단)
베리를 활용한 식초, 간장, 고추장, 된장이 숙성되고 있는 장독 너머 펼쳐진 전경이 이수미팜베리의 백미다. (사진출처:경남관광재단)

끊임없는 농촌공간 계획
이수미 대표와 박진강 실장은 한뜻으로 농촌공간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박 실장은 트렌디한 감각과 소비동향을 체크해 이 대표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하고, 끊임없는 공간구성으로 농촌융복합산업 완성도를 높여나가고 있다. 1차농산물과 더불어 살고, 농산물 가공장, 농가레스토랑 운영에 이어 독채펜션 4동을 건립했다. 한자리에서 먹고, 자고, 장기간 쉬어갈 수 있는 힐링코스를 실현한 것이다.

“잠을 자봐야 자연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어요. 한동안 문학인이 머물렀어요. 영감을 얻고 집필하는 공간으로 사용했어요. 테라스에서 야경을 보며 와인을 마시기도 했죠.”

농촌이 주는 힐링을 만끽한 숙박객들의 입소문으로 지방의 어느 펜션보다 운영이 활발히 되고 있다는 것이 이수미 대표의 설명이다.

이 대표는 “펜션을 농가레스토랑보다 높게 지어 야경을 함께 감상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며 “산세와 일출, 석양, 풍향, 일조량을 꼼꼼히 따져 과학적으로 공간을 배치했다”고 자랑했다.

앞으로 이수미팜베리는 힐링은 물론 복지의 공간으로 농업과 의료가 결합한 프로그램 개발을 추진한다. 이를 위해 제1농장(이수미팜베리), 제2농장(산양삼농장), 제3농장(치유공간 산)으로 규모를 확장했다.

박 실장은 기존의 삭막한 요양원이 아닌 자연과 함께하는 공간구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르신이 텃밭을 경작하고, 건강하고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등 다양한 유형의 노후생활을 개발하겠다는 포부다.

이수미·박진강 모녀는 “풍요로운 농촌자원에 방향성을 접목하면 어떤 직업보다 경쟁력 있는 직업이 농업인”이라고 한목소리를 냈다.

농업·농촌을 활력 넘치게 변화시키는 선두에서 모녀의 도전은 계속된다. 

■ 박진강씨는요~ – 최한석 한국농수산대학교 농수산가공전공 주임교수
“위기를 기회로… 강단 있는 예비 여성CEO”

최한석 교수
최한석 교수

- 신설된 농수산가공전공은.
식품기업은 대량생산이지만, 농가에서는 원재료를 직접 생산하며 자신만의 특색을 가진 가공식품을 개발하는 기술에 역점을 두고 있다. 다양한 교육이 체계적으로 실시되는 가운데 제과·제빵기술과 발효기술이 특화돼 있다. 박진강 학생은 베리를 활용한 전통주 발효기술에 관심이 많았고, 제과·제빵기술을 한농대에서 체득했다.

- 박진강씨에 대한 평가는.
농수산가공전공이 신설되고 초창기에는 시행착오도 많았다. 어수선한 와중에도 성실한 학생이었다. 예의가 바르고 주변사람들을 배려해 가정에서 교육을 잘 받은 학생이라는 인상을 줬다. 실습교육이 끝난 뒤에도 남아서 뒷정리를 솔선수범하던 모습이 기억에 남는다.

- 교육을 진행하며 에피소드는.
농수산가공전공은 2학년이 되면 현장실습을 8개월 동안 나가는데, 박진강 학생에게 시련이 있었다. 가정간편식으로 농산물을 가공하는 식품회사에서 생활하면서 가공공장 직원과 갈등이 있었다. 식품회사의 어두운 단면을 알게됐고, 대학에서 상담을 통해 해결방안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박진강 학생이 내공을 쌓아 가공사업을 펼칠 때 자양분이 됐다.

- 앞으로 기대되는 부분은.
강단 있는 학생이다. 일반적으로 위기를 겪으면 자포자기할 수 있는데, 외부 환경변화에 자극 없이 자신의 일을 찾아 묵묵히 밀고 나갔다. 시련에 좌절하지 않고 기회로 승화하는 능력과 끈기가 있는 학생이었다. 예비 여성CEO로서 80점 이상이다. 앞으로 성장세가 기대된다. 조금만 더 가다듬고 주어진 환경을 개선해 보강하면 더욱 큰 인물로 성장하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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