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장인터뷰- 위안부 소녀상 지키는 청년들

▲ 소녀상 주위로 경찰과 농성현장이 팽팽히 대치하고 있다.

최근 대학가에도 소녀상 세우자는 움직임
“12·28한일합의 폐기까지 소녀상 지킬 터”

“그렇게 된데 이유는 없었어요. 그날따라 운이 없었고 시대가 안 좋았을 뿐이에요. 이 땅에 많은 사람들이 다 해당될 수 있다고 생각해요. 누구나 피해자가 될 수 있어요.”
대학생공동행동연대 정민호씨는 일본군성폭력피해자에 대해 이같이 말했다.

지난 2015년 12월 28일 10만엔의 위로금을 받고 한·일 정부 간에 졸속적으로 타결된 일본군성폭력피해자 12·28한일합의는 당시 전국민의 분노와 공분을 샀다. 한일합의 내용에는 일본의 요구로 주한일본대사관 앞‘평화의 소녀비(소녀상)’철거 사안이 협의돼 한일외교의 갈등과 안팎으로 국민과 정부의 마찰을 피할 수 없게 했다. 

이를 막기 위해 2015년 겨울부터 현재까지 하루도 빠짐없이 주한일본대사관 앞 소녀상 곁을 지키는 시민연대가 있다. 대학생공동행동연대는 아침9시부터 다음날 아침9시까지 24시간 소녀상을 철거위기로부터 보호하고 있다. 2인1조로 구성된 이들은 평범한 대학생들이다. 박소현(28)씨와 정민호(26)씨는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590일 간의 소녀상 지킴이 활동을 지속해 왔다. 박소현씨는‘희망나비’활동도 겸하며 한일협정과 일본군성폭력피해자를 위해 뜻을 함께하고 있다.
소녀상 옆에는 카메라와 함께 경계근무중인 경찰이 있었다. 경찰의 존재를 묻자 정민호씨가 대답했다.

▲ 대학생공동행동연대 정민호씨

“전 정부 때는 지금보다 경비가 더 삼엄했어요. 개인정보를 가져가려해서 우리끼리 이름대신 암호를 만들어 부르기도 했죠. 최근 경찰에게 우릴 감시하느냐고 물었더니 소녀상에 위해를 가하는 사람들로부터 소녀상을 지키기 위해 있다고 말했어요. 재작년 ‘망치테러사건’때 갑자기 나타난 시민이 망치로 소녀상 머리를 친 적이 있었거든요. 그런 사태를 방지하고자 있다는데 조금 감시로 느껴지는 건 카메라 방향이 농성 쪽을 향하기도 해서 아직까진 의심스러워요”(정민호)

이처럼 논란의 중심에 선 소녀상에 어떤 의미가 있는지 물었다.
“넓게 보면 일본군성폭력피해자 사건 하나만을 뜻하기보다 세계적으로 전쟁과 제국주의가 다시는 일어나선 안 된다는 것을 보여주는 조형물 같아요. 인류적으로 기억해야 할 일들인데 그걸 철거하겠다고 협상을 시도하고 하나의 요구조건이 된다는 게 말이 안 되는 일이죠.”(박소현)   
“역사왜곡을 하지 못하게 하는 상징물이에요. 소녀상을 보면 그 당시 소녀들의 모습을 입체적으로 표현해서 한눈에 봐도 알아보기 쉽게 만들어져 있어요. 최근 소녀상이 외국에도 세워지고 국내에선 대학가에 세워보자는 움직임도 있어요. 우리에겐 그저 역사일 뿐인데 일본이 역사왜곡을 시도하려 할수록 진실의 역사는 더 분명해지지 않을까요? 소녀상이 역사의 상징으로 남아야 하는 이유에요.”(정민호)

▲ 대학생공동행동연대 박소현씨

대학생공동행동연대의 뜻을 함께 공감하고 1년 넘게 지속되고 있는 농성을 격려하는 시민들의 따뜻한 나눔도 이어졌다. 자신이 그린 태극기 그림을 갖다 주기 위해 방학 날만 기다렸다는 7살 남자아이는 부산에서 서울까지 찾아와 정민호씨의 손에 그림을 전해줬다. 
날씨를 걱정하며 커피와 음료를 주고 가는 시민들의 손길도 이어졌다.

현재까지 590일이 된 농성의 현장으로 자신을 이끄는 의지와 원동력에 대해 정민호씨는 “여기 오면 일단 한뜻으로 모인 사람들이라서 마음이 편해요. 24시간의 농성 끝에 꾀죄죄한 모습으로 집에 갈 때면, 내가 뜻 있는 일에 동참중이고 더 나은 세상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에 뿌듯함을 많이 느껴요. 또한 우리가 소녀상 옆을 지키는 지금의 행동이 꽤 압박을 주고 메시지가 될 거라고 믿고 있어요. 한일합의가 완전히 폐기 될 때까지 농성은 계속될 거예요.”

지난해 광화문 촛불집회는 민주주의의 저력을 보여준 한 편의 역사로 회자되고 있다. 촛불집회를 통해 집회와 농성에 대한 인식이 성장했고 시민운동에 참여하는 연령층 또한 다양해졌다. 한·일문제의 중심에 선 소녀상이 민주주의로 안정을 찾을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저작권자 © 농촌여성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