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주 “외국인근로자들이 숙소 깨끗이 사용했으면…”

청경채 출하를 앞두고 외국인근로자의 손길은 더욱 바빠졌다.
청경채 출하를 앞두고 외국인근로자의 손길은 더욱 바빠졌다.

새로움을 알리는 3월. 기온이 올라 땅이 녹고 농촌에서는 한 해 농사의 순조로운 출발을 시작하려는 움직임이 바빠지는 달이다.

비닐하우스 60동을 소유한 경기 용인의 청경채 농장주 김모씨는 지난해 10월 사비로 건물을 지어 고용노동부로부터 허가를 받고 고용한 상주 외국인근로자의 새 보금자리를 마련했다.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10년 가까이 동고동락한 13명의 외국인근로자를 위한 통 큰 결정이었다.

농기계·자동차 운전하면 임금에 웃돈
건물 내부는 복도식 형태의 개인별 공간과 함께 안전을 위해 외부 주방시설을 별도로 마련했다. 용인은 전국 공급물량의 70%를 차지하는 대표적인 청경채 주산지로 지역 일대에 재배 농가가 몰려 있다.

상주 인력을 고용한 인근 농가에서는 정부 지침에 따라 빌라나 다세대 주택을 임차해 숙소로 사용하고 있다. 공공주택의 경우 농가의 임차료 부담과 외국인 근로자들의 출·퇴근이 쉽지 않아 농장과 가까운 비닐하우스를 개조해 쓰기도 한다.

“외국인근로자들은 웬만해선 본인 돈을 안 써요. 지금 숙소 전기세와 가스비도 내가 내주고 있으니 좋아하죠. 근데 언제까지 대신 내줄 수 있을지는 모르겠어요. 인건비가 하도 올라서요.”

외국인 근로시간은 오전 8시부터 오후 5시까지, 점심시간을 제외한 하루 8시간이다. 남성은 250만원, 여성은 220만원의 월급을 받는다. 농기계나 자동차 운전이 가능한 경우 기본임금에 수당을 더해 280만원이 넘는다. 이 때문에 외국인근로자들은 업무를 마치고 틈틈이 관련 기술을 습득해 ‘몸값 높이기’에 나서기도 한다.

청경채 씨 파종부터 포장·가공에 이르기까지 10년 된 외국인근로자는 숙련된 기술로 총 과정을 진두지휘하며 관리자 역할에 자부심을 갖고 업무에 임하고 있다. 다만, 김씨는 “외국인근로자 대부분 캄보디아, 베트남 출신이고 지은 지 얼마 되지 않은 숙소를 깨끗하게 사용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지난해 10월에 지어진 외국인근로자 숙소 내부 모습
지난해 10월에 지어진 외국인근로자 숙소 내부 모습

번거로운 절차에 마을 인력도 절레절레
이맘때 전남 완도 김모씨의 유자밭에선 거름내기와 나무 전지작업이 한창이다. 바다가 인접한 지역 특성상 양식장에서 고용하는 15만원 이상의 고임금 수산인력이 많다 보니 농촌에서도 영농인력 고용 시 임금을 적정선에 맞춰야 하는 부담감이 상당하다.

농한기에는 남성 일당 12만원, 여성 10만원으로 책정돼 있지만 농번기에는 2만원씩 추가로 얹어줘야 한다.

“농번기에는 인력수급이 원활하지 않고 인건비가 너무 올라 인근에서 포도를 재배하는 오빠와 아버지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어요.”

김씨는 1~2명 정도 상주 외국인근로자 고용도 생각했지만, 이내 접었다. 주거 관련 비용부담을 계산해 보니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농한기 가공 시 유자를 다듬는 간단한 작업은 7만~8만원 일당을 주고 동네 어르신을 고용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또한 만만찮다. 대개 자식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등록돼 있어 4대 보험 가입을 꺼리기 때문. 김씨는 “한 시즌 인건비만 수천만원에 달한다”며 한숨을 토했다.

동네 어르신들은 일당을 적게 받더라도 보험 가입절차가 수반되는 번거로운 노동에는 손사래를 친다. 지자체에서 운영하는 단기 공공근로에 참여하며 영농인력으로 투입될 경우 이중근로로 인해 보험 가입도 불허된다는 것이다.

김씨는 “고인건비에 세금지원 혜택은 받을 수도 없고, 근로자의 작은 안전사고에도 노심초사하고 있다”며 탄식했다.

농번기 영농인력 몸값 천정부지
전북 부안에서 4만2900㎡(1만3000평) 규모로 생강을 재배하는 엄모씨는 외국인근로자 임금에 대해 “부르는 게 값”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보통 4~11월 수확시기에 인력이 집중되다 보니 내국인근로자는 고사하고 외국인 근로자도 겨우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출하 시기를 놓친 농산물은 품질과 함께 상품 가치도 떨어진다. 2019년에 8만~9만원이던 인건비가 지난해 14만~15만원까지 치솟으면서 인력이 겹치는 시기엔 그 이상도 감당해야 했다.

엄씨는 “전기세와 인건비, 택배비 등 안 오른 게 없다”며 “매년 달라지는 농산물 시세에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올라가는 인건비 때문에 제품가격을 결정하는 게 가장 힘들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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