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농촌여성 톡톡 - 한국생활개선천안시연합회 회원들에게 듣는다

▲ 한국생활개선천안시연합회(회장 김표예)는 최근 천안시농업기술센터에서 농촌생활의 애로사항과 앞으로의 농업전망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를 나눴다.

농업·농촌의 주역으로 여성의 리더십을 발휘하고 있는 생활개선회. 단체활동을 통해 자신감을 높여나가고 있는 농촌여성들의 농업과 생활을 돌아보고 현재 애로사항과 농촌에서 사는 즐거움, 그리고 그들을 지도하는 담당공무원을 만나 생생한 목소리를 듣기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충남 천안은 교통 요충지로 도농교류가 활발한 지역이다. 한국생활개선천안시연합회를 찾아 영농과 복지 등 농촌여성으로 사는 희로애락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봤다.

토론회 참석자
• 좌      장 : 천안시농업기술센터 조성준 농촌자원팀장
• 토 론 자 : 김표예 회장 (한국생활개선천안시연합회)
                 최경희 부회장
                 정진숙 총무 (성환읍회장)
                 장숙희 감사 (풍세면회장)
                 권석자 감사 (광덕면회장)

▲ (사진 왼쪽부터)김표예 회장, 최경희 부회장, 정진숙 총무, 장숙희 감사, 권석자 감사

고령부모와 자녀 돌보는 농촌여성

- 최경희 부회장: 농촌은 고령화사회다. 일하는 사람도 고령화됐고, 노인은 더 고령화됐다.
어르신 돌봄과 더불어 자녀들도 부모에게 기대는 경향이 크다.
스스로 헤쳐나가지 못하는 자식들까지 보느라 50~60대인 우리 생활개선회원들의 세대가 참 어려운 세대다. 옛날에는 3대, 4대가 한지붕에 같이 살았지만, 요즘은 취업에 대한 어려움으로 자녀들이 같이 살다보니 양쪽으로 힘들다. 도회지에서는 자식을 분가시키고 경제적 지원을 끊는 경우도 많지만 농촌은 잘 그러지 못한다.
- 장숙희 감사: 공감한다. 우리 회원들이 끼인 세대다. 젊어서부터 어머니를 모시고 같이 살았고 지금도 같이 살면서 나이가 드셨다. 나도 나이가 들어서 몸이 불편해지고 있는데, 나는 그럼 누가 모시는지 애석한 마음이 든다. 내 스스로 나를 챙겨야 살 수 있다.

일손 없는 농촌에 영농 어려워

- 김표예 회장: 천안은 과수농사 짓는 읍면이 많다. 나 또한 포도농사를 짓는데 애로점이 많다. 옛날에는 일손이 많아서 젊은 사람들이 도우러 와줬는데, 지금은 일손이 부족해서 귀농을 권유하기도 어렵다. 사람을 써서 농사해야 하는데 품삯을 주려해도 농사일은 안 하려고 한다. 그래서 농사짓는 데 어려움이 많은 게 현실이다.
- 최경희 부회장: 옛날에 농촌에 같이 살 때는 서로 도와줘서 일하기 쉬웠는데 지금은 사람이 없다. 우리 생활개선회원만 해도 대부분 60대 이상이다. 50대는 소수고 생활개선회도 앞으로 후계자가 없다.

소형농기계 보급 촉진해야

- 정진숙 총무: 자녀들에게 농사를 대물림하기 쉽지 않은 시대에 과수원을 팔기 전까지 지켜야 하는 상황이다. 농사를 수월하게 지을 수 있도록 중장년 여성이 쉽게 다룰 수 있는 소형농기계의 보급이 활성화 됐으면 한다. 여성도 쓰기 좋은 소형농기계가 개발은 되고 있지만 보급은 잘 안 되고 있다. 농기계임대사업소에서 빌리기도 쉽지 않다. 농사는 시기가 겹치는데 농기계에 대한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어 순번을 기다려야 한다.
필요로 하는 농가에 정책지원금을 줘서 농기계를 구입할 수 있게끔 도와야 한다. 농기계임대사업만으로는 한계가 있다. 1980년대에는 정부 보조금이 나와서 목돈이 드는 농기계도 살만했지만 지금은 제도를 찾기도 어렵고 농기계값을 다 갚기도 전에 고장이 나면 빚만 늘어 농업인이 농사짓기 어려워진다.
- 권석자 감사: 수도작을 4만6281㎡(1만4000평)에 하고 있다. 쌀값이 수십년을 같은 가격으로 갔다. 과수는 가격차이가 있었지만 쌀은 모자라면 수입쌀로 대체하기 때문에 국산 쌀값이 오르질 못한다. 수도작에 농기계는 필수적이지만 쌀값은 항상 제자리걸음이다. 기계가 노후화 되면 바꿔야 하지만 쌀값이 오르지 않아 돈을 모을 수가 없다. 농촌을 지킬 수 있게 농업인이 수월하게 일할 수 있도록 농기계를 구매할 때 부담이 적어지도록 정부에서 도와주길 바란다.

주거환경은 ‘빛 좋은 개살구’

- 정진숙 총무: 농촌생활이 겉으로는 넉넉해 보여도 연말정산을 해보면 매년 어려움을 느낀다. 사정을 모르는 사촌만 배나무가 많다며 먹고 살 걱정은 없겠다고 부러워한다.
- 김표예 회장: 맞다. 포도재배도 부수입이지 농사만으로 생활한다고 하면 못 산다. 15~20년 전에 포도가격과 지금가격이 달라진 게 없다.
- 장숙희 감사: 버스가 자주 오지 않는 농촌지역 특성상 교통의 어려움이 많다. 몇 년 전부터 실시되고 있는 ‘마중버스’는 시간에 맞춰 운영되고 있지만, 승객 하나 없이 빈 차로 왔다가 가는 날이 많다.
마중버스는 타는 사람도 적다. 승객이 없어도 시간이 되면 다음 정류장으로 움직이기 때문에 배차간격이 길어진다. 때문에 대부분의 농촌여성들은 버스를 안 타고 먼 거리를 걸어간다. 농촌 환경에 맞게 마중버스를 운영하고 있지만, 효율성이 낮아 무늬뿐인 정책이 되고 있다.
- 권석자 감사: 차라리 마중버스 보다는 마중택시가 더 낫다. 오지마을에 마중택시제도가 있어 버스가 들어가지 못하는 곳에 택시비를 지원해주는 것을 보면 우리 지역도 버스보다는 택시가 실용적이다. 마중택시를 운영하게 되면 주민들 서넛이 택시 한 대에 같이 타니까 절약도 가능하다.

청년농보다 기존 농업인 굽어 살펴야

- 장숙희 감사: 귀농귀촌정책에 대해서도 아쉽다. 농촌에 인구가 늘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현재 농촌을 지키고 있는 사람의 역량을 먼저 키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후계자도 양성할 수 있다.
- 정진숙 총무: 농촌의 현실을 확실히 모르기 때문에 환상도 있다. 때문에 경치 좋은 농촌으로 귀촌했다가 실패하고 돌아가는 사람도 많다. 현재 농촌을 지키고 있는 농업인의 자식이 농촌으로 돌아와서 후계농을 육성하는 방향이 더 적합하다
- 권석자 감사: 나는 후계자를 육성하고 싶다. 아들이나 딸과 함께 지낼 수 있는 땅콩주택을 지어서 자녀들과 과수원 함께 하면서 살고 싶다. 부모와 자녀가 같이 사는 가구에 정책적으로 도움을 줘서 자녀가 과수원을 지키고 노후에도 같이 살 수 있으면 좋겠다. 하지만 내뜻을 자녀들에게 말하고, 집을 지을 수 있는 땅을 준다고 했는데도 농촌으로 선뜻 오지 않는다.
- 김표예 회장: 도시사람들은 먹고살기에 바쁜 생활을 하지만 농촌사람들은 여유를 갖고 산다. 천안시농업기술센터에서 이로운 교육을 해주면 교육을 받으러 오고, 과제교육을 통해 남이 해보지 않은 것을 만들어낸다. 최근에 천안시농업기술센터에서 한지공예를 했는데 이렇게 작품 만드는 것을 농촌 어디에서 하겠나. 생활개선회원으로 지원을 통해 좋은 교육을 받으니까 생활이 만족스럽고 감사하다.
- 장숙희 감사: 생활개선회 단체에 들어와서 20년 넘게 회원으로 지내며 면회장이 된지는 4년차다. 내가 도시에 살았다면 이렇게 단체를 이끄는 리더를 할 수 있었을까 감회가 새롭다. 농촌에 살아서 좋고, 못해본 교육을 많이 해볼 수 있는 생활개선회원이라서 더욱 좋다.

 

■ 미니인터뷰 - 천안시농업기술센터 조성준 농촌자원팀장

“솔선수범 나서는 생활개선회에 감사”

▲ 천안시농업기술센터 조성준 농촌자원팀장은 생활개선회를 육성하면서 사업에 협조적인 회원들에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

생활개선회를 담당한지 2년이 넘었고 어려운 점도 있지만 몸은 힘들어도 마음은 덜 힘들다. 회원들이 연배가 있으셔서 이해를 잘 해주고 인정이 많으셔서 감사하다.
어떠한 일을 추진함에 있어서도 생활개선회는 계획을 하고 회원들과 협의를 하면 성과가 미진한 경우를 찾기 힘들다. 협조적인 회원들 덕분이다. 농촌자원사업을 하면서 보람도 느끼고 농업인단체를 육성하면서 협력을 잘 해주니까 감사하다.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는 회원들이 같은 농업인이기 때문에 같은 시기에 서로 농사일로 바빠도 배꽃 인공수정처럼 일손이 필요한 과수농가에 찾아가 봉사하면서 화합한다. 뿐만 아니라 작년 수해가 심하게 난 지역이 있었는데 피해농가를 찾아 회원들이 위로했다. 공무원들이 복구활동을 할 때 회원들도 나서서 시원한 화채를 만들어 봉사하는 분들에게 또 봉사를 해 따뜻한 마음을 함께 나눴다.

이외에도 지역에 보탬이 되는 봉사활동을 읍면에서 자체적으로 자주 한다. 최근 지역축제인 ‘흥타령 춤축제’ 때도 쌀소비촉진 행사를 펼쳤고 수익금은 천안사랑장학금에 기탁했다. 농업분야의 여성단체에 중에서도 생활개선회는 봉사활동을 많이 하면서 지역에 생활개선회를 알리는 활동을 이어가 보람을 느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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