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OCUS-여성농업인 농기계 활용 활성화하려면…

▲ 여성농업인들은 각 도에서 진행되는 ‘여성친화형 농기계 안전이용 교육’을 통해 농기계에 대한 두려움을 떨쳐내고 있다.(사진은 강원도농업기술원 미래농업교육원을 통해 농기계 교육을 받는 여성농업인들.)

여성농업인의 주된 밭농사
기계화율, 논농사에 비해 턱없이 저조
농기계 개발보다 인식 변화가 중요

# 농기계는 무슨, 예전부터 쪼그려 앉아 일했기 때문에 이게 제일 편해. 농기계 잘못 사용하다가 다치는 사람을 한두 번 본 것도 아니고. 나는 농업기술센터에서 교육이 있으면 배우러 가기는 하는데 빌려서 사용하지는 않아. 편한 것은 둘째 치고 무서움이 더 크니까. (여·강원도 영월·58세)
# 옛날에는 농기계 없이 어떻게 일했는지 모르겠어. 하루 종일 걸릴 일이 농기계 때문에 반나절 만에 끝나니까 얼마나 편한지. 우리 동네는 농기계 임대사업소에 줄이 섰을 정도야. 그 정도로 농기계 인기가 좋아. (여·경기도 여주·54세)
# 여성용 농기계도 좋지만 남성들이 쓰는 농기계도 써보니까 편하고 좋아. 처음에는 무서웠는데 자격증도 취득하니까 이만하게 없더라고. 앞으로도 농기계의 편리함을 많은 농촌여성들이 알았으면 좋겠어. (여·충북 진천·56세)

농기계에 대한 여성들의 생각은 천차만별이다. 운전이 두려워 포기했거나, 이미 이용하고 있거나 남성들과 같은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여성농업인의 역할이 중요해진 만큼 오래전부터 여성농업인의 작업 여건을 개선하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여성농업인은 2014년 기준 141만 명으로 전체 농업인의 51.3%에 해당된다. 또 여성농업인의 밭농업 노동시간은 437시간으로 404시간을 기록한 남성보다 약 하루가 더 길다. 

이처럼 여성농업인들이 주로 작업하는 밭농사의 기계화율은 2014년 기준 56.3%로 경운과 정지, 이앙, 수확 등 전 부문에 걸쳐 99%에 달하는 논농사에 비해 저조한 편이다. 이에 농기계 업계나 관련 단체에서는 밭농업을 주로 하는 여성농업인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여성친화형 농기계에 대한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농업 현장에서는 여성친화형 농기계에 대해 아직까지 관심이 미비한 편이다. 또한 여성농업인조차‘여성친화형 농기계’에 대한 정확한 정의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강원도 정선에서 고추농사를 짓는 한 여성은“여성친화형 농기계하면 작고 아기자기한 것들이 생각난다”며“바퀴가 달려 직접 운전하는 것보다는 쉽게 손으로 들고 다닐 수 있는 것들이 여성용 농기계 같다”고 답했다.

이에 강원도농업기술원 미래농업교육원 유정영 농기계안전이용교육 담당자는 여성친화형 농기계에 대해“여성용이라고 해서 남성용과 차별점을 두고 있지 않다”며“오히려 남성용이라고 생각하는 장비들이 운전하기 더 편리하다”고 설명했다.

▲ 여성농업인들이 관리기를 이용해 밭이랑 내는 법을 배우고 있다. 이외에도 트랙터와 경운기 등 남성의 전유물처럼 여겨졌던 농기계도 직접 운전해 농작업에 사용하는 여성들의 비율이 늘고 있다.

트랙터·경운기·드론 등
다양한 농기계 교육 진행

현재 각 도에서는 여성농업인의 농업노동 부담완화와 농작업 참여율 제고를 위해 지난 2015년 시범 실시한 ‘여성농업인 임원 대상 농기계교육’을 지난해부터‘여성농업인 농기계교육’으로 개편해 운영하고 있다. 

이 교육은 농업기계 운전과 안전기술 배양으로 영농활용과 농업기계 사용에 대한 자신감을 고취시키기 위해 마련됐지만, 앞서 말했듯 농기계에 대한 여성농업인들의 부정적 인식은 완전히 탈피되지 않았다.

한 농기계 업체는“많은 교육이 진행되고 있지만 여성용 농기계의 수요가 생각보다 많지 않은 편”이라며 “대부분 임대 업소에서 빌리는 걸로 충분히 사용해 직접 농기계를 사는 사람들은 적다”고 말했다.

이어 업체는“여성농업인을 위한 농기계도 좋지만 앞으로는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은 만큼 AI(인공지능)와 관련된 농기계에 더 초점을 맞춰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이미 일본에서는 드론으로 논밭을 관측해 생육상황을 파악할 수 있는 기술이 개발됐다. 또한 드론으로 파종과 동시에 영양소가 담긴 캡슐을 논밭에 살포해 작물의 성장을 촉진시키고 있다. 
이에 유정영 담당자는“현재 강원도도 드론을 사용한 방제를 여성농업인에게 교육시키고 있다”며“앞으로는 파종까지 교육해 더 편리한 농업이 될 수 있도록 도울 생각”이라고 말했다.

농기계 교육을 통해 드론 운전법을 배운 한 여성은“농기계에 대한 부담감이 있던 것은 사실”이라며“하지만 차근차근 배운 결과 남편보다 드론 운전을 더 잘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처럼 강원도는 농기계를 여성용과 남성용으로 구분 짓지 않고 예초기부터 큰 트랙터, 굴삭기, 관리기, 드론까지 교육을 진행해 여성농업인의 자긍심을 높여주고 있다.
또한 지난해 농촌진흥청 재해예방공학과 김유용 연구사가 개발한 트랙터 안전운전교육용 시뮬레이터는 여성농업인들에게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실제 농기계를 이용해 도로주행이나 농작업 등을 연습 할 수 있는 기회가 적기 때문에 여성들은 이 시뮬레이터를 통해 빗길운전과 논두렁 운전, 안개 속 운전, 농작업 등을 직접 체험한다.
유정영 담당자는“직접 탑승하기 전 가상공간에서의 연습을 통해 운전법과 사고예방에 대해 숙지할 수 있어 농기계에 대한 여성농업인들의 두려움이 조금은 줄어들었다”고 말했다.

농기계에 대한 고정관념 탈피
이어 유정영 담당자는“여성들이 농기계를 자주 이용하기 위해서는 농기계에 대한 첫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때문에 농기계 실습 교육에 앞서 농기계에 대한 구체적인 영상을 통해 트랙터와 관리기 등이 언제 사용하는지를 먼저 농업인들에게 알려준다고. 
대부분의 농업인들이 자신에게 필요한 농기계를 확인했을 때 비로소 더 관심을 갖고 움직이기 때문이다.

그는“귀농한 분들이나 농기계를 잘 사용 하지 않는 여성분들은 농기계가 언제 쓰이는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며“품목별로 전용기계가 나오고 있는 만큼 실습 전에 교육 시간을 늘려 보다 전문적인 교육을 진행해야한다”고 말했다.

또한“현재 여성농업인에게 필요한 것은 여성용농기계보다 품목별로 맞는 농기계를 개발하는 것”이라며“남성과 여성의 차이로 농기계를 나누면 여성농업인들은 농기계에 대한 선입견을 떨치기 어려울지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여성친화형 농기계는 농기계 자체에 대한 여성들의 인식이 중요하다. 여성을 위한 농기계 개발보다는 여성에게 스스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이 농기계가 가장 활성화될 수 있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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