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오는 영농철, 농촌인력 실태는...(상) : 농가 현장목소리

충남 천안의 농가수는 9721농가, 농업인은 32만1670명(2021년 통계청 기준)으로 적지 않지만, 도농지역이라서 농업정책에서 소외된 양상이다. 올해 처음 공공계절근로사업을 시행한 가운데 신청 농가가 단 11곳, 계절근로자는 고작 23명에 불과하다. 충남 15개 시·군 중 꼴찌다. 허울뿐인 정책이라는 불만이 나오는 까닭이다. 천안 병천면 오이농가의 일손부족 속사정을 들여다봤다.

충남 천안의 한 농가에서 불법 외국인 근로자가 오이를 재배하는 모습.
충남 천안의 한 농가에서 불법 외국인 근로자가 오이를 재배하는 모습.

내국인은 고된 비닐하우스 노동 꺼려 일손부족 심각
불법고용 온상지 된 농업농촌…정부사업 효과 의문
불법체류 외국인 임금 좇아 이직해도 ‘속수무책’

계절근로…인건비에 수수료 30%
‘초심농장’ 신성숙(병천면생활개선회원)씨와 남편 이윤규(아우내오이영농조합법인 대표)씨는 시설하우스 34동(1만6859㎡)에 오이를 재배한다. 이 농장은 이번에 시청에서 모집한 공공 계절근로사업을 신청했다. 신씨에 따르면 공공 계절근로사업에 신청한 11농가 중 10농가가 오이농가다. 올해 오이농사에 필요한 인력을 확보해놨지만, 부부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농지에는 건축을 못해서 계절근로자 2명에게 원룸을 얻어주려고 해요. 숙박비와 식비 30%를 인건비에서 공제하겠다고 명시한 계약서를 시청에 보내야 합니다.”

계약서에는 원룸의 내부사진도 촬영해야 한다고 했다. 신씨는 “30%를 계산해보니 60만원이었다”며 “법 대로면 노동자들도 월급이 줄어 손해를 감수해야 한다”고 전했다.

외국인 근로자 숙식 여건은 생활 인프라가 부족한 농촌에서 풀리지 않는 숙제다.

충남 금산 양인호 추부깻잎작목회장은 “근력이 부족한 어르신들에게 공공계절근로자사업이 필요한데, 숙박시설을 제공해줘야 한다는 조건이 발목을 잡는다”며 “홀로 어르신인 경우가 많아 본인 집의 방 한 칸을 내주고 싶어 하지, 따로 숙박시설을 제공하려고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했다.

불안정한 인력수급에 농사 걱정
“오이는 1년 내내 생산하는데, 토요일과 일요일은 쉬고 하루 8시간 노동시간에 맞추려면 어려움이 많아요. 공무원 수준에 맞춰 인력을 고용해야 한다는데 가능할지…. 5개월밖에 안 되는 공공 계절근로사업은 터무니없이 짧아요.”

오이는 4월말~5월이 수확철로 가장 바쁜데, 이 시기는 1년 중 국내농업이 가장 바쁜 때라서 배 봉지 씌우기, 포도솎기, 논 모내기, 고추심기 등에 오이농사의 인력을 빼앗기는 일이 다반사라고 했다.

농가들은 불법 외국인 근로자를 중개하는 브로커들의 행태도 농업농촌을 무법지대로 만들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브로커들은 농장주에게 돈을 받고 불법 외국인 근로자들을 알선하고, 근로자 임금에서 수수료를 공제합니다. 3개월 단위로 불법 외국인 근로자를 제공하고, 다른 농가에 빼돌려 중간수수료를 챙기는 경우도 있어요.”

시설하우스 9동(4462㎡)을 경영하는 황규철 아우내영농조합 병천작목반장은 해마다 농촌의 불법인력 고용이 묵인되면서, 외국인 근로자들은 단기간이라도 돈을 더 받을 수 있는 농장을 찾아다닌다고 토로했다.

황규철 반장은 “부모가 돌아가셔도 오이는 따야 한다”며 “지난해 마늘농가에서 일당 20만원을 준다니까 우리 농장에서 일하던 외국인 근로자들이 가버리더라”며 한숨을 토했다.

“중소농, 인력 구하기 더 어려워”
황 반장은 천안원예농협에서 운영하는 농촌인력중개센터에 대해서도 “인력난 해갈에는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농사일에 내국인을 쓴다는데, 고령의 여성들은 일이 힘에 부쳐서 얼마 못하고 관둔다”며 “대학생들도 깨끗한 편의점에서 일하지 하우스에서 일을 하려고 생각조차 안 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황 반장은 지난해 어쩔 수 없이 한국인 지인과 오이를 수확한 경험을 떠올리며 “외국인 근로자들이면 1시간이면 끝낼 일인데, 한국인은 한 동의 오이를 따는데 3시간이 걸렸다”면서 “결국 9동 중 8동의 오이를 내가 다 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외국인 근로자 노동 시간에 대해 “11~2월 농한기, 8월 폭염 때는 쉬는데도 임금을 꼬박꼬박 준다”며 “휴식시간만 따지면 더 쉬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불법 외국인 근로자 고용 “안 되나요?”
이 같은 농업농촌의 인력난은 농촌지역 곳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충남 서산에서 마늘농사를 짓는 한 농장주는 지난해 가뭄피해에 이어 인력난으로 시모와 단둘이 마늘을 수확해야 했다고 전했다.

그는 “농지가 1만4900m²(4500평)인데, 마늘밭이 나눠져 있다”며 “외국인 근로자들이 밭이 작아 임금이 적다면서 퇴짜를 놓고 대농하는 마늘밭으로 갔다”고 회상했다. 이어 “중소농은 인력 구하기가 더 어렵다”고 하소연했다.

경기 고양에서 화훼농사를 하는 한 농장주는 “불법 외국인 근로자 부부를 고용했는데, 부부에게 아이가 생겨 난감하다”고 전하면서도 “어린아이가 있으니까 농장 분위기는 더 좋아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불법이지만 근로자들이 성실하고 일을 잘 한다”면서 “다만, 아이가 더 자라면 제도권으로부터 어떤 영향을 받을지… 이들 부부에 대한 고민을 어디에 털어놔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복잡한 심경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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