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풍당당- 김제시의회 김영자 의장

지방의회는 여성정치인의 산실이다. 올해 6·1지방선거를 통해 광역의회 19.8%, 기초의회에 33.4%에 여성이 진출했다. 아직도 갈 길이 멀지만 지방정치는 생활정치인만큼 여성 특유의 섬세함으로 전문성이 발휘된다면 여성의 권익과 삶의 질 향상에 직접적 영향을 줄 수 있다. 특히 이번 선거에서는 생활개선회 회원들을 비롯해 농업계 출신 여성들의 지방의회 진출이 눈에 띈다. 제9대 지방의회에 진출한 생활개선회 관련 의원들의 포부와 각오를 들어본다.
첫 번째로 김제시 신풍동 생활개선회원이기도 한 김영자 의장을 만나봤다

 

4선 의원으로 여성의장 시대 활짝 열어

▲ 김영자 의장은 농촌의 위기와 여성의 저조한 정치참여 등에 문제의식을 갖는다면 연대하고 행동하라고 조언했다.

 

-여성으로 지방의회의 수장으로 우뚝 서기까지 어려웠던 점은?

코로나19로 지역경제가 많이 침체돼 있고, 새만금 개발과 관련한 논쟁과 정주여건 개선을 통한 인구감소 문제의 근본적 해결 등 각종 현안이 우리 김제시에 산적해 있는 만큼 시민과 동행하며 선배 동료의원과 합심해 모두가 만족하는 의회로 이끌어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을 느낀다.

12년 전인 2010년에 6대 김제시의회에 비례대표에 당선돼 의정활동을 시작할 때, 김제시의회에 여성의원은 비례대표 의원 단 2명뿐이었다. 대한민국 사회에서 여성은 소수자가 아닌데, 지역의 민의를 대표하는 기초 의회에서 조차 여성은 항상 소수였다. 이런 현상은 2022년에도 크게 바뀌지 않아 이번에도 지역구 여성의원은 단 2명만이 배출됐다. 저를 포함한 몇몇 지방 의회에서 여성의장이 선출되고 여성의 정치참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성공적으로 안착되는 것처럼 보일 수 있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고 얘기할 수 있다.

지난 12년간 기초 의회의 현장에서 여성의원으로서 느낀 아쉬운 점도 많다. 의회는 합의제 의결기관으로서 어떠한 조례안 제정이나 개정, 예산 심의, 행정사무감사 등의 의회 활동은 의원들의 토론과 공론 형성, 합의를 바탕으로 이루어진다. 남성과 여성은 어떠한 쟁점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데 생각보다 근본적으로 큰 차이점을 보이고, 그런 차이는 의회의 의정활동에 투영이 되기 마련인 것도 사실이다. 제가 보기에 시급하고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안건들이 의원간담회나 상임위, 본회의에서 공감을 받지 못하고, 공허한 메아리처럼 다시 돌아온 적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의회 밖에서는 남성들 위주로 구성된 조직에서 오랜 기간 존재한 남성 위주의 회식문화로 인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의회 밖에서의 비공식적인 회식문화와 이를 기반으로 형성된 유대관계는 다른 어떤 가치관이나 논리보다 강하게 작용하기도 했다.

 

-김제시 농업과 특히 여성농업인을 위한 그간의 성과는 무엇?

▲ 김영자 의장 인터뷰에는 한국생활개선전라북도연합회 심명순 회장(사진 왼쪽)과 김제시연합회 전종숙 회장(사진 오른쪽)이 동석했다.

의원이 되기 전부터 한국생활개선 김제시연합회 회원으로서 20여 년간 꾸준히 활동을 해왔다.

생활개선회원이 주축이 된 김제지평선홍보클럽의 창립 멤버로 2003년에는 총무, 2007년에는 회장으로서 김제시 농산물을 홍보하는 활동을 해왔기에 지방의회 비례대표 후보로 추천을 받을 수 있었다. 비례대표 의원으로 출발해 선출직으로 4선까지 온 비결은 각종 민원에 대해 항상 겸손하게 경청하고 정직하고 꼼꼼하게 일해 왔기 때문이다.

김제시는 2022년 기준 농업경영체에 등록된 여성농업인 수는 9100명으로 전체 농업인의 45.4%이며 51세~70세까지의 고령 여성농업인 수도 3881명으로 전형적인 농업도시의 인구 구조를 가지고 있으며, 여성 농업인의 숫자가 적지 않고 이 중에는 고령 여성농업인이 상당수를 차지하고 있다. 여성농업인들이 주로 종사하는 밭농사는 관절과 근육에 무리가 가는 동작이 많아 육체적으로 쇠약한 고령의 여성농업인을 위한 정책이 필요한 시점이었다.

2022년부터 농식품부에서 여성농업인 특수건강검진 시범사업을 처음으로 시행할 것이라는 계획이 발표됐을 때부터 김제시 여성농업인에게 꼭 필요한 사업이란 생각으로 사업에 참여할 지자체를 선정할 때부터 적극적으로 관심을 갖고 집행부가 해당 사업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독려했고 지역구 국회의원을 찾아가 해당 사업이 김제시에 반드시 필요한 사업이라는 것을 역설해 전국 11개 시·군을 선발하는 시범사업에 김제시가 당당하게 선정될 수 있었다.

검진비의 경우 국비 90%, 자부담 10%이다. 김제시의 경우 검진비 자부담 10%를 시비로 편성해 김제시에서 농업경영체에 등록한 만 51시~70세 여성농업인 3881명의 자부담금을 지원할 할 수 있도록 동료 의원들을 설득하고 있다.

 

-지역발전과 특히 여성농업인을 위한 정책은?

국내 농업‧농촌의 고령화‧공동화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첨단 정보통신기술과 디지털 기술 등을 활용해 농업의 자동화·정밀화·무인화를 추진함으로써 농업의 경쟁력과 지속가능성을 제고할 수 있는 스마트 농업의 중요성이 증가하고 있으며 농촌으로 청년층의 유입을 촉진할 효과적인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김제는 농업을 대표하시는 도시이며, 농업은 새로운 청년농업인의 유입이 필요하다. 이런 시대적 환경에 부응하는 지역발전 전략과 농업인 육성전략이 김제 스마트팜 혁신밸리라고 할 수 있다. 청년농업인이 ‘지역 특화 임대형 스마트팜 사업’에 참여할 때 지역 발전의 차원, 농업 발전의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예산을 편성하고 다양한 지원방안을 고민하겠다. 이들이 3년간의 영농경험 이후에 지역에 정착해 안정적으로 영농에 종사할 수 있도록 올해 신설된 지역소멸대응기금 등을 연계·활용해 여성농업인의 정주 여건 개선, 육아와 보육 시설 지원 등의 대안들을 적극적으로 검토해 시행하도록 하겠다.

 

-농촌여성신문 독자들에게 꼭 전할 말씀은?

‘농업·농촌의 위기, 아직도 더디기만 한 저조한 여성의 정치 참여’ 등의 문제가 어느 한 지역만의 문제는 아니라 농업을 기반으로 한 지역이라면 정도의 차이가 있지만 대부분 비슷한 상황이다. 이러한 위기에 문제의식을 갖고 있고, 공감한다면 생각을 연대하고, 행동을 같이 해야 된다. 행동의 시작은 내가 당장 할 수 있는 작은 행동들부터다.

우리사회에서 여성이 충분히 대표되고 있지 못한다고 생각하거나 한국 산업에서 농업이 점차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생각하시는 사람들은 이런 소외된 가치에 주목하는 ‘농촌여성신문’의 기사를 읽고, 구독을 신청해 농촌여성신문이 ‘농촌’의 가치와 ‘여성’의 가치를 보다 잘 대변해 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이런 작은 움직임과 변화 하나가 시간이 지나고 쌓이고 쌓이면 한국 사회가 올바르게 나아가는 데 단단하고 큰 원동력이 되리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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