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활개선연합회장 탐방- 김금남 담양군연합회장

5년만 농사짓자던 다짐이 어느덧 20년 세월로

최근엔 ‘도리언 그레이의 초상’을 읽고 있어요.” 농사를 지으며 틈틈이 책을 읽는다는 김금남 회장. 얼마 전부터 오스카 와일드를 읽기 시작했는데 생각보다 진도가 나가지 않는다며 역시 추리소설, 판타지 소설이 제일이란다. 담양군생활개선회의 열악한 상황을 토로할 땐 든든한 지역사회 리더가 따로 없더니 독서와 글쓰는 걸 즐긴다고 고백하는 모습은 영락없는 문학소녀 같다.

▲ 평소 영농활동을 하며 틈틈이 책을 읽는다는 김금남 회장. 언젠가 본지에도 글을 기고하기로 약속했다.

IMF때 귀농해 딸기 농사 시작
김 회장은 전남 담양에서 3000평 규모로 딸기농사를 짓는다. 딸기 외에도 멜론, 아스파라거스, 고추, 양봉까지 쉴 틈 없이 복합영농을 한다. 농사를 짓기 전에는 인천에서 슈퍼마켓을 했다던 김 회장은 다니던 회사를 정리하고 자영업에 도전했지만, 당시 대형마트가 속속들이 등장하는 바람에 작은 규모의 가게들이 위기에 처하자 호기롭게 시작했던 사업을 접고 남편의 고향으로 향했다. 무일푼으로 내려와 우선 당장 생계가 막막하다 보니 시작한 딸기농사를 지금까지 짓고 있다고 유쾌하게 말하는 김 회장.
“처음 농사를 시작했을 땐, 젊은 사람들이 열심히 한다고 동네분들한테 칭찬 많이 받았죠. 재미있어요. 생계가 막막해서 시작한 농사이긴 하지만 수확할 때 기쁨이 있고, 새로운 작목에 도전했을 때는 새로움이 있고요.”

그러나 최근 코로나19로 인력 구하기가 하늘에 별따기라며 호소를 하기도 했다.
“인건비도 워낙 올라서 많이 고용을 할 수도 없기도 하고, 고용센터에 계속 문의는 하는데 사람이 없다고만 하네요. 지금은 남편과 둘이 일하고 있는데, 일이 많아 작년에 수술한 다리가 시큰거려요.”
쭈그린 자세로 오랜 세월 밭일을 하다 보니 뼈가 붙어 다리 수술만 두 번째란다. 그럼에도 호탕한 김 회장에게서 유쾌한 에너지가 느껴졌다.

생활개선회 인지도 높이는 게 과제
많은 농사일로 몇 번이나 망설였던 군연합회장 자리지만 책임감에 맡기로 결정했다. “처음 결정됐을 땐 남편한테 미안해서 말도 못했어요. 같이 일해야 하는데 아무래도 바깥일이 많아 질테니까요.”

불행인지 다행인지 현재 코로나19로 다양한 활동을 펼칠 수 없어 농사에 집중은 하고 있지만 김 회장의 고민은 깊어져만 간다. 지난해부터 준비해 온 스피치교육은 계속 무산되고, 자금조성 또한 쉽지 않기 때문이다.
“담양군연합회는 그동안 주로 딸기축제에서 수익을 내 기부하고, 기금으로 사용했는데, 2년간 축제가 열리지 않다 보니 기금조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김 회장은 또한 생활개선회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바쁜 영농활동에도 불구하고 열심히 활동하는 회원들에게 아무것도 해 줄 수 있는 게 없다며 안타까워했다. 생활개선회의 인지도가 높아 그들의 활약을 많은 이들이 알아줬으면 하지만, 지역사회의 궂은 일을 도맡아 하고 있음에도 그에 응당한 주목을 받지 못하는 점이 서운하다는 것이다. 김 회장은 임기동안에 생활개선회를 더욱 활성화시켜 주요단체로 자리매김 하게 하고 싶단다.

담양딸기 브랜드화 절실
김 회장은 또한 담양군이 관광지로도 유명하지만, 농산물 홍보에도 더욱 힘을 쏟았으면 한다고 소망을 내비치기도 했다. 실제로 20여 년 전 귀농해 딸기농사를 시작할 때보다 그 위상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에만 해도 담양딸기 홍보에 주력했어요. 그런데 담양은 여전히 딸기농가가 많지만 홍보는 조금 부족한 듯 싶어요.”

김 회장은 일본으로 선진지 교육을 갔을 당시 농가방문 스탬프 찍기, 농산물 캐릭터 등의 지역 농산물 홍보활동이 참 부러웠다고 회상했다.
“당도높은 담양딸기가 더욱 알려져서 지역 농가소득뿐 아니라 이와 관련한 농외소득 또한 높아졌으면 합니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